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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인사이트트 Oct 28. 2024

도시계획일몰제와 그 현장의 기억

도시계획법  제6조 위헌소원

도시계획일몰제


도시계획일몰제는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도시계획일몰제는 도시계획시설이 오랫동안 집행되지 않을 경우(장기미집행), 그 계획을 자동으로 실효시키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1999년 대법원 판례와 2000년 7월 개정된 도시계획법 개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도시계획일몰제의 역사(1) 위헌판결

1999년 대법원 판례에서는 도시계획시설로 인해 토지 이용이 제한되고 재산적 손실이 발생할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보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는 토지의 소유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중요한 판례로 남았고, 이후 도시계획법 개정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도시계획일몰제의 역사(2) 도시계획법 개정

2000년 7월, 도시계획법이 개정되면서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후 10년이 지나도록 사업이 시행되지 않으면 토지 소유자가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했습니다. 또한, 20년이 지나도 시설 설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도시계획결정이 자동으로 실효되도록 했습니다. 이것이 흔히 부르는 '도시계획일몰제'입니다.

@중앙일보(1999.10.23) 기사




도시계획일몰제 과도기 속 현장사례


이로 인해 2020년 7월부터는 수많은 도시계획시설들이 일괄적으로 실효되었습니다. 당시 현장은 정말 혼란의 연속이었습니다. 점심을 먹으러 가야 하는데도 놓아주지 않아 밥을 못 먹었던 적도 있을 정도였죠.

"도로가 생기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화를 내는 사람도 있었고, "왜 확장 계획이 사라졌느냐"며 따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도시계획선은 단순한 빨간 선이나 파란 선이 아니었습니다. 언젠가는 도로가 생기거나 공공시설이 들어설 거라는 기대감을 담은 상징이었죠.

도시계획일몰제 모호한 개념으로 민원발생

이러한 상황에서 주민들은 도시계획선이 있으면 언젠가는 공사가 진행될 것이라 기대 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이라는 개념은 행정청과 토지 소유자 사이에 괴리감을 낳았습니다. 토지 소유자는 빠른 변화를 원했지만, 행정청은 그들의 기대만큼 신속하게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도시계획포털

과거의 문제점은 뒤로 하고, 요즘에는 웬만하면 실시계획 인가와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동시에 내리도록 현장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토지 소유자의 기대에 조금이라도 응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또 다른 문제는 재산세 감면 혜택의 종료였습니다. 장기 미집행된 부지는 그동안 재산세가 절반 감면되었지만, 도시계획시설이 실효되면서 감면 혜택도 사라졌습니다. 많은 토지 소유자들은 세금이 갑자기 두 배로 늘어나는 상황에 당혹스러움을 느꼈죠.

"팔리지도 않는 땅에 선까지 사라져서 더 안 팔릴 거 같은데, 왜 세금까지 두 배로 내야 하느냐"는 그들의 울분을 몇 날 며칠 들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한탄을 들으며, 이 제도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음을 실감했습니다. 시장에서는 도시계획선이 있기에 땅을 사는 수요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지방세특례제한법」제84조(사권 제한토지 등에 대한 감면)
①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제7호에 따른 도시ㆍ군계획시설로서 같은 법 제32조에 따라 지형도면이 고시된 후 10년 이상 장기간 미집행된 토지, 지상건축물, 「지방세법」 제104조제3호에 따른 주택(각각 그 해당 부분으로 한정한다)에 대해서는 2024년 12월 31일까지 재산세의 100분의 50을 경감하고, 「지방세법」 제112조에 따라 부과되는 세액을 면제한다.
②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제13호에 따른 공공시설을 위한 토지(주택의 부속토지를 포함한다)로서 같은 법 제30조 및 제32조에 따라 도시ㆍ군관리계획의 결정 및 도시ㆍ군관리계획에 관한 지형도면의 고시가 된 후 과세기준일 현재 미집행된 토지의 경우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재산세의 100분의 50을 2024년 12월 31일까지 경감한다.
③ 「철도안전법」 제45조에 따라 건축 등이 제한된 토지의 경우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재산세의 100분의 50을 2024년 12월 31일까지 경감한다.


매수청구제도 예상보다 많은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도시계획시설이 10년 이상 미집행될 경우, 토지 소유자는 관청에 그 땅을 매수해 달라고 요청(매수청구)할 수 있지만, 현실은 복잡했습니다. 예산 문제로 매수 절차가 지연되거나, 보상받은 금액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매수청구제도가 있다는 걸 알아보고 찾아오셨지만, 만족하며 나가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도시공원일몰제 집행을 앞두고 대구시 범어공원 사유지에 철조망과 펜스를 설치 중. @중앙일보


또한 현장에서는 '국유지보상''매수청구' 두 제도 간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민원이 자주 발생했습니다. '국유지보상' 절차와 달리 '매수청구제도'는 잔여지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민원인은 예상보다 적은 금액으로 매도하게 됩니다. 탐탁지 않은 보상액을 받고 어느 날 마음이 바뀐 민원인은 '환매(내 땅 다시 사겠다)'를 요청한 적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매수청구제도'는 '환매권'을 인정하지 않은 제도이기 때문에 그 땅을 다시 사는 과정도 유례가 없어 복잡한 일로 번졌습니다. 또한, 땅 위에 있는 모든 재산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아 집을 철거하는 조건으로 땅을 팔았으나, 세입자가 나가지 않아 시에서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도시인사이트의 감상


이런 복잡한 현실은 토지 소유자들에게 큰 혼란과 불만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법 몇 줄이 바뀌면서, 현장이 이렇게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걸 절실히 느꼈죠. 법과 정책은 완벽할 수 없음을 실감한 순간들이었습니다.


도시일몰제의 의도와 제도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장의 목소리와 예측되는 부작용들을 중앙정부에 어떤 방법으로든 적극적으로 알려야겠다고 다짐했을 뿐입니다. 도시계획일몰제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정부와 관청의 결정 하나가 어떤 이에게는 절망을, 또 다른 이에게는 미래의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요.



참고 문헌

대법원 판례 (1999). 도시계획시설 지정에 따른 재산적 손실 보상 필요성에 대한 판결.

중앙일보. (1999, 10월 23일). 도시계획시설의 위헌 판결 관련 기사.

서울시 도시계획포털. 도시계획시설과 일몰제의 현황 및 개선 노력.

https://urban.seoul.go.kr

지방세특례제한법 제84조 (2024). 장기 미집행된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재산세 감면 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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