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을 비워둔 채 임대료만 꼬박꼬박 빠져나가던 시기였다.
문은 닫혀 있는데 통장에서는 소리가 났다.
‘슥— 슥—’
내 돈이 빠져나가는 소리.
멘붕이라는 말로도 모자랐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가만히 있으면 진짜 망할 것 같았다.
컴퓨터를 붙잡고 하루 종일 일자리를 찾았다.
손가락이 알아서 움직일 정도였다.
검색, 뒤로가기, 검색, 뒤로가기.
00지원교육청 홈페이지에서
기초학력 선생님을 뽑는다는 공고를 보게 됐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잠깐 화면을 껐다가 다시 켰다.
다시 봐도 같은 내용이었다.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일이었다.
제출해야 하는 서류 이름부터가 낯설었다.
뭔가 있어 보이는 단어들이 줄줄이 적혀 있었다.
‘이걸 어떻게 써야 하는 거야…’
결국 나는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네0버 카페, 블로그, 후기글.
남들이 써 놓은 걸 읽고 또 읽었다.
‘오케이. 이해완료.’
이제 내 수업에 맞춰
1년 커리큘럼을 작성하느라 머리를 쥐어짰다.
그렇게 겨우 원서를 넣었다.
그리고 기다렸다.
‘연락이… 올까?’
핸드폰을 괜히 뒤집어 놨다가
다시 확인하고 또 확인하기를 반복했다.
며칠 뒤,
1차 합격이라는 문자가 왔다.
심장이 쿵 했다.
‘어… 내가 합격했다고?’
그리고 밑에 이어진 2차 면접 일정.
그 순간부터 괜히 일이 커진 느낌이 들었다.
‘아… 이거 떨어지면 좀 창피한데…’
그래서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남편한테도, 부모님한테도.
혼자 조용히 준비했다.
또다시 네0버 카페를 뒤졌다.
방과후, 돌봄, 기타 협력 선생님들이 모여 있는 곳.
거기서 면접 후기를 읽었다.
어떤 질문이 나오는지,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
마치 시험 준비하듯이 혼자 중얼거리며 연습도 했다.
그리고 면접날.
학교에 도착했다.
복도를 걸어가는 내 구두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어떤 선생님이 나를 한 교실로 안내해주셨다.
“여기서 대기해 주세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미 몇 명이 앉아 있었다.
‘아… 다 경쟁자구나.’
괜히 자세를 고쳐 앉았다.
아무도 나를 보지 않는데 혼자 신경이 쓰였다.
내 이름이 불렸다.
옆 교실로 이동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앞에
세 분의 선생님들이 앉아 계셨다.
“반가워요. 여기 앉으세요.”
의자가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지는지
몇 걸음 안 되는데도 한참 걸린 것 같았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그 순간 심장이 미친듯이 뛰어댔다.
‘이거 밖으로 들리는 거 아니야?’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먼저 이렇게 면접을 보게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준비해 간 말을 하나씩 꺼냈다.
중간에 뭐라고 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다행히 내 심장소리가 밖에까지 들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심사위원들의 표정을 슬쩍 봤다.
나쁘지 않았다.
‘어… 괜찮은 건가?’
면접이 끝나갈 즈음 한 분이 물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머릿속이 갑자기 하얘졌다.
‘뭐라도 해야 한다.’
그래서 그냥 말했다.
“앞에 계신 선생님들을 다시 한 번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말하고 나서
‘이게 뭐지…’ 싶었다.
심사위원들이 웃었다.
“그래요.”
그 말이 그냥 하는 말일 수도 있었는데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며칠 뒤, 최종합격 연락이 왔다.
핸드폰에 대고
“감사합니다”를 몇 번이나 말했는지 모르겠다.
그제야 가족들에게 말했다.
“나… 붙었어.”
다들 놀라했고, 웃으며 축하해줬다.
특히 부모님이 제일 좋아하셨다.
“우리 딸이 학교 선생님이네.”
나는 그 말에 괜히 미안했다.
학원이 잘 굴러갔다면 나는 그 공고를 눌러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서류를 쓰지도 않았을 것이고, 면접을 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냥 늘 하던 일을 그대로 하고 있었을 것이다.
동업자가 나에게 손해만 남긴 사람일까.
아니면 다른 길로 밀어준 사람일까.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막혀있는 줄 알았던 문을 열었더니
새로운 길이 펼쳐져 있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