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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의 여행자 Dec 26. 2024

꽃보다 마트 투어

생활필수품을 획득하다

 "우리 장난감 정리함 처분하고 거실장 사자."

 "그럴까?"

 ", 이제 장난감 정리함 필요 없지 않을까. 아이들도 커서. 거실장 사서 TV받침대로도 쓰고 그 안에 레고상자보드게임 넣으면 될 것 같아."

 "그러자, 그럼. 오늘 이케아 가자."

 그렇게 주말 아침, 온 가족이 이케아로 향한다. 10여 년 동안 우리 집 장난감(각양각색의 레고들과 보드게임들)을 보관했던 파란색의 5단 정리함을 이제 보내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마침 TV를 받치고 있던 의자를 빼고 거실장으로 교체하려 한다. 쇼핑은 질색하는 아이들이지만, '물건 하나만 사고 올 거야. 거기 가서 점심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사 먹자.'라고 설득하고는 집을 나섰다.

 이케아 가보셨어요. 이는 말 그대로 마트 투어다. 그것도 대형 마트. 마트를 무슨 투어까지 하세요, 싶지만 사실 섬러(지방러보다 더 멀리 있고 외딴곳이라 하자)에게는 늘 궁금했던 곳. 그래서 어떤 이는 육지로 여행 오면 마트를 투어(방문) 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유튜브, 릴스에 나오는 그 곳이 어떤 곳인지 파악하고 그곳에서의 유명한 필수품을 사기 위해서. 게다가 그 유명한 파란색 장바구니를 구입할 수도 있지 않은가. 웃픈 얘기지만 누군가 그 파란색 장바구니를 들고 등장하면, '오, 이케아 갔다 오셨어요.'라고 서로 부러워하기도 한다. 물론 섬러의 이야기.


 사실 '이케아'라는 대형마트는 제주에 사는 외지인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케아가 어떤 곳인지 몰랐는데 외지인 B의 집에 가서 보고 알게 되었다. B의 집을 방문해서 '이렇게 집을 인테리어 했구나.' 생각하며 구경했는데, 다른 C 외지인은 집을 둘러보자마자 '어머, 이거 이케아 거네.'하고 한 번에 알아본 것이다. 알고 보니 집주인 B는 집안의 모든 인테리어 즉 침대, 옷장, 전등, 책장, 책상, 식탁, 행거, 그릇 등의 모든 살림을 이케아에서 구입하고 온 것이었다. 그런데 이 가구들은 모두 집에서 셀프로 조립해야 하는 거란다. 그래서 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배송해 주시는 분이 조립까지 다 해주기로 결제를 하고서 진행했다고 다. 다시 말해, 이케아에서 트럭에 물건을 싣고 배를 타고 건너와 조립까지 마치고 돌아간 것이다. 처음 듣는 과정이라 신기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제주는 가구점이 다 비슷하고 가격도 비싼 편이라 육지에서 다양한 물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도 방법이지 싶다. 마치 옷도 남대문가서 사고 오는 것처럼, 이건 쇼핑 투어. 더군다나 보아하니 가구들도 화이트로 깔끔하고 스타일도 번듯하니 단정하다. 육지 사람들은 이케아를 좋아하는 군, 알게 되었던 찰나.

 유튜브에서 '살림'에 대한 동영상을 보다 보니 '이케아에서 꼭 사야 할 물건'이라는 알고리즘이 뜬다. 무엇을 꼭 사야 하나 궁금해서 클릭해 보니 유튜버가 이케아에서 구입한 물품에 대해서 소개해 주는 동영상이다. 물품의 가격은 얼마이며 주방 혹은 화장실 등 어떤 곳에서 어떻게 쓰는지 사용방법도 알려주면서 장점과 단점을 상세히 알려준다. 정말 다양한 제품이 있구나. 영상을 보다 보니 그 물건을 사서 써 보고 싶다는 충동이 꿈틀꿈틀 거린다. 한번 가볼까나.

 

▲ (좌) 이케아 건물 입구 (중앙) 이케아 필수품 지퍼백 (우) 셀프 서브 공간 ⓒmoonlight_traveler

 

 이케아에 들어서니 입구부터 인산인해다. 와. 생각보다 엄청 크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화살표로 가야 할 길을 알려준다. 방향은 '쇼룸'으로 향한다.

 "우리 쇼룸부터 가보자."

 그렇게 바로 쇼룸으로 발길을 돌렸는데, 세상에. 이건 모델하우스 뺨치는 공간이다. 거실의 소파며, 액자, 테이블, 의자, 스탠드 등 모든 것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람들이 이것저것 물건들을 들춰보며 만져보고 있다. 어느것이 더 좋은가, 하며. 아이들은 전시되어 있는 소파를 보자마자 냉큼 다가가서 앉는다. '엄마, 이거 사요. 우리 집에 소파 없잖아요. 푹신해.' 하면서. 어디 이뿐이랴. 리빙룸, 키친룸, 키즈룸 등 다양한 콘셉트의 모델하우스들이 즐비하고 있다. 아, 이런 집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필자의 마음을 아는지 전시된 룸마다 '이 룸을 꾸미는데 필요한 돈은 000000원'이라고 보란듯이 적혀 있다. 진짜로 이 돈으로 이런 인테리어가 가능하단 말인가. 진작 알았으면 이렇게 방을 꾸몄을걸. 10여년은 더 지나야 가구를 바꿀 기회가 생길텐데. 아쉬움만 남는다. 각 룸마다 이케아 상품으로 채워져 있다. 보다가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그 물건에 달린 라벨의 바코드를 찍고 물건의 위치 및 가격, 재고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래서 쇼룸이구나. 쇼룸이라는 이름답게 보여주는 물건들도 다양하다. 의자 하나만 보더라도 모양이 각기 다르다. 과연 모양만 다를까. 색도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등의 형형색색이다. 이런 의자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비단 의자뿐이랴. 쇼룸에서 봐도 봐도 끝이 없으며 가도 가도 끝이 없다. 대체 쇼룸은 언제 끝나는가. 빠져나가는 길도 찾지 못하고 다시 돌아가서 나오기에도 이미 애매한 중간지점에서 우리는 갈 곳을 잃었다. 아, 안 되겠다. 인터넷으로 거실장을 봐야겠다. 중도포기. 빽빽이 들어선 사람들 사이에서 뛰지도 못하고 제치지도 못한 상태로 그저 줄줄이 비엔나소시지처럼 앞사람 뒤따라 가는 꼴이 되어 버렸다. 다행히도 이제는 건물 안에서 줄지어 이동하는 것은 익숙해졌다.


 "엄마, 언제 나가요?"

 "글쎄, 조금 빨리 걸어보자. 나가는 길이 있을 거야."

 결국 모든 물건을 보지도 못한 채 그저 산책하기 위해 온 것인지,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온 것인지 목적을 잃어버린 채. 말 그대로 마트 투어만 한 셈이 됐다. 쇼룸 끝에는 쇼룸에 전시된 물품의 박스들이 창고처럼 쌓여 있었다. 여기서 물품의 번호를 찾아 구매하는 것. 사람들은 끌개를 가지고 와서 박스들을 몇 개씩 담아 놓고는 계산대로 향하고 있다. 저렇게 구매하네. 신박하다. 필요한 제품의 부품을 구매해서 집에 가서 조립하는 방식이라니. 어쩌면 그래서 가격이 더 착할지도.

 "육지 사람들 여기에서 신혼살림 다 차리겠어. 그렇지?"

 "그러게. 여기에서 침대며 옷장이며 이불이며 그릇이며. 다 풀세트로 장만해도 되겠다."

 "가격도 저렴하니깐 더 좋지, 뭐. 예쁜 것도 많고 질도 좋고."

 "그래서 사람들이 이케아, 이케아 했구나. 육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있었어."


 계산대를 나서자 간식을 파는 곳, 비스트로가 나온다. 아이스크림, 핫도그, 탄산음료 등을 파는 곳. 보아하니 사람들이 계산대 주변에 서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가격은 핫도그 900원, 아이스크림 700원, 딸기 와플 콘 1,500원. 가격도 저렴한데 양도 많다. 분홍색의 딸기 아이스크림이 지쳐버린 우리를 달콤하게 유혹한다. 가족 모두 딸기 와플 콘을 주문했다. 거실장을 포기하고 먹는 아이스크림이란. 맛도 달달하니 시원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다 이곳에 서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고 있었구나. 다들 쇼룸과 마트 구경으로 우리와 같이 에네지를 다 소비했으리라. 또한 사람들한테 치인 열기를 식히는 중이리라. 마트 투어 후 먹는 아이스크림은 몇 시간 동안 걸었던 다리의 통증이 싹 가시는 듯하다. 아, 개운해라.

 물론, 먹지만은 않았다. 우리도 이케아를 나서며 계산대 근처에 전시되어 있던 '이케아에서 꼭 사야 할 물건'의 지퍼백과 파란색의 큰 이케아 장바구니를 구입했다. 이 섬러들이 부러워했던 파란색 장바구니는 아이들이 즐겨하는 티볼에 필요한 '베이스'를 담고 다니기에 제격이다. 결국 다용도실에 베이스들을 가득 담은 채 다소곳하게 놓여 있다.


▲ (좌) 트레이더스 카페의 닭반마리 쌀국수 (중앙) 물건 매대 (우) 신상품 한강라면 ⓒmoonlight_traveler


 육지의 대형마트에 대해 늘어놓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비단 이케아뿐이랴. 자주 장을 보러 가는 곳은 트레이더스. 창고형 마트라기에 우리 같은 일반 가정집이 갈 일이 뭐가 있지 싶었다. 그런데, SNS에 자주 언급되는 고기를 대량으로 구입해서 소분하는 법은 매일 고기를 먹이는 아들 둘 엄마에게는 필수품이 아니던가. 한우, 캐나다산, 미국산 등 나라별로. 또 등갈비, 목살, 스테이크 등 고기를 다양한 부위별로 구입할 있다. 게다가 아들이 좋아하는 싱싱한 회까지. 그래도 육지에서 회를 먹지 못했었는데 여기에 팔고 있었구나. 이렇게 아들이 좋아하는 회, 고기, 한번 먹어볼까 싶은 초밥, 다양한 과자 종류, 대량 우유를 구입하고 나면 카트는 금방 채워진다. 그야말로 없는 것이 없는 마트다. 화장품, 옷, 약, 핸드폰도 판매하고 있으니. 마트에서 구입하던 것만 구입하던 나로서는, 매대를 가득채워 쌓아 올려진 상품들을 보고 있자면 뭐라도 하나 사야하지 않나 싶다. 

 더욱이 트레이더스 카페에서는 탄산음료가 500원에 리필이 가능하며 아메리카노도 1000원이면 사 먹을 수 있다. 제일 인기가 좋은 것은 판피자인데 늘 판피자 앞에 대기하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불고기 피자가 18000원대로 제일 비싸며 크기도 일반적인 피자가게의 L사이즈보다 더 크다. 이렇게 저렴하고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니 늘 사람들이 북적거릴 수 밖에. 우리같이 장 보러 온 사람들만 있을쏘냐. 홀로 앉아 쌀국수나 스파게티를 드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분들도 볼 수 있다. 역시 다르구나. 제주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 역시 육지 사람들. 나이 드신 분들도 이런 대형 마트에서 홀로 음식을 사 먹는 것이 익숙하다니.

 집에 와서 고기를 소분해서 냉동실에 채워놓다 보니 매일 종류별로 아이들에게 고기를 먹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냉동실에 꽉 채워진 고기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든든해진다. 그만큼 돈은 지출되었지만 간간히 지출할 돈이 없어지는 셈. 마음의 든든함을 채울 요량으로 대형 마트를 가는구나.




 육지에는 마트가 곳곳에 있다. 꼭 대형마트가 아니어도 편의점보다 크면서 대형마트보다는 작은 중형 마트도 있다. 게다가 점원이 상시 없는 문이 잠긴 마트도 있다. 문이 잠겼는데 어떻게 장을 보냐고. 출입구에서 결제할 카드를 꽂으면 마트 문이 열린다. 그리고 들어가 장을 보고 셀프로 계산하고 나오면 된다. 역시 24시간 풀로 바쁘게 돌아가는 육지를 엿볼 수 있는 반면. 밤늦게 필요한 것이 있어도 쉽게 장을 볼 수 있는 이 편리함.

 꼭 남들이 추천하는 필수품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생활에 필요한 물품이나 음식 재료 등을 질이 좋으면서도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구입할 수 있어서 좋다. 육지에 정착하여 '장 보는 것'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바로 공구(공동구매), 컬리, 대형 마트인데 육지생활 2년 차인 만큼 이제는 아주 능숙하게 장을 보게 된 시점이다. 이제 대형 마트 투어쯤이야.







꼭 사야 할 물건, 필수품






덧. 동네 카페에서는 '코스트코에 사람들이 엄청 많아요. 오늘 오실 거면 참고하세요.'라는 글이 떴다. 마트의 할인행사와 더불어 연말이라 사람들이 마트로 많이 몰리나 보다. 코스트코는 아직 투어 하지 못했는데. 그 마트가 '고기' 구입하기 좋다던데. 언제 가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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