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퇴근 후 일상은 노랗고 새콤 알싸한 겨자소스를 찍은 갖나 온 따끈한 치킨에 봉숭아 씨앗 터지듯 톡톡 쏘는 시원한 맥주 한잔이 노곤한 일상의 힘이 돼주었지.
그런데, 진짜 이 별것도 아닌 치맥. 그게 뭐라고
이게 나를 울렸다.
임신부터 10개월간 먹지 못하고
출산 후에는 18개월간의 수유 기간 동안 먹지 못하고, 드디어 맥주 한잔 을 할 수 있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둘째 임신. 또다시 자체 금주령!
또다시 10개월의 임신기간, 18개월간의 수유기간 (수유를 대체 왜 이리도 오래 한 건지. 쭈쭈홀릭 두 아이들 덕에 모유 금단 현상을 적응시키기까지 넷플릭스 다음시즌 기다리듯 오래 걸렸을까.)
아! 드디어 치맥을 할 수 있다.
유모차를 끌고 몇 년 만에 pub을 갔다. 꽤 괜찮은 분위기. 뭔가 미국감성!
치킨도 시키고 맥주도 시키고. 이 얼마나 역사적인 날이던가.
그러나 난 이제 남편과 둘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도와주질 않았다. 왜 이리도 가만있지를 않는지. 울어대고 칭얼거리고 보채고.
맥주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나는 밖에서 남편과 둘이 퇴근 후 먹던 그 치맥 감성을 느껴보고 싶었다고. 살짜꿍 취해 남편에게 혀꼬인 귀염도 좀 떨어보고 말이다.
혀꼬인 귀염은커녕.
화딱지가 나서 그렇게 몇 년 만의 얻은 내 치맥은 그렇게 지나갔다.
그 이후로도 여러 번의 시도를 해봤지만 치맥 먹기 너무 힘들더라.
그냥 포기!
치맥! 네가 뭐라고 나를 그리 슬프게 하니.
그렇게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큰아이 13살 작은아이 10살.
쭈쭈먹던 모유홀릭 두 꼬맹이들이 어느새 이렇게 커주었다.
올 해는 우리 집에 많은 변화들이 찾아왔다.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10살이 된 둘째의 등하교 독립이다. 가방과 실내화주머니를 어깨에 메고 독립군처럼 비장하고 씩씩하게 학교를 나서고 학교에서 돌아온다. 이렇게 등하교 독립이 시작되고 집에 2시간쯤은 혼자 있어도 되는 안정감이 생겼다.
오예! 드디어 이제, 남편이랑만 저녁에 나가볼 수 있으려나. (13살 사춘기 큰아이는 이제 귀찮아서 안 따라다니고 문제는 10살 둘찌. 선심 쓰듯 게임을 허락한다.)
나는 둘찌의 콜센터다.
남편이랑 나가있는 동안 어찌나 불안하던지.
맥주 마시는 내내 둘찌의 전화가 오지 않았다. (불안한 건 오히려 엄마인 나다. 핸드폰을 만지작. 만지작. )
아이들은 자란다.
우리의 시간도 생긴다"
진짜 그리웠던 둘 만의 시간.
이 별것도 아닌 걸
10년이 넘도록 못했어!
10여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500미리 맥주를 둘이 먹고 취해버리는 저질 몸뚱어리가 돼버렸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