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반쪽 남편은 잊었나 보다. 내가 지독한 길치에다가 엄청나게 소심하게 운전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더군다나 한 번의 교통사고로 더욱더 소심하게 방어운전만을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이란 걸. 2019년에 첫 차를 샀다. 내 나이 서른아홉에. 버스와 도보로 출퇴근을 하던 나는 너무 늦은 시간이 아님에도 퇴근시간에 택시가 너무나 안 잡혀서 겨울 내내 고생을 했었다.그러던 중 생애 첫 차를 구매하고 지금껏 타고 다니고 있다. 당연히 초보운전 스티커를 고이 붙이고서. 운전이란 나만 잘한다고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가끔 운전자 중에 30년째 무사고라고 자랑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것은 필시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나는 약속을 잘 지키는데 다른 사람이 뒤에서 박아버리면 바로 사고가 나는 것이 운전이다. 아주 추운 겨울 블랙아이스 이야기 또한 그러하다.
나는 운전에 있어서만큼은 세상 소심하고, 조신하다. 겁이 많은 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속도를 내는 것이 무섭다. 난 딱 50킬로 속도가 적당한데 대부분의 시내운전은 50킬로 속도라서 안정감 있게 출퇴근을 하는 편이다.이게 내가 초보운전 스티커를 떼지 못하는 이유는 이렇게나 많다.
천천히 가는 제가 속 터지시나요? 앞질러가세요. 전 초보랍니다.
빵빵거리시면 놀란답니다.
이 소심함을 어찌할꼬.
6년 차 초보 운전자는 자동차 키로수가 2만을 안 넘는다. 진짜 내 차로 출퇴근만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