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수업과 학부 수업의 차이

by 능소니

대학원에 처음 들어올 때 면접관, 주변 친구들 모두 한 번씩 묻는 질문이 있다.

"너 박사까지 할 거야?"

그때마다 나는 당연하다며 긍정했다. 그러면 이에 대한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또래 친구들은 모두 대단하다면서 혀를 내두르거나 응원해 주지만, 교수님들이나 박사과정생 선배들은 그저 픽- 웃는다. "그냥 물어봤어..."라는 말과 함께.


대학원을 제대로 경험해 본 사람들은 대학원을 1년 미만으로 경험한 사람들이 던지는 공수표를 믿지 않는다. 대학원은 '공부보다 연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맞는 곳이며, 그 적성은 1년쯤 지나야 알 수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말이 무슨 뜻인지는 나 역시 정말로 1년이 지나서야 절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수강신청 때였다. 학부 때만 해도 졸업 학년이 아니면 한 학기에 6~7과목 수업을 수강하는 것이 그리 드문 일이 아녔다. 그러나 대학원은 대부분 한 학기에 최대 3개의 수업을 듣는다. 그리고 그마저도 지도교수님께 확인 및 검토를 받은 후에 수강 신청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어쨌든 그렇게 한 주에 하루 이틀뿐인 수업을 들어가면 방법론과 이론 등 주제는 다르지만 흘러가는 양상은 비슷했다. 대체로 발제를 중심으로 세미나 형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쉽게 말하면 발표와 토론 수업인데, 앞서 말했듯 나는 외국인 학생이 많다는 이유로 다짜고짜 첫 주 발제를 맡았다. 아니, 발제가 뭔데요?


수업의 큰 틀이 '인구학'이라고 예를 들면, 각 주마다 배우는 핵심 내용은 1주 차 인구변천 이론, 2주 차 결혼, 3주 차 이혼, 4주 차 출생, 5주 차 사망... 등 주마다 소주제가 다시 나뉜다. 그러면 교수님들은 전 주에 각 분야에서 꼭 읽어야 할 대가들의 저서 및 주목할 만한 최신 실증 연구 논문 리스트를 제시한다. 학생들은 다음 수업 직전까지 해당 저서와 글을 읽는다. 여기까지가 일반 학생들이 해야 할 일이라면, 발제자는 한 발 더 나아간다.


발제자는 제시된 리스트 중 하나를 골라 샅샅이 분석해야 한다. 다른 학생들에게 핵심이 요약된 설명을 제공하고 비판적 관점으로 문제를 제기하여 토론의 장을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교수님 대신 수업과 토론을 이끄는 역할인 것이다. 또는 흥미 있어 보이는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자신만의 연구 주제로 탈바꿈하여 같이 수업 듣는 동료들에게 평가를 요구할 수도 있다.


단순한 조별 발표 수준이 아닌 이런 자기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수업 진행? 당연히 해본 적 없다. 이론적 배경과 사회적 함의 등을 비판적으로 논의하려면 배경지식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모르는 방법론이 나오면 추가 공부 시간은 더욱 늘어난다.


특히나 교수님들이 권하는 리스트는 대부분 영어다. 요새 번역기가 잘 되어 있다지만, 냅다 번역기 돌리자니 학생의 기본이 안 된 거 같고, 원어의 표현과 말 맛을 놓칠까 두려워 하나하나 읽어본다. 각 수업마다 매주 최소 4~5개의 영어 논문, 저서를 읽어야 한다고 가정하면 주말이고 뭐고 없다. 이 권유되는 양마저도 교수님들의 라떼 시절에 비하면 엄청 줄어든 정도라고 한다.


문제는 그렇게 발제를 해갔을 때다. 교수님은 내 발제가 맞고 틀린 지 확답을 주지 않는다. 수십 쪽이 되는 저서와 논문을 일일이 해석한 걸 보여줄 수도 없으니 내 해석의 어디가 잘못되었는지도 알 수 없다. 물론 교수님은 내가 던진 아이디어에 대해서 현재 학계의 주류 이론과 흐름에 비추어 피드백을 제공하기도 하고, 기존 연구에 다뤄지지 않던 포인트가 있다면 그 이유를 설명하기도 하고, 재밌는 지점이라며 칭찬?을 건네기도 한다.


그래서, 그다음은? 모른다. 입학할 때부터 아주 확고한 연구 목표가 있었다면 모를까, 발제를 위해 어쩌다 짜낸 아이디어를 잘 살려볼지 말지는 내 선택이다. 교수님이 흥미롭다고는 했으나 현재 연구 유행에서는 벗어난 주제라고 하니까 일단은 보류하고 다른 주제를 더 찾아볼까? 이렇게 공부하다 보면 나의 취향을 알 수 있고 정말 하고 싶은 연구 주제를 찾을 수 있겠지? 과연 그럴까?


중간고사는 없습니다. 기말에는 논문을 하나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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