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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클린 Nov 24. 2024

16. 이론으로 알아보는 폴리매스 교육 목표 II

공감 능력 발달: 존 볼비의 애착 이론


    아이들에게 부모는 어떤 존재일까? 먹을 것을 제공하여 생존을 돕는 존재, 말을 가르쳐주는 존재, 사랑을 주는 존재, 안전을 책임져주는 존재 등 다양한 부모의 역할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잘 보여주는 새끼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잘 알려진 실험이 있다. 


    1950년대 해리 할로우(Harry Hallow) 교수는 새끼 원숭이를 태어나자마자 어미의 얼굴을 모르는 채로 분리한 후 두 가지의 어미 원숭이 모형을 준비했다. 하나는 철망으로 만들어진 원숭이 모형에 우유병을 매달아 놓았고, 하나는 철망으로 만들어진 원숭이 모형을 우유병이 없이 포근한 천으로 감쌌다. 기존 학계에서는 생존을 위한 생리적 필요의 충족에 의해 애착이 형성된다고 보는 이론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당연히 새끼 원숭이가 우유병을 달아 놓은 철망 원숭이 모형으로 가서 오래 머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새끼 원숭이는 처음에 잠깐 철망 원숭이에게 가서 우유를 먹고는 곧바로 천으로 감싼 원숭이 모형으로 가서 18시간을 달라붙어 있었다. 또한 위협 상황에 놓여 있을 때도 새끼 원숭이는 천으로 감싼 원숭이 모형에 안겨 정서적 안정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이 실험은 지금까지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데, 결국 인간에게도 생물학적 필요보다 정서적 안정감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해리 할로우의 새끼 원숭이 실험은 영국의 심리학자 존 볼비(John Bowlby)의 애착 이론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연구였으며,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생리적인 필요만큼 심리적 안정감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존 볼비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어쩔 수 없이 부모와 떨어져 시설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정서적 문제를 관찰하면서, 인간 발달 초기 단계에서 부모 혹은 주 양육자와의 정서적 유대가 아동의 심리적 안정감과 사회적 관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애착 이론을 주장했다. 애착은 부모와 아이와의 정서적 유대 관계를 뜻하는데, 어려서부터 양육자가 아이가 보내는 신호(울음, 표정의 변화 등)에 민감하고 일관되게 반응하게 되면 안정 애착이 형성된다는 것이 그의 이론이다.


    지금은 매우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당시에는 아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주면 버릇없는 아이로 자랄 것이라는 생각이 팽배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 또한 획기적인 주장이었다. 안정 애착을 형성한 아이는 정서적 안정감이 높아져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공감 능력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이에 적절히 반응하는 능력으로, 애착 관계를 통해 형성되는 정서적 기반에서 발전하게 된다. 부모의 따뜻한 사랑과 긍정적인 반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스스로를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로 인식하고, 타인의 감정 또한 소중히 여길 줄 알게 되어 공감 능력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유치원에서 학부모 상담을 할 때 직장맘들이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것을 종종 경험했다. 어떤 엄마는 아이의 작은 문제 행동조차 모두 바쁜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아이가 부모와 분리되는 경험은 어린 연령대의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물리적인 시간의 양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양육자가 아이와 시간을 보낼 때 얼마나 깊이 교감하고 아이의 감정과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가이다.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아이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며 따뜻한 감정을 나눈다면, 아이는 충분히 안정 애착을 형성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공감 능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모가 아이와 깊고 안정적인 정서적 애착을 형성하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1. 매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눈 맞춤하기:

    부모가 아이와 이야기할 때 눈을 맞추며 진심으로 경청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자신의 존재가 소중히 여겨진다고 느낀다. 예를 들어, 아이가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할 때 “그랬구나, 정말 재미있었겠네”라고 반응하며 공감을 표현하면 아이는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얻는다. 또한 아이의 작은 표정이나 행동의 변화에도 긍정적이면서 민감하게 반응해 주고 기분을 알아주면 아이는 자신이 감정이 존중받고 이해받는다고 느끼며 부모와의 유대감이 깊어지게 된다.


2. 스킨십과 애정 표현 자주 하기: 

    스킨십은 아이와의 정서적 유대를 강화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모가 아침에 아이를 꼭 안아주거나, 잠자기 전 손을 잡아주며 "오늘도 잘했어, 사랑해"라고 말해주는 것은 질적인 애착을 형성하는 좋은 방법이다. 작은 애정표현과 스킨십에서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느끼고 사람 간의 신뢰를 배운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새끼 원숭이 실험 영상은 지금도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아직 본 적이 없는 분들은 꼭 보시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아이들에게 스킨십이 애착 형성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를 느낄 수 있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허리가 아프게 되어도 포대기를 사용하여 아기를 업어 키우던 우리 선조들의 자식 사랑이 곧 육아의 지혜였음을 깨닫게 된다.


3. 아이의 감정에 공감하며 적절히 반응하기: 

    아이가 화를 내거나 울 때, “왜 그래?”라고 다그치기보다는 “네가 지금 속상해서 그런 거구나. 엄마가 도와줄게”라고 말하며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고 달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하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이해받는 것으로 느끼고, 앞으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부모가 자신에게 반응해 주는 것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감정을 헤아리는 공감의 능력을 키우게 된다. 


4. 잠깐이라도 함께하는 놀이 시간 갖기: 

    부모가 아이와 함께 놀며 진정으로 즐기는 모습은 아이에게 큰 안정감을 준다. 놀이를 통해 아이는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며 정서적 교감을 쌓고,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저녁 식사 후 20분 정도 블록 놀이를 하거나 포근한 이불 놀이를 하면서 부모가 즐겁고 적극적으로 놀아주면 아이는 온몸과 오감으로 부모의 사랑을 느끼게 되고, 그러한 부모와의 유대를 바탕으로 자신감과 자존감을 키우게 된다.


    결국,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물리적 시간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정서적 유대이다. 이러한 유대를 통해 애착을 형성하고 공감 능력을 갖춘 아이들은 건강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며 협력하는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다. 이것은 폴리매스 교육에서도 중요한 목표로, 공감 능력을 바탕으로 다각적인 사고와 협력적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데 매우 중요한 기초가 될 것이라 믿는다.


 (*커버 이미지는 AI를 이용하여 생성하였다. ChatGPT 4.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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