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에 걸린 공주

by 필제

옛날옛적 어는 왕국에 예언이 내려졌습니다.


[ 공주가 16세가 되던 해 위기해 처한 공주를 왕자가 구해주며 둘은 사랑에 빠질 것이다 ]


신의 계시에 사람들은 축제를 열며 기뻐했습니다.

단 한 명 마녀만 빼고 말이죠.


처음에는 그 마녀는 코웃음을 쳤습니다. 위기에 처할 때면 인간들은 늘 마녀의 도움을 받곤 했으니까요.


마녀는 늘 그렀듯 인간들이 그를 찾아올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마녀를 찾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축제를 벌이고 기뻐하고 있었습니다. 출처모를 예언을 믿고 신나 있었죠. 심지어 그들은 신을 숭배하기 바빴습니다.

"한낮 인간 따위가 공주를 구할 거라고? 어디 그 뻔뻔한 낯짝을 봐야겠는데"


마녀는 당장 왕자가 있는 성으로 날아갔습니다. 그 시각 왕자는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밤이니까요.

창밖에 번개 한 줄기가 내리쳤습니다. 그러자 빛이 환하게 일어 자고 있던 왕자의 얼굴이 드러났습니다.


순간 마녀는 사랑에 빠졌습니다.


집으로 돌아간 마녀는 소문 따위를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자 사람들의 입소문에 마녀는 점점 예언을 믿어가고 있었답니다.


왕궁 안에 거래하러 오는 마녀의 얼굴을 제대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늘 깊은 후드에 전신을 가리는 검은 망토로 온몸을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죠.


마침 왕자가 왔을 때, 마녀는 마법을 걸어 뒤뜰정원에 도착하게 만들었습니다. 그곳에는 공주가 미리 와있었습니다. 둘은 사랑에 빠졌답니다.


*

”왜 이렇게까지 분개하는 거야? 평범한 공주와 왕자의 사랑 이야기잖아 “


"그 저주가 진짜일리가 없잖아! 얼굴도 이름도 서로 모르는 인간 둘이 사랑에 빠진다는 게“


”첫눈에 반했나 보지 뭐 “


"왜 그렇게 쉽게 믿는 거야? 왜 이렇게 순진한 거지? “


'무언가 잘못되고 있어’


마녀의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답니다. '이 저주의 기운은 틀림없이 공주에게서 나오고 있는 거야'


마녀는 독이든 솥에 사과를 묻혔다. 그리고 솥에 빠진 사과를 들어 올렸다.


'이걸 먹으면 공주는 죽고 말 거야, 하지만 공주가 죽으면 왕자가 슬퍼할 테니까, 아주 조금만 희망을 넣어줄까' 생각하곤 마녀 아멜리아는 솥에 얇은 종이 하나를 넣었습니다.


'진심’


물론 얇은 종이는 솥에 반쯤 담기기도 전에 사라졌지만, 마녀는 처음으로 직접 공주를 만나기 위해 배웅을 나갔습니다. 그리고 공주를 시기했던 마녀는, 질투에 눈이 멀어 그만 자신이 만든 독사과를 먹였습니다.

*


4. [ 공주 ]

옛날옛적 어는 왕국에 예언이 내려졌습니다.


[ 공주가 16세가 되던 해 위기해 처한 공주를 왕자가 구해주며 둘은 사랑에 빠질 것이다 ]


소문은 와전되어 공주가 죽을 위기에 처한다는 식으로 퍼져나갔습니다.


다들 그 예언이 실제로 일어날 것처럼 행동했지만, 공주는 그런 소문 때문에 마녀를 멀리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마녀가 건네는 사과를 의심 없이 베어문 것은,



떨어진 건 사과였지만, 죽은 건 공주였다.


같은 독을 먹었지만,

( 같은 독을 맞봤지만, )

사과는 썩었고, 공주는 늙지 않았다.


그 안일함 때문에 모두가 위험에 처했할 거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로 말이다.


그 첫 호의를 놓치기 싫었다.


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생각해 보면 그 첫 호의가 달콤할 리 없는데도,

사과는 달았다.


공주는 단잠에 취했다.

*


7. [ 왕자 ]

기사와 병사들은 하나같이 쓰러져있었다. 왕자는 서둘러 성안으로 들어갔다. 넓은 왕국 안에 오직 왕만이 왕자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 주위에는 수많은 병사들이 쓰러져있었다.


"아버지. 이게 다 무슨 일입니까? “


그러자 왕은 예상한 일이라는 듯이 말했다


"시간이 없다 왕자, 잠든 공주의 탑에 가서 그녀를 깨워. 그러면 모두..."


왕은 그 말을 끝으로 쓰러졌다


"아버지! “


그때 전쟁과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나타났다


"모두 잠들었다 공주를 찾아간다면 마법이 풀릴 것이다"


공주를 구하러 가는 왕자에게 변장한 신 하나가 다가왔다


"자네도 공주를 구하러 가는 왕자인가? 난 오랫동안 기사로 일한 적이 있네. 왕성으로 가는 길은 아주 잘 알지. “


"이쪽 길을 따라가다 보면 갈림길이 나올 거야 반드시 왼쪽 길로 먼저 들어가야 해 “


“왼쪽 길엔 무엇이 있죠?”


"그 집엔 마녀가 살고 있네만, “


"마녀의 심장을 찌르면, 성안에 걸려있던 저주가 풀릴 걸세. 자넨 그때 공주를 깨워. 시간이 없어

행운을 빌지"


노인은 말을 마치고 사라졌다.


신은 마녀가 왕자의 기척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만들었고, 왕자는 마녀의 뒤에서 나타나 조심히 다가갔다.


둘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 왕자는 마녀의 심장부근 찔렀다.


하지만 이미 한번 심장을 버린 마녀는 죽지 않았고, 성에 걸린 마법 또한 풀리지 않았다.


왕자는 공주를 사랑했고, 검술에 능했지만, 그거랑 별게로 누군갈 죽여본 적이 없었다.


난생처음 그는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꼈다.

소문과는 달리 마녀는 늙어 보이지도, 흉측하지도 무서운 인상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왠지 검을 쥔 손이 덜덜 떨리는 것은, 마녀가 했던 만행을 알고 있기 때문인 걸까?


'공주님이 깨어나지 않으신대!'


'마녀가 건네는 사과를 먹었다던데?‘


’ 후드에 가려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어려 보이는 인상이었다는 군’


'조심해 흉측한 모습을 가리려고 마법을 쓴걸 수 도 있어’


'예언대로라면 왕자가...‘


아무런 힘도 권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한평생 왕실 후계자로 대우받으며 살던 곳을 떠나와야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식은땀이 흐르고 등골이 오싹해졌다. '누군가와 싸워 죽여야 한다는 건 이건 느낌인 건가'


어쩌면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을 긴장감이 공기를 덮쳐왔다.


’ 난 신의 계시를 받고 있어 ‘

’ 난 신의 계시를 받고 있어 ‘

’ 난 신의 계시를 받고있............ 근데.... 왜.. 살아있지?‘


커헉!


살이 찢겨나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뜨거운 액체가 쉴 틈 없이 여기저기서 뿜어져 나왔다.


의식을 차릴 틈도 없이 의식을 잃었다. 손도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걸 그는 그제야 깨달았다.


모두를 구하는 영웅. 그 대가를 홀로견대야할 일이라는 걸 알았다면, 절대 그삷을 부러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쓰러진 사람들, 꿈속에 심취해 있는 그들 속에 함께 눕고 싶었다.


위대한 영웅 따위가 아니라 비열한 겁쟁이이고 싶었다.


오래 전의 예언. 반쯤은 농담으로 넘겼던 바로 그 한 줄


'왕자는 위기에 처한 공주를 구하고 사랑에 빠지리라’


마녀가 그의 심장을 빼냈을 때, 그는 이미 왕자가 아니었고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았다


*

몇 백 년의 시간 속에서 악마의 목소리가 왕자의 여정에 함께했습니다.


'결국 넌 아무도 구하지 못해, 고통만 남을 뿐이지. 그러니 이만 포기해.'


반복된 과거에 왕자는 울부짖었다.


”신이 내린 축복이라 여겼습니다 이번생을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공주를 깨우고 왕국을 구할 거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이건 저주예요. “


”매일 같은 두려움과 고통에 눈을 뜹니다 하지만 기적은 오지 않아요 예언 속 모두를 구하는 왕자는 데체 어디로 간 거죠? 사랑에 빠진 것조차 운명이 정해준 일이라면 이것 역시 그래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


마을엔 잠들지 않은 사람들이 남아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왕자에게 말했다.


”전부 잠들었어요. 이대로면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지도 몰라요. 왕자님 어서 마녀를 무찔러 주세요. “


”제가 진다면요? 제가 마녀와의 전투에서 져서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면요? “


”말도 안 돼요,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죠? “

”제가 진다면 그땐 당신이 왕국을 위해 저 대신 나서 주실 겁니까? “


”무슨 그런 말씀을! 저흰 검술을 배운 적도 무술을 할 줄 아는 것도 없답니다. 마녀에게 한입거리밖에 더 된다고요. 게다가 신의 은총을 받은 것은 왕자님뿐이잖아요, 제가 만약 신의 은총을 받았더라면 전 당당히 마녀를 죽이고 저주를 풀었을 거예요. “


”신의 은총이 뭡니까? 출처도 모를 소문?! 고작 그거 때문에?? 이봐요 난 검좀 쓸 줄 아는 평범한 인간입니다. 나도 마녀에겐 한입거리도 되지 않아요 “


”........ “


”당신은 그냥 하기 싫은 일을 은총이란 명목을 붙여 떠맡기는 게 아니고요?! “


지친 왕자는 모든 것들을 원망하기 시작했습니다

”왜? 왜 모두 저만 남기고 잠들어버린 거죠? 사랑한다며, 영원히 함께할 거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이 중요한 순간에 저만 남기고 잠들어버린 신 건가요?! “


”왜? 당신이 의심 없이 받아 문 사과 때문에, 그렇게 무책임하게 잠들어버린 당신 때문에, 내가 희생을 해야만 하는 거죠? “


”출처모를 소문을 진실처럼 믿은 사람들 때문에 왜 제가 책임을 져야 하나요?! “


”애초에 이 희생이 결실을 맺을 수 있기는 한가요? 저주를 풀고 왕국을 구하는 엔딩이 오긴 한가요?! “


왕자가 절망에 빠졌을 때 누군가 그를 불렀습니다.

'이봐, 지나가는 나그내에게 호의를 베풀어주지 않겠나?'


말을 건 상대는 고작 5살 남짓되어 보이는 아기였다. 하지만 그가 허스키하고 굵직한 30대 남자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검은 망토를 두른 채, 빈 통을 내밀었다

”넌 마녀인가?”


“그래 망할 어떤 놈이 어려지는 약을 풀어놓는 바람에 이 꼴이야. 덕분에 난 갈 곳도 잃었네, 전재산이라곤 이 옷밖에 없어”


왕자는 이내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사람들이 잠들었다고 도난이 많던데”


“도난? 훔친단 말입니까?”


“그래 뭐 상관없지, 다들 자느라 모르니까 말이야, 물론 난 그게 얼마나 쓸데없는 일인지 잘 알아”

“..... 왕자는 왕국을 구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아 그 예언 말인가? 난 그걸 말한 게 아니야. 만약 사람들이 깨어난다면 당연히 그들은 죄를 묻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그 일을 시작한 몇몇으로 인해 그 수는 더 많아지고, 각종 범죄에 더 많이 노출되겠지. 사람들은 모르고 있어, 아니 어쩌면 알고 있을 수도 있지. 범죄에 노출 된 이 세상의 엔딩은 비극 뿐이란 걸 말이야.”


“앞으로 당신은 어떻게 할 겁니까?”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일단 최대한 돈을 모으기 위해 한동안 여기 있을 예정인데”


“돈을 구하지 못한다면요?”


“이봐 자네는 내가 뭐 하는 것 같아 보이지? 푼돈이나 벌려고? 어차피 이곳 사람들은 마법 같은 것에 관심이 없어. 돈이 되는 것이라면 모를까, 그들이 관심을 보일 땐 보다 편하게 이용해 먹기 위해서지. 게다가 사람이 없는데 일자리가 어떻게 존재해? 그럼 난 어떻게 돈을 벌지? 그냥 이렇게라도 해보는 거야”


혼란해진 세상에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것은 왕자만이 아니었다. 그 사실이 왠지 위안이 되었다


“하고자 시도하는 일에 계속해서 실패한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거야 쉽지. 변화를 주는 거야 계속해서 실패했다면, 그것에서 공통점을 찾아, 그리고 그 공통점을 버리고 새로운 걸 끼우는 거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이야 해내겠다는 마음가짐. 난 그거면 충분하다고 봐”


왕자의 눈앞에 있는 마녀는 절망적인 상황에도 살아가고 있었다 굶어 죽는 아이들도 ,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왕자는 나그네에게 동건 한 닢을 건네며 말했다.


“제가 아직은 이것밖에 없습니다. 저는 왕국을 구할 겁니다. 그러니 그곳으로 가세요. 당신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이보게 날 뭘 믿고 그러나?”


“당신은 방금 나라를 구하기 거부하는 한 명의 기사를 변화시켰습니다 그러니 왕국의 저주가 풀리면 그 공은 당연히 당신의 몫입니다”


‘좁은 세상을 보고 있었다 그는 돌아가서 할 일이 생겼다’


기억 속 그는 공주를 사랑했고,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했다. 모든 것이 순조롭기만 했다.


사랑했기에 예언 속 문구가 어떻든 상관없었다. 헤쳐나갈 자신이 있지 않았던가.


"그래 나는 책임을 져야 해 “


"영영 깨어나지 못할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왕국을 구해야 해 “


악마의 목소리가 또다시 왕자의 여정에 함께했습니다


”넌 아무것도 얻지 못해, 네 희생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결국 고통만 얻을 뿐이지. 그러니 그만 포기해 “


”상관없어요. 어떤 대가를 치르건, 저는 왕국을 구할 겁니다 “


마침내 왕자가 두려움을 딛고 일어났을 때


마녀의 마지막 조건이 발동되었다


[ 희망, 그것은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 ]


마녀가 죽고, 왕자가 나타났습니다. 왕자는 높디높은 왕궁의 맨 꼭대기에 잠들어있는 공주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는 공주의 관 위에 흰 장미 한 송이를 놓았습니다. 한동안 그는 그곳을 떠나갈 줄 몰랐습니다.


이어 눈물 한 방 울이 관을 감싸 안고 있던 흰 잎사귀에 떨어졌습니다.


그러자 관이 열리고 공주가 눈을 떴습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순간이었습니다

( 오랜 저주에서 깨어난 순간이었습니다 )


'늦었습니다 공주님'


햇살처럼 가벼운 미소가 서로를 보며 인사를 나눴습니다


그는 공주의 손등에 살며시 입을 맞추었습니다.

왕국은 금세 평화를 되찾았습니다.


새들이 지저귀고, 나비가 춤을 추는 이곳에서

아기 꽃사슴과 들꽃들이 푸르른 우리를 이루며

싱그러운 햇살에 다시 찾아온 봄을 기뻐하고 있었답니다

(왕궁에서 만나기로 했던 마녀는 찾을 수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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