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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라해 Nov 26. 2024

내 안의 슬픔과 화해하기

내 안의 슬픔과 화해하기

내 이야기를 듣고 울지 말아 줘요. 난 괜찮아요 당신 앞에서 웃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몰라요. 내 노력을 위해서라도 내 이야기를 듣고 울지 말아 줘요. 나를 가엽게 생각하지 말아 줘요. 사실, 내 이야기를 듣고 슬퍼하는 당신의 눈물이 이해되지 않아요. 어쩌면 이해하고 싶어 하지 않는 걸 수도 있어요. 그렇게 보이지 않기 위해 나만이 있는 곳에서 인간힘을 써 슬픔을 억눌렀으니. 언제 슬픔을 느껴 눈물을 흘렸는지 사실, 기억이 나지 않아요. 연인과의 이별,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가족의 장례. 눈물이 나지 않았어요. 슬프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죠. 내 안에 있는 슬픔이가 길을 잃고 내 안에 빛을 잃고 쌓여있는 기억구슬 틈에 허우적대고는 있지는 않나 생각이 들어요. 그곳에서 내 빙봉이 있다면, 허우적대는 내 슬픔이 좀 도와주세요. 


언제 슬퍼해야 하는지, 언제 눈물을 흘려야 하는지. 언제 슬프다고 이야기해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아요.

언젠가는 고여있는 이 슬픔이 터져 내 삶을 지배할 것만 같은 불안감을 느껴요. 그래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핸드폰 비행기모드를 하고 펑! 터트리고 싶어요. 터졌을 때 피해받는 사람이 나 밖에 없었으면 좋겠어요.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 많은 복 받은 내 삶인데, 슬픔을 마주할 때 아무도 없길 바라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내 부족함을 인정합니다. 


슬퍼하는 '나' 보단, 웃고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내가' 필요한 곳에서 자라고 평생을 살았죠.

그런 나한테, 슬퍼해도 괜찮다는 말이 사실은 크게 와닿지 않는 거 같아요.

천천히 슬퍼하는 방법을 기억해 내 볼게요. 내가 먼저 조용한 곳에서 내 슬픔을 만나고 와볼게요.

사랑하는 당신을 내가 못 믿어서 그런 게 아니에요. 나도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거니깐 이해해 줘요.

내가 먼저 내 슬픔과 화해하고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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