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빠의 사랑으로 잉태된 생명이 온 우주의 에너지를 받아 드디어 엄마와 대면했다. 황금별에서 온 '우주'. 긍정에너지를 한껏 품고 엄마와 아빠 품에 안겼다. 엄마의 우주가 아닌 아빠와의 우주에서 숨을 쉬는 순간 "응애". 그 소리 에너지 또한 순하고,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의 에너지다.
제왕절개한 산모와 아기는 건강했다. 병원에서 며칠을 보낸 후 우주는 엄마와 함께 산후조리원으로 갔다. 조리원의 신생아실은 2층, 산모 방은 5층이다. 배정받은 방이 하필이면 창문도 없는 방이었다. 산모가 급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우주는 엄마 곁인지 신생아실 바구니인지 조차 모르고 잠만 잔다. 숨 쉬는 것만으로도 경이스럽다.
우주는 태어난 지 5일도 되지 않아 엉덩이에 발진이 생겼다. 아기가 얼마나 쓰라리고 아팠을까? 엄마 곁이 아닌 이상한 바구니 안에서 울었겠지? 안쓰럽다. 산모는 아가의 엉덩이 발진을 보고 운다. 그저 하염없이 운다. 조리원에 가면 모자동실이니까 곁에 두고 돌보겠다고 다짐한다.
모자 동실을 신청했기에 산모는 아기를 옆에 두고 볼 줄 알았다. 기저귀를 갈 때도, 우유를 먹일 때도, 입소해서 확인할 것이 있다며 아기를 쉴 새 없이 데리고 간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락내리락 반복한다. 산모는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엘리베이터라는 좁은 공간에 공기 질도 나쁠 텐데 아기를 자꾸 데려가는 것이 못내 못마땅하다. 아빠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 아기를 낳았는데 무엇을 안다고 질문을 하겠는가? 그냥 그들이 하는 게 맞는가 보다 하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
조리원 입소 첫날 저녁.
산모는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엄마~"
"응~ 우리 딸 이 시간에 무슨 일이라도 있니? 몸은 좀 어때?"
"엄마 자는 거 아냐?"
"자려고 누웠는데 그게 뭐 대수라고, 말해봐 딸"
"엄마!(울먹울먹 한다), 나 집에 가고 싶어(한참을 운다)"
"무슨 일 있구나~"
"엄마! 문제가 좀 생겼는데,,,"
"문제? 괜찮으니 뭐든 말해봐"
"여기 방에 창문도 없고, 우리 아기를 자꾸 나한테서 떼어놓으려고 해"
"그래? 거기 모자동실이잖아"
"맞아, 그런데 기저귀 갈고, 우유 먹이고, 건강 체크하는 것을 모두 신생아실에서 해야 한다고 아기를 자꾸 데리고 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는데 맘에 안 들어. 여기 직원들이 친절하지도 않아."
"모자동실이고, 가급적이면 엄마 곁에 아기를 둬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모양이구나"
"그래서 내가 여기 원장님하고 얘기했는데.. 나는 방을 바꾸는 것도 싫고, 혼자 자는 것도 싫고, 아기 떼어 놓는 것도 싫어. 그냥 계속 눈물이 나"
"응 그랬구나. 사위는 뭐라고 하든?"
"오빠가 나 하고 싶은 대로 하래"
"그래?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
"그냥 집으로 갈래"
"지금?"
"응"
"알았어. 딸 하고 싶은데로 해. 엄마 지금 출발할게"
산모는 남편의 도움으로 아기를 데리고 집에 왔고, 친정엄마는 만사 제치고 딸에게 한걸음에 달려간다. 산모는 도착한 친정엄마를 보고 눈물을 흘린다. 퉁퉁 부은 얼굴과 몸, 그 품에 있는 우주, 놀란 사위. 새벽 1~2시에 우주는 할미의 품에 안긴다. 너무 작은 우주. 천진난만하게 자는 우주. 친정엄마는 "감사합니다"를 연발한다.
친정엄마가 신생아를 만져본지가 언제인가? 30년도 넘었다. 딸과 사위도 처음이니 아기를 어쩔 줄 모른다. 산후조리원에 있을 거라는 확신에 육아용품도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다. 오밤중의 퇴실이었기에 분유도, 젖병도, 기저귀도 모두 산후조리원에서 주는 것을 조금 가져왔을 뿐이다.
2시간마다 우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산모는 친정엄마를 의지해 안정을 찾아간다. 아침이 되자 사위는 출근을 했고, 산모는 여기저기 전화를 열심히 한다. 세상이 좋아져서 산모도우미도 나라의 지원을 받아 서비스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딸은 모유수유를 위한 유축기 대여와 산모도우미를 구하느라 여념이 없다. 오후가 되어 산모도우미를 구했고, 유축기도 대여했다.
산모는 분유, 젖병, 기저귀 등 아기에게 필요한 용품을 주문한다. 배꼽이 떨어지지 않은 영아라서 목욕도 못 시키고 얼굴과 손, 엉덩이를 닦아주기만 했다. 우주는 분유도 잘 먹는다. 잠도 잘 자고, 크지도 작지도 않은 울음으로 본인의 존재를 알린다. 신비롭다.
산모는 아기용품이 어느 정도 준비되자 안도의 숨을 쉰다. 산모의 몸도 생각해야 하는데 아기 때문에 잠을 못 자고 걱정만 한다. 아직 불안이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다음 날 산모도우미가 배정되었다. 아기 돌보기는 기본이고, 산모의 식사, 청소, 빨래, 반찬까지 도맡아 해 주신다. 정말 편리한 세상이다.
우주는 엄마 곁에서 조금씩 조금씩 자라고 있다. 산모도 우주가 옆에 있음에 차츰차츰 안정을 찾아갔고, 웃음기 없던 웃음을 띠기 시작했다. 아기가 배냇짓을 하면 같이 웃었다. 눈물이 글썽글썽한 눈으로 웃었다.
"엄마~ 나 산후조리원에 있었으면 우울증 와서 고생했을 것 같아. 집에 오니까 너무 좋아"
"그래? 다행이다. 어느 엄마가 우울증 오는 걸 좋아하겠어?"
"그러게~~ 우리 우주 너무 귀여워 ㅎㅎ?
"음~ 너도 그만큼 귀여웠어 ㅎㅎ"
"정말?"
"그럼, 엄마한테는 우주도 소중하지만 너도 소중해. 내 딸이잖아."
"ㅎㅎ"
산모는 친정엄마가 말하지 않아도 모유수유를 하겠다고 여러 가지 방법을 취했고, 아기가 잘 물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땀을 흘려가며 아기와 씨름을 했다. 아기가 제대로 젖을 물때까지 며칠간 씨름을 해야 했다. 우주도 제대로 물지 못하고 울어보지만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모유수유에 열정을 다한다. 이 모습을 보는 친정엄마는 딸이 대견스럽기만 하다. 자식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산모를 보며 친정엄마의 마음이 흐뭇해진다.
우주엄마의 얼굴에 웃음이 돌아왔다. 우주가 모유수유를 하고, 산후도우미의 도움을 받은 우주엄마는 잠을 자고 휴식을 취했다. 우주아빠도 우주를 보면서 안정을 찾아간다. 늦은 결혼에 아기를 만났으니 어찌할 바를 모르면서도 모유수유하느라 잠 못 자는 아내를 안쓰러워한다. 친정엄마는 딸을 사랑해 주는 사위가 고맙기만 하다.
우주와 이렇게 만났고 같은 공간에서 함께 하고 있다. 황금별에서 온 우주는 벌써 7개월이다. 기고, 잡고 선다. 수면도 혼자 한다. 엄마와 아빠의 보살핌 없이 뒤굴뒤굴하다 잔다. 놀라울 정도다. 잠이 깬 후 일어났다는 표시를 잠깐 한다. 그러다 엄마나 아빠와 눈이 마주치면 방긋 웃는다. 잘 놀고, 잘 자고, 잘 먹고, 더 바랄 게 있을까? 우주의 탄생은 이렇게 시작되었고, 우주엄마와 우주아빠는 우주를 사랑으로 잘 키우고 있다. 이 시간도 육아는 진행 중이다.
태어나서 여기저기 내 의사와 상관없이 마음대로 옮기는 어른들에 대한 반감이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