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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클린 Dec 01. 2024

17. 이론으로 알아보는 폴리매스 교육 목표 III

직관적 판단 능력: 이중 과정 이론


       인간의 고유한 인지적 특성인 직관적 판단 능력은 폴리매스 교육이 추구하는 핵심 목표 중 하나이다. 직관적 판단은 복잡한 상황 속에서 빠르고 효과적인 결정을 내리는 능력으로, 유아기에 그 기초가 형성된다. 특히, 현대 사회는 예측 불가능한 문제 해결과 창의적 사고를 중시하며, 이러한 요구는 직관적 판단 능력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유아기의 직관적 판단 발달은 단순한 본능적 반응이 아니라 경험과 환경적 자극을 통합적으로 처리하는 고도의 인지적 과정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능력을 설명하는 데 가장 적합한 이론 중 하나가 이중 과정 이론(Dual Process Theory)’이다. 이 이론은 인간의 사고 과정을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하는데, 직관적 판단 능력을 이해하는 데 다음과 같은 중요한 틀을 제공한다.  

        

     이중 과정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사고 과정은 두 가지 주요 시스템에 의해 작동하는데, 각각 시스템 1과 시스템 2로 구분한다. 시스템 1은 자동적이고 빠르며 무의식적이고, 직관과 감각적 경험을 기반으로 작동하며,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활용된다. 시스템 2는 의식적이고 논리적이며 느리고, 복잡한 문제 해결이나 심사숙고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작동한다.    

 

     유아는 뇌의 발달 단계상 시스템 1에 의해 더 강하게 영향을 받는다. 이는 유아기에는 정보 처리 속도와 감각적 경험의 통합이 직관적 사고를 주도하기 때문이다. 시스템 1은 빠르고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직관적 사고로, 주로 본능적 반응과 반복된 경험에 기반을 둔다. 반면, 시스템 2는 느리고 논리적이며 의식적인 사고를 담당하지만, 이 과정은 더 많은 신경 연결과 복잡한 학습을 요구하므로 유아기에는 상대적으로 미숙한 상태에 머무른다. 유아의 뇌는 이 시기에 시냅스 생성이 활발하여 새로운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논리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은 아직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아는 복잡한 문제를 논리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즉각적이고 본능적인 방식으로 환경에 반응하게 된다. 따라서 유아기에는 시스템 1의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 직관적 판단 능력 발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시스템 1의 특징과 유아기 적용


     시스템 1은 빠르게 정보를 처리하고, 이전 경험을 바탕으로 즉각적인 결정을 내리는 능력을 포함한다. 유아의 경우, 제한된 언어적 사고와 경험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직관적 판단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유아가 낯선 환경에서 안전한 경로를 선택하거나 새로운 장난감을 사용하는 방법을 스스로 알아내는 모습은 시스템 1이 작동한 결과이다. 이러한 판단은 유아가 일상생활에서 경험한 다양한 자극과 학습의 누적 결과로 나타난다. 유아는 끊임없이 주변 환경을 탐구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통합하며, 이 과정에서 직관적 판단이 강화된다.     


시스템 2와의 상호작용


     유아의 직관적 판단 능력은 시스템 2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점차 정교해진다. 비록 시스템 2가 유아기에는 미숙한 상태지만, 시스템 1에서 축적된 경험은 시스템 2의 발달을 촉진한다. 이처럼 두 시스템은 상호 보완적이며, 유아가 반복적으로 경험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할수록 두 시스템의 협력은 강화된다.   

       

     직관적 판단은 이러한 두 시스템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지만, 유아기에는 특히 경험과 환경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아기의 뇌는 마치 작은 탐정처럼 세상을 탐구하며 배우는 시기인데, 이 탐정 놀이에서 중요한 도구는 바로 감각과 놀이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부드러운 솜, 까슬까슬한 모래, 미끌미끌한 젤리를 만져보거나, 새소리와 자동차 소리를 구분하려고 귀를 쫑긋 세우는 모습을 떠올려보자. 이런 활동은 아이의 뇌 속에 있는 빠르고 자동적인 생각 기계(시스템 1)를 활짝 깨우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은 단순히 재미있는 놀이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아이가 주변 세계를 이해하고 나름의 직관적 판단을 쌓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즉, "아, 이 느낌은 부드러우니 솜 같은 거구나" 혹은 "저 소리는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네"라고 스스로 판단하며 세상에 대한 작은 규칙들을 배우는 것이다.    

  

     침대에서 내려오다가 떨어져 본 아기들은 다음에 침대에서 내려올 때 신중한 행동 변화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침대에서 한 번 떨어진 경험이 있는 아기는 다음에 내려올 때 몸을 천천히 움직이며 손으로 바닥을 더듬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어떤 아기들은 아예 반대로 뒤집어서 배로 기어 내려오거나, 발부터 조심스럽게 내미는 등 스스로 안전한 방법을 찾아내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은 경험을 통해 학습한 결과다. 떨어진 기억이 아기에게 ‘높은 곳에서는 조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본능적인 반응이 아니라, 아기의 뇌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 해결 방법을 판단하고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유아기는 마치 기초 공사를 튼튼히 하는 건축과 같다. 이 시기에 다양한 경험과 자극을 주면 아이의 뇌는 평생 사용할 사고 체계를 멋지게 설계하게 된다. 아이가 감각 놀이를 통해 배울 때, 그냥 즐겁기만 한 것이 아니라 직관적 판단 능력을 발달시키기 위한 인생의 중요한 첫걸음을 떼고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이 이중 과정 이론은 유아기의 직관적 판단 능력을 이해하고 발달시키는 데 유용한 틀을 제공한다. 시스템 1은 유아가 직관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게 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감각적 경험과 환경적 자극을 제공하는 것은 유아 교육에서 필수적이다.     


     유아기는 직관적 판단 능력을 발달시키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이다. 이 능력을 바탕으로 유아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시스템 2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더욱 정교한 사고 체계를 형성하며, 평생에 걸쳐 중요한 사고 능력의 기반이 될 것이다.     


(*커버 이미지는 AI를 이용하여 생성하였다. GhatGPT 4.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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