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아들과 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빛의 여행자 Dec 06. 2024

행복이란 무엇

짜장면을 먹고서

<대문사진 출처 : pixabay. zzilu063>

 

 오랜만에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 후문 앞에서 기쁨이(가명)를 기다린다. 오늘은 특별하게 마중 와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이제오나 저제오나 발꿈치를 들고 후문을 바라본다. 학교 종이 울리고 끊임없이 나오는 아이들 중에서 기쁨이를 발견했다. 기쁨이 또한 나를 발견하고는 해맑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든다. 옆의 학부모들 보기 부끄럽지만, 아이의 장단을 맞춰주기 위해 양손을 번쩍 위로 추켜올리고는 크게 흔든다. 기쁨아, 이름도 불러주면서.

 기쁨이가 내게 오자마자 품안에 쏙 안긴다.

 "엄마, 저 오늘 행복해요."

 뜬금없는 아들의 말에 당황한 엄마. 무엇이 아들을 이리도 행복하게 했을까.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오늘 점심에 짜장면 나왔는데 다 먹었어요. 제 배 한번 만져보세요. 빵빵하죠. 그래서 행복해요."

 아들이 배를 앞으로 쭈욱 내밀며 말한다. 저절로 미소가 나오며 양손으로 기쁨이 배를 어루만졌다. 정말 짜장면을 양껏 먹었는지 배가 빵빵하다. 그리도 맛있었을까. 원래 짜장면을 좋아하지 않을 텐데.

 "기쁨이 짜장면 싫어하잖아. 그런데 오늘 맛있어서 다 먹은 거야?"

 "네. 한번 먹어볼까 해서 조금 먹어봤는데 맛있었어요. 그래서 다 먹었어요. 저 행복해요."

 라고 말하며 미소를 한껏 짓는다. 아닌 게 아니라 입가 주변과 옷의 가슴 부분, 배 부위에는 짜장면소스가 잔뜩 묻어있다.

 "얼마나 맛있었길래. 옷도 짜장면 먹겠다고 한 입 달라했구나."

 "네. 옷한테도 짜장면 한 입 줬어요. 맛있대요."

 항상 옷에 음식을 흘리는 습관을 가진 아들과 주고받는 농담이다. '옷이 과자를 먹고 싶어 했구나. 옷이 맛있었대?'와 같은 농담. 그럼 아들은 또 그것을 받아치며 옷이 과자 한 입 달라했다 한다. 오늘도 역시나 옷에 짜장면 소스가 잔뜩 묻어 있는 찰나.

 그리 좋아하지도 않는 짜장면이 나왔건만 그저 그 점심을 다 먹었다고 오늘 행복했다고 말하는 아들. 아들의 말에 그래, 행복이 별거 있나. 점심 메뉴 흡족하게 먹었고 배불렀다면. 또 옷에게도 한 입 양보할 만큼의 맛이었다면 그걸로 족할 따름.


▲ 에바엘머슨의 그림을 오마주 한 아들 작품. 행복 가득한 모습의 그림이다. ⓒmoonlight_traveler


행복 :  삶에서 기쁨과 만족감을 느껴 흐뭇하다. 반의어는 불행하다.
출처 : 다음 한국어 사전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추구하는 최고 목적이 '행복'이라고 말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가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과연 매일의 삶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고 있을까. 하물며 나는 어떤가. 매 순간 행복하다 여기는가 아니면 매 순간 불행하다 여기는가. 그렇다면 행복과 불행을 느끼는 기준이 무엇인가. 무엇을 해야 행복하고, 무엇을 가져야 행복하고. 혹은 남들보다 많은 것을 행해야 행복해하고, 남들보다 많은 것을 가져야 행복해하는가.

 사람들은 많은 욕구를 가지고 살아가지만, 요즘 사람들에게는 그 행복의 기준이 '돈'에 집중되어 있는 듯하다. 최근 한 SNS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결과는 1위가 돈이었다. 건강, 가족, 친구보다는 돈을 가장 원하며 돈을 많이 소유하고 있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나 이 항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 월급통장에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경험은 모두가 하지 않았나. 돈을 생각만큼 많이 가질 수 없다. 그래서 요즘 어른들뿐만이 아니라 중고등학생, 더 어리게는 초등학생. 직업과도 상관없이 한탕주의가 만연하여 도박에 손을 댄다. 그러다가 사채에 시달려 뜻하지 않은 어려움을 겪게 되는 상황이 빈번하다. 물론 도박 중독은 도파민을 추구하며 자기도 모르게 도박을 행하는 행위이다. 그러나 그 도박의 시작은 돈 때문이다. 돈을 많이 가지면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고. 남들보다 많이 가진다면 남들보다 더 행복할 수 있다고 여기는 착각의 문제이다. 흔한 SNS를 보더라도 어떤 이들은 늘 비싼 음식을 먹고, 좋은 장소를 찾아가며 보통의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것들을 행함으로 다른이들의 부러움을 산다. 그 부러움이 박탈감이 되고 결국 현실에서의 불만족이 되어 불행으로 치닿게 되는 것이다.

 물론 나도 돈을 많이 가지게 될 때를 상상해 본 적이 있다. 돈이 많이 있다면. 강남에 집도 사고 차도 좋은 기종으로 뽑고 아이들 외국 유학쯤은 쉽게 보낼 수 있으리라. 또한 일을 하지 않고 매달 해외여행을 다니며 살 수 있겠지. 해외에 별장쯤이야.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모습이 행복한 것일까. 글쎄. 물질적인 돈은 내 마음의 문제, 사람과의 갈등, 부모와 자녀와의 시간들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 불행히도. 오히려 돈 때문에 싸움이 나서 가족끼리도 법정 싸움을 하거나 극단적으로는 살인까지 벌이는 위험한 일들이 벌어지는 현실이다. 결국 돈을 많이 소유하거나 돈으로 무엇을 가진다고 한들 자기만족이 행복의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사실.


 그저 아침에 아이들을 껴안으며 깨울 때. 저녁에 가족 모두 거실 테이블에 앉아서, 비록 남편은 늦은 밥을 먹고 아이들은 책을 볼지라도.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 순간에 오늘 하루를 감사하게 마칠 수 있음에 평안함을 느낀다. 이러한 소소한 일상의 순간을 행복이라 일컫는다. 그 일상 중에 어쩔 수 없이 아침에 화를 냈건 저녁에 울었든 간에. 그 상황을 세세하게 들여다 보면 감사함의 제목이 되는 것을 경험 할 수 있으리라. 기쁨이가 짜장면을 맛있게 먹어서 행복하다고 느끼고, 그 모습을 본 내가 감사함을 느끼는 것처럼. 일상의 순간마다 감사를 더하자. 그러면 자연스레 행복이 찾아올 것이다. 모두에게.




어리석은 자는 멀리서 행복을 찾고,

현명한 자는 자신의 발치에서 행복을 키워간다.


제임스 오펜하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