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는 그곳으로 갑니다.
모든 의무와 조건을 벗어던지고
오로지 인간으로서의 나만 존재하는 곳.
그곳에서 나는 그 어부와 이야기합니다.
순수함을 파는,
아니 그 모두에게 순수함을 주는 그 어부는
오늘도 물 잔을 닦으며
책 속 세계를 만들어 냅니다.
이내 비는 장대처럼 내리고
이 내 가슴에 흙 내음이 스며들 때,
커피 향이 눈을 울릴 때에,
그 사내는
책의 꽃을 피웁니다.
그곳의 손님들도 그러합니다.
저 하늘에,
누군가의 꿈이 가득 차 있어서
그 자리가 너무 촘촘해 떨어진
또 누군가의 꿈들이
벚꽃잎에 갇혀 있다가
3일 채 되지 않아
봄비 맞아 낙화할 적에,
그 떨어진 꽃잎을 모아
커피잔에 올려 나눠 마시는 그들.
그렇게 꽃잎을 하늘로 올려주는 그들은
오늘도 내 가슴을 뛰게 합니다.
오늘은 그러합니다.
내일도 그러합니다.
나는 바랍니다.
봄 햇살처럼 포근한,
여름 이슬처럼 싱그러운,
가을바람처럼 그리운
겨울 첫눈처럼 반짝거리는 사람이 되기를,
또 언젠가 나도,
지친 누군가를
하늘에 올려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