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버틴 하루 끝에서, 다시 숨을 고르는 연습
늦은 밤이 되면 창문을 조금 열어두곤 해. 하루 동안 쌓인 생각들이 방 안에 가득 차서, 숨 쉬기가 조금 벅차질 때가 있거든. 그럴 때 바깥 공기가 천천히 들어오면, 내 마음도 따라 조금씩 식어가.
나는 가끔 내가 너무 많이 애쓰며 살았던 건 아닐까 생각해.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려고, 혹은 스스로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려고. 그렇게 살다 보니 어느 순간 ‘나는 괜찮은가’라는 질문은 맨 뒤로 밀려나 있더라.
사람들은 말해. 열심히 살면 된다고. 최선을 다하면 후회는 없을 거라고.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야. 하지만 열심히 사는 동안 우리가 놓치는 것들도 있더라. 느리게 걷는 법,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침묵.
어릴 적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어. 내가 원하는 걸 마음껏 선택하고, 아무 눈치 보지 않고 살아보고 싶었거든.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고 나니 선택에는 책임이 따라왔고, 자유에는 외로움이 따라왔어. 그래서 알게 됐지. 우리가 바라던 삶이라는 건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걸.
어느 날 문득, 예전에 좋아했던 노래를 다시 들었어.
그때의 나는 아무 걱정도 없어 보였고, 세상이 꽤 넓어 보였지. 그 노래를 들으며 나는 잠시 그때로 돌아갔어. 아직 서툴렀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가벼웠던 시절로.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를 보면 뭐라고 할까.
“왜 이렇게 조심스러워졌어?” “왜 이렇게 많은 걸 계산해?” 아마 그렇게 말하지 않을까.
나는 대답해주고 싶어. “그만큼 많이 겪었거든.” “그만큼 많이 아팠거든.”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아이에게 조금 미안해. 용감하던 마음을 조금씩 접어두고 살아온 것 같아서. 우리는 자라면서 상처를 피하는 법을 배우지. 넘어지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실망하지 않으려고 기대를 줄이고. 그게 나쁜 건 아니야. 그건 살아남는 방식이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안전한 삶’에 익숙해져서 설레는 일을 멀리하게 되더라. 괜히 시작했다가 또 상처받을까 봐. 괜히 기대했다가 또 실망할까 봐. 그래서 나는 요즘 작은 연습을 해. 거창한 도전 말고, 작은 용기 하나. 말하고 싶었던 말을 한 문장 꺼내보고, 하고 싶었던 일을 하루 10분만 해보고, 괜히 보고 싶던 사람에게 안부를 물어보고.
그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마음 어딘가에서 조용히 불이 켜지는 느낌이 들거든. 우리는 늘 대단해지려고 애쓰지만, 사실은 다시 살아나는 게 더 중요한지도 몰라. 누군가를 이기는 게 아니라 어제의 무기력을 이기는 것.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니라 내 마음 하나를 밝히는 것.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성장 아닐까.
나는 아직도 가끔 내가 부족하다고 느껴. 남들보다 느린 것 같고, 더 멀리 가지 못한 것 같고. 그럴 때마다 창문을 다시 열어. 밤공기가 스며들면 생각도 조금 맑아져. 그리고 조용히 말해. 괜찮아. 지금 속도도 나야. 지금 모습도 나야. 우리는 늘 완성형이 아니고, 늘 진행형이니까.
오늘이 조금 흔들렸다고 해서 내 삶이 틀린 건 아니야. 오늘이 조금 느렸다고 해서 내가 뒤처진 건 아니야. 삶은 경주가 아니라 숨이라고 믿어. 빠르게 몰아쉬는 날도 있고, 천천히 고르는 날도 있고, 가끔은 깊게 들이마셔야 다시 걸을 수 있는 날도 있지.
그러니까 너무 세게 살지 않아도 돼. 조금 느슨해도 되고, 조금 모자라도 되고,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우리는 이미 충분히 애쓰며 살아왔으니까.
오늘 밤, 창문을 조금 열어두고 바람이 스며드는 걸 느껴봐. 혹시 마음속 어딘가에서 아직 꺼지지 않은 작은 불빛이 있다면, 그걸 지키는 것만으로도 너는 이미 잘 살고 있는 거야.
2026년 3월 3일 "오늘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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