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을 만나면 MBTI부터 물어보고 MBTI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상대방의 MBTI를 알게 되면 그 사람에 대한 성향, 성격 등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고, 이를 통해서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상대방이 좋아할지를 '어느 정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어느 정도'를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MBTI를 120%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다. 상대방이 어떤 MBTI가 나왔든 간에 "그 사람은 이런 사람일 것이다"라고 특정하지 않는 것. 즉, 과몰입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사람의 본능과 심리에 관심이 많고 좋아한다. 특히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와 그의 제자 칼 융의 분석심리학을 좋아하는데, MBTI는 칼 융의 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래서 MBTI가 굉장히 유익하다고 생각하지만, 절대적이거나 과학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참고자료일 뿐이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지 않는 부류는 MBTI에 과몰입하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을 특정하고 자신의 MBTI와 잘 맞지 않는 성격이라고 해서 만남조차 거부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다. 이와 같은 이유로 좋아하지 않는 부류가 하나 더 있는데MBTI를 아예 신뢰하지 않는, 정반대의 사람이다. 이 부류는 대개 과몰입하는 사람들을 한심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두 부류는 하고자 하는 말은 다르지만 결국 방향은 같다.
개인적으로 MBTI를 좋아하지 않을 이유를 아무리 찾아봐도 없는 것 같다. 살면서 생긴 유행 중에 이만큼 건전하고 유익한 유행은 없다고 생각한다. 현대사회에서는 나를 한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MBTI만 한 게 없다. 또한 MBTI는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얻을 수 있다. 나는 옛날에 자기 객관화가 하나도 안되던 시절에 MBTI를 알고나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단점은 고쳐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유형마다 잘 맞는 직업이 있는데 그런 걸로 어느 정도 나의 진로도 잡을 수 있었고, 특히 나랑 다른 사람에 대해서 이해하고 잘 대할 수 있게 되었다.
MBTI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는 16개 유형의 특징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라면' 그 무엇보다 좋은 능력이다. 세상은 혼자 살아가지 않는다. 심지어 가장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낸 가족마저도 각각 성격, 성향이 다 다르다. 우리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인간이기에 타인을 누구보다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이점을 가진다. 각 MBTI 유형을 잘 알고 있다면 인간관계에 분명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전에 쓴 혈액형에 대한 글을 봤다면 MBTI도 바넘효과에 꽤나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넘효과란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성격 특성을 자신의 성격과 일치한다고 믿으려는 현상이다. 바넘효과에 매몰되지 않는 방법 중 하나는 결과지부터 읽고 테스트를 보는 것이다. MBTI는 이게 쉽다. MBTI는 혈액형과는 다르게 직접 테스트를 통해서 본인의 성격이 반영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테스트 전에 16개 유형의 결과지를 모두 보고 ISTP가 내 성격과 너무 판박이라 생각했고, 결과도 ISTP로 나왔다.
끝으로, 이 글을 제대로 이해했다면내가 전하고 싶은 말은 지피지기 '백전백승'이 아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
나에 대해서
MBTI 결과 - ISTP
나는 S가 굉장히 높게 나와서 혼자 있을 땐 망상을 잘하진 않지만 사람들과 있을 때는 N처럼 '만약에'라고 가정하면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P이지만 연애할 때나 여행할 때처럼 소중한 사람과 보내는 시간은 J처럼 계획적이게 된다.
다 너무 소름 돋게 나 그 자체다. 낯가림은 이제 없다.
마지막으로 나의 유일한 단점은 나의 느낌이나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것이다. 즉, 언어능력이 부족하다. 이런 경향이 단순히 글과 친하지 않아서인 줄 알았는데, 글쓰기나 메신저를 할 때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알고 보니 대부분의 ISTP들이 이런 언어능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그것을 알고 나자 약간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한편으로는 신기했다. ISTP들은 살면서 느끼는 모든 게 다 크게 와닿지가 않아서 뭐든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인드가 바탕에 있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이 거기서 거기라서 그런 것 같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건 언어 능력 향상인 것 같다. 뭐가 문제인지는 잘 안다. 그런데 말을 하기 전에 아무리 생각을 정리해도 말하는 와중에는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모르게 된다. 뇌에 과부하가 온달까? 성격상 노력하면 뭐든 반 이상은 가는데, 이건 아무리 노력해도 안된다. 재능이 없나보다ㅠ 그래도 인간이라면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하기에 어떻게든 노력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