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나부터 Nov 01. 2024

보글보글 뽀그르르

콩콩 제자리 뛰기를 하는 나에게

'귀마개 안 해요?'라며 회원님이 묻는다.

아 그거는요

.

.

.

그냥, 좋아서요. 하하.




물속에 촤악 들어가면 들리는 소리 보글보글, 뽀그르르는 최고의 멜로디.

물과 몸이 부딪힐 때 촤르르, 여럿이 동시에 킥판 발차기를 하며 만드는 철썩철썩 소리는 그 어떤 자연의 소리보다 싱그럽다.


뿐만이랴. 손과 발로 물을 누를 때 나는 슈욱슈욱 물을 가르는 소리, 웨이브를 타며 들렸다 안들렸다 하는 물속 소리와 바깥소리의 하모니는 어떻고.

'빨리 오세요!'라며 강사님이 물 표면을 퍼억퍼억 두드린다.


바쁜 팔다리와는 다르게 차분히 이어지는 호음. 파. 이어지는 후하후하 거친 숨을 몰아쉬는 나 자신 국가대표만큼이나 멋진듯.




잠을 자는 시간을 빼고는 늘 무언가를 보고 있다. 시력이 좋지 않지만 수영을 도수 수경을 쓰지 않는다. 파란 물빛한데 어우러지는 수영복의 색깔, 네모난 바닥타일의 바른  그거면 그만이다.

흐린 눈으로 수영을 하며, 보지 않아도 그만인 것들을 너무 많이 보고 살지는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눈으로만 보고 다 아는 것으로 착각한 것은 아닌지도.


수영을 할 때에는 평소 듣지 않았던 많은 소리들이 들려서 좋다. 귀로 듣는 세상의 생경한 감각이란. 귀에 물이 들어가도 괜찮다.(귀에 들어간 물이 뽁. 하고 빠질 때의 시원하고 뜨끈한 느낌도.) 

바깥세상의 볼 것과 들을 것에서 벗어나 수영장의 온갖 음악을 듣는다. 고요한 듯 시끄러운 듯한 물속 세상의 음악. 수영장의 온갖 소리를 주제곡 삼아 물살을 갈라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까마귀의 은밀한 고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