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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병 밖을 나온 루기 Nov 24. 2024

나도 내가 이렇게 까탈스러운지 몰랐지.

제주도 한달살이 숙소 구하는 팁

제주도 한달살이 숙소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선 가장 먼저 고려할 사항은, 한 달 동안의 보금자리가 될 숙소를 2군데 이상 정하여 옮길 것인지, 아니면 한 곳에서  머물 것인지 여부이다.

내가 느낀 양쪽의 장단점에 대해서 얘기하겠다.


한 곳에서 머물기

가장 큰 장점은 가성비 좋게 머물 수 있는 점이다. 보통의 숙소들이 1박에 책정된 금액을 받지만, 한 달을 이용한다고 하면 깎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조금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같은 비용이면 옮겨 다니는 곳 보다 더 괜찮은 컨디션의 방을 구할 수 있다.


반면, 이경우 내가 가장 크게 느낀 단점은 선택에 대한 무게가 무겁다는 점이다. 고르고 골라서 갔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꼼짝없이 한 달을 머무는 게 너무 곤욕일 것 같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괜찮은 시설과 적당한 가격의 숙소를 찾자면 외진 곳이 많았다. 남편 없이 딸 둘과 외진 곳에 머무는 것 역시  망설여지는 부분이었다(심지어 우리 집 여자  다 겁도 많다)


최소 두 군데 이상 숙소 정하기

생각나는 장점부터 얘기해 보겠다. 첫 번째로 운전을 많이 안 해도 된다.


 제주도를 동서남북으로 나눠서 동과 서로 두 군데를 잡거나 동서남, 또는 북동서 등, 세 곳으로 잡는다. 그러면 제주도를 하루 만에 횡으로 가르며 다닐 일이  없다. 먼 곳은 편도로만 1시간 넘게 걸리므로 길거리에 버려지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가고자 하는 관광지 근처위치한 숙소를 구할 수 있음은 물론,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숙소를 정할 수 있다. 거기에 숙소를 옮길 때마다 새로운 숙소를 만나는 기대감은 덤이다.


그런데 내가 간과한 점이 있었으니, 어마 어마한 짐들을 혼자 싸고, 혼자 옮기고, 다시 혼자 풀어야 한다는 점이다.(아이들이 도와주긴 하지만, 이럴 때 남편의 손길이 절실하다.)


 나는 또 하필이면 첫 숙소에서 어마어마한 계단을 만나서  대단한 짐들을 들고 계단을 타야 했다.


숙소를 알아 볼때  계단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얘기가 나온 김에 우리의 첫 번째 숙소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이곳에는 계단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나도 내가 이렇게 까탈스러운지 몰랐다.


제주도 한달살이 숙소를 알아보다 보면 생각보다 바다 바로 앞에 위치한 숙소가 잘 없음을 알게 된다. (그런 자리는 호텔 또는 리조트의 차지이다.)

바다 앞, 저렴한 가격, 주인의 섬세한 관리, 어느 것 하나 나무랄 것 없다는 검증된 후기에 입각해 숙소를 무려 4개월쯤 전에 예약했다.


아이들이 태어난 이후 여행지의 숙소는, 리조트나 호텔을 많이 이용했기에 나는 첫날 이곳 침구를 보고 망연자실하였다.

화이트 침구가 아니기도 했고, 도무지 잠을 잘 수 없는 상태의 이불이었다.

 무던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었다. 캠핑장 자갈밭에 매트 없이도 누워자던 나였건만.


첫날은 뜬눈으로 밤을 새우듯이 그렇게 보냈다. 다음날 당장 아이들과 근처 시장으로 달려가 화려한 꽃무늬의 저렴한 이불을 두채 샀다.  이것 또한 나의 짐이 될 것이고, 숙소를 옮길 시 필요 없을 수 있으니 가격, 무게, 크기를 다 고려해야 했다.


 무인 세탁방에 가서 이불을 빨고 건조했다. 건조기에서 나온 따뜻한 이불을 품에 안자, 비로소 내면의 평화가 찾아왔다.


야무지게 빨아 온 이불을 침대에 덧 깔고서야 그날부터 잠을 잘 수 있었다.

너무 고마운 시장표 화려한 이불과 집에서 가져온 베개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숙소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가족여행은 항상 아이 둘, 어른 둘의 조합이었다. 어른은 나하나뿐인 여행의 첫날. 나의 모든 감각이 예민하게 곤두서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나에게 이 숙소는 마냥 나쁜 기억일 수가 없다.

아침에 눈뜨고 발코니로 나가면 이런 풍경이 내 눈앞에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숙소 발코니에서 찍은 사진


이곳에 머무는 동안 날씨도 매일 좋았던 터라, 썰물과 밀물의 각기 다른 아름다움의 바다가 나를 매료시켰다.


또한,

"우리 집은 바닷가 앞이야."

하루의 일정을 마친후에 다시 바다로 향하는 것에 있어, 하나 어려울 점이 없었다.

한여름이라 오후 8시까지 밝았기에, 노을을 친구 삼아 조개도 캐고, 파도를 타다가 지겨워지면 걸어서 집에 돌아가면 되었다.

집 앞 바다에서 해질 때까지 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다시 한달살이를 하게 된다면 월세로 집을 빌리겠다.

일주일, 열흘 이렇게 옮겨 다니며 빌릴 수 있는 집들은 대체로 원룸 또는 1.5룸이었기에

아이 둘과 한 달을 살기에는 좁게 느껴졌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하기에 아주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지만, 가끔은(아니, 종종이었던가) 혼자 있고 싶은데 그 공간이 허락되지 않았다.


 레지던스형태의 숙소는 같은 가격으로 침실 최소 2개, 욕실 2개, 주방, 거실등을 보장받을 수 있기에 다음에는 운전을  더 하는 쪽을 택하겠다. 한달살이 중 내 마음의 평온함을 위하여(이너피스).


나는 숙소를 총 두 번 옮겨, 세 곳의 숙소를 이용하였다.


생각보다 쓸 말이 많아서 스스로 놀라는 중이다.

한편에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힘들 것 같다.


다음 숙소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아니, 연약한 여자 셋만이 묵고 있는 방인데 한밤중에 누가 문을 두드리는 것이 아닌가.


이런 에피소드는 없었지만 다음편도 기대해 주시길.


속소 발코니에서 찍은 사진
정말 어쩌면 좋지요. 아무리 모든 초고는 쓰레기라고 한다지만, 그 초고는 글을 쓰는 본인만 보는 거잖아요. 퇴고 중인 벌거벗은 글을 보신 분들에게 사과를 드립니다.(브런치북 시작하고 벌써 두 번째. 저는 왜 이러는 걸까요? 하아) 현생에 바빠,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퇴고하는 중에 '저장'을 누른 줄 알았는데 작가의 서랍에 쓰던 글이 없어져서 '발행'을 누른 걸 알고 시공간이 멈춘 듯했습니다. 퇴고를 잘하자. 꺼진 '발행' 버튼도 다시 보자. 이제 심호흡하고 차분하게 정신을 챙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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