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잃은 건 손, 얻은 건 날개였어

프롤로그

by 바달


내일이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야 겨우 잠이 와.


손목 동적 척골충돌 증후군, 삼각섬유연골복합체 중심와 파열, 원위요척관절 불안정성, 주상골-월상골 불안정성, 요골 경상돌기-월상와-월상골 관절의 섬유화 및 관절연골 결손


손을 잃었다는 건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나는 실제로 2년이 넘는 시간을 거치며 양쪽 손목을 두 번씩 수술했다. 그 와중에 발목도 한 번 수술했다. 뭐 하다 그렇게 다쳤냐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인대가 약한 편이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이건 수술을 해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할 거예요.”


대학병원에서 의사에게 그 말을 들을 때까지 나는 멈추는 법을 모르고 달려왔다. 그때의 나는 내가 마주한 거대한 STOP 사인을 감당하는 법을 알지 못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내가 누운 침대는 관이고, 내일은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야 간신히 잠에 들 수 있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당당히 말하고 다닌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다치지 않게 조심히 살아볼 기회가 한 번 더 주어진 대도, 아니, 어쩌면 슈퍼맨처럼 튼튼한 몸이 주어진다고 해도, 나는 내가 걸어온 길을 조금도 바꾸고 싶지 않다고.


나는 이 힘을 글쓰기를 통해 배웠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손 없으면 목소리로.


육신에 갇힌 생에 대해 써야만 했고, 나는 결국 음성인식 기능을 활용해 녹음으로 장편소설 하나를 완성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 무엇도 찬란히 빛나는 영혼을 가둘 수 없음을 깨달았다.



저 소설 완성할 때까지만 살아있게 해 주세요.


소설을 쓰는 동안 틈날 때마다 하늘에 대고 기도했다. 죽을병에 걸린 것도 아니었고, 매일 밤 ‘이제 그만’을 외치던 날들이 부끄러워서도 아니었다. 살아있음이 너무 행복해서, 그 행복이 너무 벅차서 말도 안 되는 기도가 자꾸만 새어 나왔다.


한 편의 글을 매듭짓고 난 뒤에, 나는 계속해서 글을 써야만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고,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느낀 것들이 또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있었음을 깨달았다.



글을 쓰는 이는 단 한순간도 혼자가 아니었음을.


나의 소설 〈물의 유희〉와 함께, 소설을 쓰는 과정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연재할 예정이다.


나의 서툴지만 신나는 여정을 많은 작가들과 나눌 생각에, 신이 나서 미치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