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삶은 네가 스스로 선택하는 거란다.
바다에 사는 토끼가 있어.
그 토끼도 원래는 숲 속에서 살았었지.
다른 토끼들처럼 건초를 먹고,
땅굴을 파며 숲 속에서 잠을 잤지.
그러던 어느 날,
더 많은 건초를 찾기 위해 숲 속을 헤매다
바다를 만나게 된 거야.
구름처럼 폭신한 모래알,
별처럼 반짝이고 하늘만큼 넓은 바다를 보며 토끼가 말했어.
“난 이제껏 숲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런 곳이 있다니, 정말 아름다워! 하늘도 땅도 반짝이는 멋진 곳이네! 나도 바다에서 살고 싶어!”
숲으로 돌아온 토끼는 친구들에게 말했어.
“정말 아름다운 곳을 찾았어! 바로 바다야! 나와 함께 그곳으로 이사 갈래?”
“바다엔 건초가 많니?”
“아니... 대신 무엇이든 말릴 수 있는 따스한 햇빛이 가득해!”
“나는 햇빛은 싫은데.... 나를 꼭꼭 숨겨줄 나무가 많니?”
“아니... 대신 푸르고 넓은 바다가 있어!”
“난 바다가 뭔지 모르는걸, 그냥 땅굴을 팔 수 있으면 좋겠어”
“땅굴은 만들 수 없지만, 덮고 잘 푹신한 모래가 있어!”
친구들은 바다에 살고 싶은 토끼의 말을 듣고 고개를 절레절레 지으며 답했어.
“우리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우린 숲에서 사는 게 편하고 안전한 걸.”
그날 밤, 바다 토끼는 밤새 바다만 떠올렸어.
‘밤하늘의 별빛을 보니 빛나던 푸른 바다가 떠오르네..
보드랍고 푹신한 모래알 위에서 잠을 자는 건 어떤 기분일까?’
‘바다에서 자라는 풀은 무슨 맛일까..?’
그리고 토끼는 결심했지
“난, 내일부터 바다에서 살 거야.”
토끼가 바다로 떠나던 날,
친구들은 깜짝 놀라며 말했어.
“정말 이상한 토끼구나, 건초도 없는 곳에 간다니! 매일매일 배가 고플 거야! ”
“가지 마! 바다는 너무 위험해! 위험이 닥치면 숨을 곳도 없을 텐데!”
“땅굴을 파기도 어려운 곳에 이사를 간다니, 너는 무섭지도 않니?”
바다로 향하는 토끼는 눈을 반짝이며
친구들에게 말했어.
“숲에는 건초도 많고, 운이 좋다면 당근도 찾을 수 있지. 게다가 숨을 곳도 많아. 정말 좋은 곳이야. 하지만… 멀리 바라볼 수 있는 넓은 바다도,
내 몸을 폭신하게 덮어줄 모래도,
나무 그늘 없이 가득한 햇빛도 없어. 나는 숨기 좋은 곳이 아닌, 자유롭게 달릴 수 있는 곳에 살고 싶은걸!”
바다에 사는 토끼는 바다를 헤엄치며
나무가 가리지 않는 파란 하늘을 오래 구경하고,
끝없이 넓은 해변을 자유롭게 달리고,
햇볕에 따뜻하게 달궈진 모래 위에서 낮잠을 자고,
바다에서 밀려온 짭조름한 해초를 말려 맛있게 먹으며 살았어.
토끼는 모래에 누워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생각했지.
‘내가 바다에 사는 특별한 토끼라서 정말 좋아. 나는 바다를 무서워하지 않는 유일한 토끼가 된 거야!’
이제, 숲 속에 사는 엄마 토끼들은 갓 태어난 아기 토끼들에게 들려준데. 파아란 하늘처럼 넓고 푸른 바다에 사는 토끼 이야기를.
“아가, 토끼도 바다에서 살 수 있단다. 바다에 사는 토끼가 있어” 하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