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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버핏의 마지막(?) 주주서한

2024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서한

by 유지경성 Feb 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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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버핏은 매년 주주들에게 주주서한을 보낸다. 주주서한에는 워렌버핏의 다양한 생각들이 담겨 있다. 특정하게 주식 수가 많은 주주들에게 보내는 것이 아닌 모든 주주에게 공평하게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소통한다. 이 주주서한에는 많은 유용한 정보들이 있다 보니 주주서한을 정리한 책이 유명하기도 하다. 버크셔 해서웨이 홈페이지에 가면 1977년부터 있는 주주서한을 볼 수 있기도 하다.


2025년 2월 22일 워렌서핏은 2024년도 사업연도에 대한 주주서한을 작성하여 공개했다. 그 내용에는 다양한 내용들을 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눈이 가는 부분은 후임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구체적인 그 세부 일정과 내용이 공개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나는 재작년 찰리멍거가 떠난 이후 2025년 워렌버핏이 주도하는 마지막 주주총회가 될 수 있기에 5월에 미국 오마하에서 열리는 주주총회에 참석하고자 비행기와 숙소를 예약해 두었다. 무언가 기대되면서도 아쉬움이 남을 것 같은 주주총회 참석이 될 것 같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24년도 주주서한에서 사업에 대한 보고 부분을 제외한 내용에 대해 그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짧은 글이지만 다양한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 여러분께


이 편지는 버크셔의 연례 보고서의 일부로 여러분께 전달됩니다. 상장된 회사로서 우리는 정기적으로 중요한 사실과 수치를 제공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단순히 의무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여러분이 버크셔의 주주로서 어떤 가치를 소유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는지를 솔직하게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버크셔의 CEO이고, 제가 제 가족과 함께 수동적인 투자자로서 여러분께 나의 자산을 맡긴 입장이라면 어떨까요? 그런 상황이라면 저는 여러분이 저에게 어떤 방식으로 소통해 주기를 바랄지 생각해 볼 것입니다. 저는 바로 그 방식으로 여러분께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이런 원칙에 따라, 저는 매년 버크셔 주식을 통해 여러분이 간접적으로 소유한 다양한 사업체들의 성과를 솔직하게 돌아보고, 좋은 점뿐만 아니라 아쉬운 점도 함께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다만, 특정 자회사의 문제를 지적할 때는 60년 전 톰 머피가 제게 해준 조언을 따르려고 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칭찬은 이름을 밝히고, 비판은 범주로 묶어서 하라.
Praise by name, criticize by category.


실수 – 버크셔도 예외는 아닙니다


저는 때때로 버크셔를 위해 인수한 사업의 미래 가치를 잘못 판단하는 실수를 저지르곤 했습니다. 쉽게 말해, 자본을 잘못 배분한 경우입니다. 이러한 실수는 주식 시장에서 기업의 일부 지분을 매입할 때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를 100% 인수할 때도 발생합니다.


또한, 버크셔가 영입한 경영진의 역량이나 성실성을 평가하는 과정에서도 오판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 신뢰가 깨지는 경우, 단순한 재정적 손실을 넘어서는 깊은 아픔을 동반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실패한 결혼 생활에서 느끼는 상실감과 비슷한 고통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사 결정에서 완벽한 선택만 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빨리 인정하고 바로잡는 것입니다. 가장 큰 잘못은 실수를 알고도 바로잡지 않고 질질 끄는 것—찰리 멍거가 "엄지 빨기(thumb-sucking)"라고 부른 바로 그 행위입니다. 그는 항상 제게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불편하더라도 해결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
Problems cannot be wished away. They require action, however  uncomfortable that may be.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저는 여러분께 보낸 주주 서한에서 ‘실수’ 혹은 ‘오류’라는 단어를 총 16번 사용했습니다. 같은 기간 동안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이 단어를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마존은 2021년 주주 서한에서 몇 가지 솔직한 평가를 포함시킨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연례 보고서를 긍정적인 말과 멋진 이미지로만 가득 채우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대형 상장기업의 이사로 활동하면서, 이사회 회의나 애널리스트와의 대화에서 ‘실수’나 ‘잘못’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사실상 금기시되는 분위기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마치 경영진이 실수를 하지 않는 완벽한 존재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태도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문화가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법적인 이유로 인해 기업이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 제한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법적 분쟁이 끊이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가 좋은 경영 방식이 될 수는 없습니다.


곧 새로운 CEO가 이 글을 쓰게 될 것입니다


올해로 저는 94세가 되었습니다. 머지않아 그렉 에이블이 저를 대신해 버크셔의 CEO가 될 것이며, 앞으로 주주 여러분께 보내는 연례 보고서도 그가 작성할 것입니다.


다행히도, 그렉은 저와 같은 철학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연례 보고서는 단순한 형식적 보고서가 아니라, CEO가 주주들에게 반드시 해야 하는 ‘진짜 이야기’여야 한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는 “주주들을 속이기 시작하면 결국 자기 자신도 그 거짓말을 믿게 되고, 결국엔 스스로를 속이게 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He also understands that if you start fooling your shareholders, you will  soon believe your own baloney and be fooling yourself as well.




Pete Liegl – 독보적인 인물


잠시 멈추어, 버크셔 주주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의 뛰어난 경영이 버크셔 해서웨이와 주주들에게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가져다준 피트 리글의 놀라운 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피트는 80세가 될 때까지 여전히 열정을 다해 일하다가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났습니다.


2005년 6월 21일, 피트가 창업하고 운영하던 인디애나주의 Forest River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 한 중개인으로부터 레크리에이션 차량(RV) 제조업체에 관한 자세한 정보가 담긴 편지를 받았는데, 편지에는 Forest River의 100% 소유주였던 피트가 특별히 버크셔에 회사를 매각하고 싶어 하며, 기대하는 매매 가격까지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나는 이런 직설적이고 솔직한 접근 방식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후 몇몇 RV 판매업체와 접촉해 확인해 본 결과,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6월 28일 오마하에서 피트와 직접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 자리에는 피트의 아내 샤론과 딸 리사도 함께했습니다. 만남에서 피트는 사업 운영을 계속하고 싶지만, 가족의 재정적 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더욱 안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피트는 Forest River에 임대해 주고 있는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 부분은 이전 편지에서 언급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나는 별도의 감정평가 없이 그의 평가액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고 했고, 몇 분 만에 해당 자산의 가격에 합의했습니다.


이후 또 다른 중요한 사항을 논의했습니다. 나는 피트에게 “보상은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무엇을 말씀하시든 그대로 따르겠습니다.”라고 물었습니다. (참고로, 이런 방식은 일반적으로 추천하는 협상 방식이 아닙니다.) 그러자 피트는 우리 모두가 집중하는 가운데 뜻밖의 답을 내놓았습니다.


“버크셔의 보고서를 보았습니다. 제 상사보다 더 많이 벌고 싶지 않으니, 연봉 10만 달러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나는 순간 깜짝 놀랐지만, 피트는 이어서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올해 우리 회사가 X(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함)만큼 벌게 된다면, 현재 수익을 초과하는 부분의 10%를 보너스로 받고 싶습니다.”


나는 “좋습니다, 피트. 다만 Forest River가 중대한 인수를 진행할 경우, 추가 자본에 대해 적절한 조정을 하겠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적절한이나 중대한이라는 다소 모호한 표현을 썼지만, 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 후 네 사람은 오마하의 Happy Hollow Club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이후 19년 동안 피트는 그야말로 경이로운 성과를 올렸습니다. 그의 실적을 따라올 만한 경쟁자는 없었습니다.


성공적인 결정이 만든 차이


모든 기업이 이해하기 쉬운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며, 피트 같은 뛰어난 경영자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버크셔가 인수한 기업들 중에서도 잘못된 판단이 있었고, 때때로 경영진의 역량이나 인성을 잘못 평가하는 실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수많은 기분 좋은 놀라움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사업의 잠재력과 경영진의 능력, 신뢰성이 예상보다 훨씬 뛰어났던 사례들이 많았고, 단 한 번의 성공적인 결정이 시간이 지나며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예를 들어 GEICO 인수는 뛰어난 사업적 결정이었고, 아짓 제인(Ajit Jain)은 최고의 경영진을 선택한 사례이며, 찰리 멍거(Charlie Munger)와의 만남은 저에게 있어 가장 행운이 따랐던 결정 중 하나였습니다. 그는 나의 동반자이자 개인적인 조언자였으며, 변함없는 친구였습니다.


결국, 실수는 점차 잊히지만, 성공은 영원히 빛납니다.
Mistakes fade away. winners can forever blossom.


학벌은 중요하지 않다


CEO를 선발할 때 나는 절대 학력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물론, 명문 대학을 졸업한 뛰어난 경영자들도 많지만, 피트처럼 덜 알려진 학교를 다녔거나 심지어 학업을 마치지 않은 것이 오히려 강점이 된 경우도 많습니다.


제 친구 빌 게이츠(Bill Gates)를 보십시오. 그는 학위를 따기 위해 시간을 보내는 대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폭발적인 산업에 뛰어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의 신간 Source Code 를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얼마 전, 저는 기자 제시카 툰켈(Jessica Toonkel)과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그녀는 한때 찰리와 제가 함께 사업을 했던 벤 로즈너(Ben Rosner)의 손녀입니다. 벤은 소매업계의 천재였고, 그의 학력을 확인해 보니 제 기억대로였습니다.


제시카는 “벤은 초등학교 6학년 이상을 다니지 않았어요.”라고 답했습니다.


나는 운 좋게도 세 개의 훌륭한 대학에서 교육을 받을 기회를 가졌습니다. 또한, 평생 학습의 중요성을 굳게 믿고 있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후천적인 교육보다 타고난 재능이 훨씬 중요한 경우가 많다는 사실도 경험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피트 리글은 타고난 인재였습니다.




Source : https://www.berkshirehathaway.com/letters/2024ltr.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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