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 뭐보냐?! 이걸왜봐?!! 놔봐 씨발
일진이 독자가 읽던 소설책을 빼앗는다.
전지적 독자 시점. 줄여서 전독시를 왜 10년 넘도록 읽었냐고요? 유중혁이 부러웠거든요. 유중혁과 동료들은 무자비한 적들을 단숨에 제압했고, 괴수들과의 씨움에서도 절대 물러서지 읺았습니다.
일진: 이걸로 서로를 싸울건데, 이긴 사람은 오늘부터 자유. 왜 혼자만 살려니까 고민되냐? 야, 됐어. 하기 싫으면 하지마. 근데 난 이기면 어떻게 되는지 분명히 얘기 했다?
나레이션: 그때 전 분명히 유중혁처첨 강해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지하철역. 평범한 회시원들이 걸어간다. 김독자도 함께 걸어간다.
나레이션: 이제 이야기도 막을 내릴때가 되었네요. 작가님. 그런데 왜 마지막 생존자는 유중혁 한명 뿐이었나요? 모두가 죽고, 혼자 살아남은 결말이 데체 무슨 의미가 있나요?
언젠가 유중혁이 그랬었죠. 내가 살기위해 누군가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고. 전 동의 못하겠습니다.
그러니 작가님. 제가 다시 쓴 이 이야기를 한번 읽어봐 주시겠어요?
메일을 보내는 독자. 작가에게 답장을 받는다
ㄴ 전 그런 내용 쓴 적 없는데요. 아무래도 다른 작가분과 착각하신 듯 합니다.
나레이션: 그렇다. 이건 내가 즐겨읽던 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 줄여서 멸살법이라 불리는 웹소설 내용이다. 여러 웹툰과 드라마화까지된 인기작인 전독시와 다르게. 독자가 한명밖에 없다. 그게 바로나다. 이름: 김독자. 나이: 스물 셋. 어중간한 대학을 나온 뒤,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그리고 내가 멸살법의 작가다.
처음엔 이런 식의 홍보용 메일로 독자 몇명을 포섭하는데 성공했만, 이런식의 홍보는 요즘 소용이 없는 모양이었다. 많이 들어와도 10명 안팎에, 단 10화까지 읽고는 냅다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난 오늘도 10화를 수정하기에 이른다.
전화가 울린다.
김독자: 예, 여보세요?
나레이션: 이 애는 김미애. 내 친구다.
미애: 넌 이게 문제야. 벌써 문장부터가 호불호를 씨게 탄다고. 봐. 민수가 강아지를 집어던졌다. 알고보니 그건 강아지 모양의 케이크였지만. 강아지들은 진짜인 줄 알고 하나둘 전력을 다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게 데체 뭔 말이야?! 장난해?!! 지금 이딴 걸 읽으라고 준거냐!!!
김독자: 뒷부분까지 읽어봐, 거대한 반전이 나온다고!!
미애: 뭐, 도망치던 강아지가 사실은 강아지 모양의 로봇 스파이였다는 거? 민수는 그 사실을 알고 케이크를 집어던져 내쫓았던 거였다는 거고??
나레이션: 사실이건 내 차기작이다. 최대한 반전을 많이 넣으려다보니...
김독자: ...그래서 어때? 재밌지않아?!
미애: 아니, 전혀!!! 너 멸살법도 이런 식으로 썻니?! 정말 최악이야!!
그날 저녁
일찐과 얽혔던 과거 악몽이 나오고 꿈에서 깨는 김독자.
허억! 벌써 아침이다.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사람들이 수근거린다.
수빈: 선배님. 이거 진짜예요?
김독자: 잠이 덜깬채 멍하니 있다가. 화들짝 놀라며
김독자: 어, 어?
수빈: 유명 작가들에게 꾸준히 홍보용 메일을 보낸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 이름도 김독자래요! 혹시 선배님 이세요?! 여기 보세요!! 문자 내용도 다 공개되어 있는데...
김독자: 으아악!!
수빈: 괜찮으세요?
김독자: 아니, 아악...! (머리를 쥐어뜯으며)
띠링. 문자가 온다.
ㅡ 웃기네. 네가 그런 메일을 다보내고.
발신인을 확인하고는 얼굴이 굳는 독자
과거를 회상한다.
일진이 가위를 나눠 두며 독자와 명수에게 눈짓을 보낸다.
일진: 해봐, 이긴 사람은 깨끗하게 보내줄 테니까.
명수 가위를 집어들고는 독자에게 다가간다.
독자: 너...뭘 하려는 거야?!
명수: (속삭이며) 가만히 기다려..
손을 위로들고는 금방이라도 칠 것처럼 내리치는 명수.
독자: 하지마!!
가위를 들어 방어하려다 명수의 머리를 쳐버린 독자. 쓰러진 명수. 머리에서 피가 흐른다.
응급차에 실려간 명수.
명수 집에 찾아간 독자. 명수 여동생 명기는 다짜고짜 뺨을 때린다.
여동생: 꺼져.
나레이션: 그날 이후로 일진들의 괴롭힘은 사라졌지만, 내게는 살인마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나레이션: 어릴적 제게 힘이 되어준건, 강한 힘을 갖고, 적들을 물리치는 주인공이였습니다. 한때, 유중혁이 무적인 것처럼 느껴져서 저도 나중에 강한 사람이 되기를 원했죠. 하지만 이젠 그게 다가 아니란 것을 압니다.
명기: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지. 뭐? 너는 혼자서 잘 살아남아놓고 뭐?! 모두가 죽고, 혼자 살아남은 결말이 데체 무슨 의미가 있나요? 웃겨 아주.
나레이션: 전에는 모든 상황이 제 탓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꼭 그런 것도 아니었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날의 진실을 말했습니다.
카페
명기: 하..! 그걸 왜 지금 말해?! 실수였다고?그러면 내가 네 말을 믿을 것 같아?!!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명기.
집
미애: 웃기네.
독자: 웃기지?
미애: 어릴적 의도치않게 혼자만 살아남은 트라우마 때문에, 현재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모르겠다고? 왜 너 혼자 살아남았다고 생각해? 더 넓은 세상을 봐!!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남기위해 애쓰고 있어.
나레이션: 그래요. 짧막한 도시의 야경과 매일 똑같은 표정으로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 빵빵 거리며 경적을 울리는 빽빽거리는 차들까지. 모두 세상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애: 네가 바꿀 수 없는 과거에 얽매이지말고, 앞으로 개척해나갈 미래를 봐! 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앞으로의 네 삶은 어떻게 달라졌으면 좋겠어?
김독자: 벼락부자가 되고싶어.
미애: 그게 아니잖아! 이 바보야!!
다음날
깅을 가다. 일진들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는 학생을 발견한다.
일진: 걍 하라면 해라. 왜? 하기싫어?? 응?!!
학생1: ......
김독자: 야, 뭐하냐?! 어서집에 가자
학생1을 이끌며 그곳에서 나가는 독자.
일진: 잠깐. 아저씬 뭐야? 뭔데...
김독자: 애 친형. 할말 끝났으면 가라.
골목 모퉁이를 막 빠져나왔을때, 전화기가 울린다.
김독자: 내 연락처야. 위험하면 전화하고. 예 여보세요?
김부장: 어디야? 지금 10시가 넘었는데, 왜 안와?!
김독자; 죄송합니다. 부장님. 지금 가겠습니다.
나레이션: 제가 되고싶은 사람이라..,확실히 정했습니다. 제가 되고싶은 사람은 유중혁처럼 강하지만, 남들을 돕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지금처럼요.
김부장: 후딱 튀어와!!
김독자: 예, 죄송합니다.
뛰어가는 김독자. 회사에 헉헉대며 간신히 도착한다.
다음날
수빈: 왠일이예요. 선배님? 프린터에다, 커피까지 챙겨놓고?
김독자: 열심히 살려고요. 마침 일찍 오기도 했고, 할 일도 없으니까 겸사겸사?
수빈: 그런 것 치곤 일주일 째신데요? 다들 선배님 눈에띄게 달라졌다고 소문이 자자해요. 왜, 전에는 눈에 잘 안띄는 타입이였는데...지금은 한눈에 봐도 딱!! 근데 다들 감사해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던데..그러면 손해 아니에요?
김독자: .......뭐, 손해보고 사는 것도 나름 괜찮아.
나레이션: 남들을 돕겠다는 신념이 밑바탕이되어 기반을 다져주고 있습니다. 당분간 이 삶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네요.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충분히 가치있는 삶이니까요.
김독자의 집
TV를 틀자, 김독자 본인이 모자이크처리되어 화면에 잡힌다.
김독자: 남들에 비해 특출난데가 없었던 전, 어중간한 대학을 나와, 어중간한 회사에 입사 했습니다. 매일같은 평범한 일상들. 출근하고, 집에와 눈을 붙이면, 다시 날이 밝아오고, 출근하는, 그런 일상이 어느순간 지겨워졌습니다.
그러다 문득 과거 어린시절을 회상하면서, 어릴적 재밌게 읽었던 소설을 다시 접 할 기회가 생였습니다. 지금보니 꽤나 유치했던 내용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그 소설이 고마웠습니다.어릴적 힘든시기를 겪었을때, 저의 유일한 버팀목이 되어주었으니까요.
그이후로 전 소설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안고,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결과는 대실패. 어느순간부터 저는 제 이야기를 봐줄 독자를 찾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생각해낸 방법이..홍보용 이메일을 보내는 거였죠.
지금 생각해보면 전 그때, 제 삶에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글을 써서 유명한 작가가 되었다는 친구도, 대학 잘나와서 대기업 다닌다는 친구도, 사업이 번창하다는 친구도, 주식이 대박났다는 이야기도 모두 꿈만같은 일이지요. 그런 꿈만같은 일들을 경험해본 남들이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저도 더높은 자리에 딛기 위해 준비도 없이 작가의 자리에 뛰어들었습니다. 왜 하필 작가였는지는 큰 이유는 없었습니다. 단지 리스크가 없어보였고, 저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경쟁자들은 너무나 치열했고, 독자 1명 모으기도 힘들었죠.
그런데 어느날 친구가 이런 질문을 하더라고요. 저더러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요. 그저 위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고있던 전, 그 말에 멈칫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었거든요.
그때 알게되었습니다. ' 재벌이 되는 것보다, 내가 어떤 영향력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지가 되게 중요하다.' 라는 것을요.
저는 딱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지 않더라도, 작고 사소한 일에도, 도움의 손길을 여지없이 내밀어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힘든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의 영향을 끼쳐드릴 수 있는 그런 사람이요.
웅장하면서 신나는 브금이 흘러나온다. tv의 맞은 편 소파에 앉아있는 김독자의 얼굴을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