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가게 그곳에는 삶이 있다.

10. 그들은 단골이 되었다.

by 엠제이

평균 나이 80이 되신 이모님들이 어느 순간 가게에 나오셨다.


여기 라테가 제일 맛있어 다른 데 가봐도 여기 라테가

감사해요 근데 아메리카노는 왜?

다른 집 보다 조금 진한 아메리카노가 나이 드신 이모님들 입에는 맞지 않나 보다 아메리카노 마저 맛있다는 칭찬 듣는 건 무리인걸 알기에 웃는다.


뭐 했어 쉬는 날?

아 지하철 타고 천안 다녀왔어요 천안 시장도 가보고 미술관이 있어서 전시도 보고 다녀왔어요

아 그래?

마트에 열무 엄청 좋더라

그래요? 몇 단 사서 담아야겠네요

그래 담았더니 요즘 맛밥 없을 때 좋네 한번 담아봐


내일 순이 생일인데

아 그래요?

직접 만든 작은 케이크에 화단의 꽃을 가져다 미니케이크를 만들었다.

파티 머리띠를 오늘 또 꺼내어 초를 챙겨 이모님들이 나오자마자 축하 노래를 불러 드렸다.


모두 좋아하신다. 4분 중 3분은 남편이 돌아가셨고 그중 순이 이모는 자식조차 없다.

40대 초반에 혼자가 되어 지금까지 혼자 생활하시지만 아주 멋쟁이 이모다.

밥보다 커피 밥보다 맥주를 좋아하는 순이이모는 적십자 봉사도 오래 하였으며 지역 봉사단체에도 많이 활동하셨다.


사장 이거 좀 봐줘봐 뭐 문자가 왔는데 뭐라 하는 건지

잠깐만요 아 이거 신청하라고 하는데 하셨어요?

아니 안 했는데 근데 뭐가 이리 복잡해

아 그러면 주민센터 가서 물어보는 게 낫겠네요


사장 이것 봐 나 이거 샀다.

아 이쁘네요 어디서 샀어요?

아 오다가 새로 생겼다기에 들어가 봤는데 가격도 괜찮네

새로 산 니트를 들어 보이며 자랑을 하신다.


4명의 이모님들은 40년 지기 친구들이며 그대들 말을 빌어보면 이 꼴 저 꼴 다 보고 산 친구들이란다.

문화센터라도 다니라 하면 평생 한 번을 안 가봤다며 커피 마시고 저녁 약속 있으면 저녁 먹고 아니면 오후 4시 전에는 헤어진단다.


무릎 수술하시고 임플란트 치료 다니시고 허리 침 맞으러 가고 신발 신다가 앞으로 꼬부라져 팔 깁스 하시고 아이고아이고 하루라도 무사고가 없다 없다 하시며 오늘도 문을 열고 들어오신다.


남편은 어디가?

네? 아 미팅 가나 본데요

누구야?

네? 아 손님인가 본데요

함께한 시간이 쌓일수록 새 시어머니들이 나타나신다.

이모님 우리 어머니도 저한테 아무 말씀 안 하세요 쉿

솔직히 말하는 게 나을 거 같아 어느 날 말했다.


계란 삶아왔어 계란 먹자 이모님 중 한 분이 계란을 삶아 오셨단다.

난 깜짝 놀라

이모님 계란 안 돼요

왜?

냄새나요 안 돼요

난 친하다고 생각해서

아니요 아무리 친해도 안 되는 건 안 돼요 다른 손님도 계시고 다른 집 빵이나 쿠키 같은 건 몰라도 안 돼요

알았어


화가 나셨다.

언제부터인가 떡도 가져오셔서 드시고 그래 어른이 신들이니깐 이야기하다 보면 배가 고프시겠지

근데 정이 쌓이면 쌓일수록 배려는 사라지는 게 보인다.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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