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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버섯밥&나물비빔밥

냉털은 비빔이지

by 이루나

결국 나는 금방 다시 부모님 댁에 방문했다. 가자마자 냉장고를 열며 남은 더덕을 눈 크게 뜨고 찾았다. 다행히 아직 남은 더덕이 있어서 엄마아빠에게 반짝이는 눈빛을 보내며, 최대한의 귀여움을 담아 "저, 더덕 가져갈게요?!"라고 통보에 가까운 질문을 내뱉었다. 이미 이전부터 당일까지도 더덕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일장연설을 했기 때문에, 부모님은 웃으시면서 남은 더덕의 대부분을 포장해 주셨다. 그날은 저녁을 함께 먹고, 하룻밤을 잤다.


아침에 부엌에서 덜그럭거리는 소리에 잠을 깼는데, 엄마는 딸내미가 더덕만 가져가는 것도 아쉬우셨나 보다. 바로 무쳐 먹어야 맛있다면서 아침부터 나물을 네 가지나 준비하고 계셨다. 게다가 생표고버섯까지 꺼내와 "우리 딸, 예쁜 거로만 줘야지. 요즘 네가 요리를 하니까 좋네. 집에 가서 남편이랑 맛있게 해 먹어." 하시며, 말 그대로 한 보따리를 싸주셨다. 마치 어릴적 아침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싸주시던 모습이 생각나 엄마에게는 아직도 내가 어린 딸인가 보다 싶어 마음 한 구석이 찡했다.


생표고버섯은 빨리 먹어야 한다기에 저녁으로 버섯밥을 하기로 했다. (어느 정도를 넣어야 하는지 몰라 일부는 밥을 하고, 일부는 다음날 라면에도 넣어 먹었다.) 나물도 양을 넉넉하게 주셔서, 마치 냉장고 털이를 하듯 비빔밥으로 메뉴를 선정했다.



사용한 재료

버섯밥

나물

고추장

들기름



흐르는 물에 버섯을 씻어준다. 씻을 때마다 버섯의 향이 날아간다고 하니 적당히 씻어준 후 먹기 좋은 사이즈로 잘라준다. (나는 잘게 자르다가 모양도 안 예쁘고 사실 너무 귀찮아서 나중엔 크게 잘랐다)

지금껏 백미로만 밥을 지어 쌀에 다른 재료를 더했던 적이 없었다. 버섯밥을 하려 하니 일반적은 백미와 방법이 달랐다. 다시물로 간을 해주기도 하는데, 어차피 나는 비빔밥을 해 먹을 것이기 때문에 따로 간을 하진 않았다. (하지 않아도 버섯에서 물이 나오기 때문에 반찬과 함께 먹기엔 충분했다.) 밥솥 설정은 영양밥으로 하라는 글을 봤는데, 내 밥솥에는 영양밥 모드가 없어 나물밥으로 진행했다.


취사가 완료된 후 밥솥뚜껑을 열어보니 버섯 향이 향긋하게 올라온다. 수분이 빠지기 때문에 버섯을 더 많이 넣어서 해 먹어도 좋을 듯했다.


밥을 담고 그 위에 비빌 재료를 올려준 후, 들기름을 둘러줬다. 그리고 기호에 맞게 고추장을 올리면 완성!

(하트모양을 내보았다:)

나물은 한 입에 먹기 편하게 먹을 때는 잘라주었다. 덕분에 건강하고 맛있는 한 끼가 되었다. 사실 둘 다 출근을 하고, 집에서 밥을 먹는 날이 늘었다고는 하나 많진 않기 때문에 나물은 해먹기도 사 먹기도 어렵다. 금방 상해버리기 때문에 기피했는데, 이번 기회에 양껏 먹게 되니 아주 좋았다.


먹는 내내, 엄마아빠의 마음이 느껴져 더 맛있었나 보다. 한 번씩 어리광 부리는 것도 나쁘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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