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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나 Nov 02. 2024

그리움의 파도

숨쉬기

아마도,

우리 모두 한 명쯤은 그리움 속에 묻어두고 사는 인연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자연스레 일상생활에 녹아드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을 경우가 많지 않을까.

그저 보이지 않게 감정을 누르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지 모른다.


혹자는 이제 그만 그 슬픔에서 혹은 그리움에서 벗어나라고

네가 빠르게 벗어나지 못해 좋은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짧지는 않은 우리의 기나긴 인생 안에서

일이 전부가 아닌 우리의 인생 안에서

이 감정을 오롯이 느끼는 것이 더 큰 배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리움은 파도와 같아서

잔잔하게 나에게 다가올 때도 있고,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휘몰아치며 다가올 때도 있다.

한 동안은 그 슬픔에 파묻혀 파도 안에서 발버둥 치며 살려달라고 외치는 같을 때가 있다.

그러다 숨을 쉴 수 없어 힘없이 바다 깊숙이 빠져드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렇게 어쩔 줄 몰라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파도의 흐름에 따라 운이 좋게 뭍으로 바람이 불어 쓸려 내려가면

물속에서 본능적으로 살기 위해 숨을 쉬기 시작한다.


그렇게 반복하며 파도가 밀려들어 오면

그 파도에 휩쓸려나가도 다시 숨 쉬는 법을 배우고

다시 물 밖으로 나오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때에 그 과정을 겪지 못한다면

다음 파도가 크게 들이쳤을 때

내가 파도에게 잡아 먹힐 수도 있지 않을까.


그 후에야 좋은 기회가 다 무슨 소용이랴.

우리 인생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장거리 마라톤이다.

그렇게 경험을 통해 내 인생을 이어나갈 힘을 기르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난 아쉬운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래봐야 고작 몇 년 더 앞서나간다고 인생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누군가가 그리움에 허덕이고 있다면, 나는 똑같이 이야기해 줄 같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슬픔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라고.  

마음껏 슬퍼하고, 마음껏 그리워하고, 마음껏 눈물을 흘리며 감정을 게워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움의 파도는 계속해서 너에게 밀려올 텐데

격렬하게 춤추는 파도 안에서 살아나는 방법을 배우라고.


아름답게 단풍이 지는 모습을 보니  또다시 파도가 인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혀 조용 닦으며 걸어 나간다.  

 


[사진: UnsplashJuan Gom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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