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짐
스무 살, 성인이 되는 첫날부터 적지 않던 다이어리를 쓰겠다고 다짐했다.
나에게 소중하고 특별한 성인으로서 첫걸음을 일기에 기록하여 평생 기억해야지라는 다짐으로 신중하게 다이어리와 펜을 골랐다.
매일 쓰겠다는 다짐은 오래가지 못했지만 드문드문이라도 특별한 날이 있다면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십 년이 넘게 다이어리를 작성해 왔다.
처음 일기는 슬프고 화난 감정을 마구 작성하는 감정쓰레기통이 되었다.
그런데 다시 일기를 읽을 때 그때 안 좋은 감정이 복기되는 게 싫어 몇 년 전부터 감사일기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굳이 안 좋고 힘든 기억을 일기에 남길 필요가 있을까?
즐겁고 감사한 일들을 작성하고 다음에 내 일기를 보면 내 인생이 이렇게 즐거웠구나 감사한 일들이 많았구나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몇 년간 강박적으로 퇴근 후 감사한 일을 생각하며 일기를 쓰고 정말 사소한 일이라도 감사하며 살 수 있었다.
하지만 퇴근 후 일기 쓰기라는 루틴이 쓰지 못한 날 스트레스가 되는 게 싫었다.
일기가 즐거운 취미였는데 일이 되어버렸다.
일이 되니까 쓰기가 싫어졌다.
그렇게 2024년 다이어리가 텅텅 비게 되었다.
즐겁고 감사한 일이 많았는데 기록하지 않으니 기억하지 못했다.
내 인생을 아끼고 사랑해서 기록하고자 했던 스무 살의 나를 다시 기억해서 감사일기를 다시 시작하기로 다짐한다.
앞으로 다시 오지 않을 나의 가장 젊은 날을 기록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