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대학원생도 월급이 있나요?

by 능소니

브런치북 소개를 건너뛰고 이 글을 처음 읽는 사람들을 위해 먼저 밝혀두겠다. 필자는 '사회과학계열 순수학문' 전공 국내 석사과정을 기준으로 이야기한다.


우선, 비이공계에다가 유학을 가는 게 아니면 외부 장학금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국내 문과가 받을 수 있는 장학금은 끽해야 OK배정장학금, 관정이종환교육재단, 한국고등교육재단 정도뿐이다. 그마저도 학점이나 소득분위, 혹은 전공 분야 제한이 있다. 몇몇 비수도권 지역은 지자체에서 출신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기도 하는데, 보편적으로는 위 3개가 전부다.


그리고 장학금의 신청 시기도 종종 중요하게 작용한다. 필자는 회사를 다니다가 입학한 터라 초기에는 자금 압박이 적었다. 나중에 장학금 생각이 간절해진 후에는 이제 막 입학하는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원하는 사업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나는 '모교 학부 출신 우대'라는 명목으로 약간의 교내 장학 혜택만을 받을 수 있었다. 다만 교내 장학금 혜택은 등록금 감면의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등록금 전부 감면은 흔치 않을뿐더러, 같은 형태의 장학금은 중복 수혜가 금지된다. 그래서 나는 많은 대학원생들이 노리는 조교 장학금(행정/수업)을 위와 같은 이유로 받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돈을 받지 못한다고 해서 완전히 일에서 자유롭지도 않다는 점이다. 한국인보다 외국인 입학생이 많은 비서울대, 비이공계 대학원의 특성상 언어가 잘 통하는 국내 학생은 필연적으로 인력이 차출되게 되어 있다. 모교 출신은 말할 것도 없다.


BK21 사업이라고 교육부에서 인력 양성을 위해 석 박사생들에게 연구 장학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을 유치하고 있는 학과가 아니라면 소속 학생들도 해당 사항이 없다. BK21 사업에 학과가 선정되려면 학과의 전반적인 실적이 높아야 한다. 당연하게도 논문 길이도 길고 이론이 중요한 문과 순수학문은 논문을 빠르게, 많이 내는 데에는 영 맞지 않는다. 수도권 대학 중 나와 동일한 전공학과 내에서 BK21 사업을 유치하는 대학은 내가 알기론 한 곳뿐이다.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받는 월급은 어떨까? 사실 이 부분은 그동안 들은 이야기들도 있어서 기대하지 않았다. 일반 사기업에서도 문과는 공대 출신보다 월급이 박한데, 공대생들마저도 박하게 받는 대학원에서 문과생이 감히?라는 심정이었다. 그래서 인문사회계 내에서는 액수와 상관없이 월급을 줄 수 있으면 그 교수님은 어마어마한 능력자라는 우스갯소리가 만연했다. 당연히 많은 평범한 교수는 월급을 주지 않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사회계열 연구는 대부분 사기업보다는 자금 규모가 한정되어 있는 '공공기관'과 협업해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대체로 그 내용은 정부 정책의 효용성에 대해서 싫은 소리를 하는 쪽이다. 그 와중에 일개 학생이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받는 돈은 적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양적 방법론을 월등하게 잘하지 않는 이상 석사 대학원생이 보조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나 역시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나 실상은 돈을 받으면서 교수님께 연구에 필요한 방법론을 과외받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참고로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지도교수님의 능력과 인성이 좋았던 것도 있지만, 지도교수님 스스로도 지도 학생이 재학 중일 자신이 월급을 줄 수 있을지 여부는 타이밍과 운이 전부라고 말씀하셨다. 물론 대단히 큰돈은 아니고, 최소한의 생활은 영위할 수 있는 정도였다. 아, 여기까지는 본가에서 통학을 하며 기타 부대비용을 최대한 아꼈을 때의 이야기다.


추가로 돈을 마련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아르바이트이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는 공부할 시간을 뺏는다는 이유로 교수님들이 추천하지 않는다. 방학 때 연구소에서 모집하는 전공 관련 계약직에 지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실적이 필요하고 연구에 익숙한 박사과정이면 몰라도, 석사과정이라면 연구하는 방법을 성실히 익히고 빠르게 졸업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부모님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나로서는 비정기적으로 글쓰기 알바를 했다. 작성 건당 대금을 받을 수 있는 대입 자기소개서 첨삭과 법무법인 홍보 목적으로 생활 법률 소개 콘텐츠 제작 등등. 그마저도 ChatGPT의 유행으로 점차 일감이 줄었지만 가끔 숨통이 틔이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끝으로 친한 친구 왈, 서울대는 훨씬 좋은 기회가 많긴 하단다. 그러나 옛날에 비해 나아졌을 뿐, 학부 출신에 따른 차별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전한다.


솔직히 말해서 등따숩고 배부른 애들만 문과 대학원에 온다는 핀잔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열정만 가진 학생은 경제사정에 대한 걱정으로 온전히 연구에 몰입하기 힘들다. 졸업한다고 해서 양질의 일자리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우리 연구실에서 감히 연애랑 결혼을 꿈꾸는 자는 없었다.


겁을 주려는 목적은 아니다. 다만 자신의 현실 자금 상황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바란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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