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상
나에게 돌아올 모든 걸
포기할 용기를 저에게 주세요.
씨앗을 심어 피어오를 새싹에게
건네고 싶은 말 한마디를 포기할 수 있도록
호수에 던진 돌로 인해 생길 물결이
닿을 먼 곳의 이야기를 묻지 않을 수 있도록
내가 심은 것에 수확할 것이 없어도
흙으로 스며들어 잎으로 돋아나는 그 순간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에.
호수에 생긴 물결이 나에게 닿지 않아도
잔잔함이 흘러 먼 곳까지 가는 물결의 파동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에.
그리하여 나의 손을 떠난 것들이
내가 아닌 세상을 밝힐 별이 되도록.
저 빛나는 것들이 내 것이 아님을,
그 빛이 내가 바라던 답이 아니었음을
알게 될 용기를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