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쾡이 같은 저와 사는 남편은 순하고 뚱뚱한 동네의 넉살 좋은 고양이 같아요. 우린 서로 싸우지 않기 위해 약간의 거리를 둬요.
이번 이사는 너무 극? 적이었다고 해야 할지. 참 버라이어티 했어요. 대출과 서류만 챙겨달라고 하고 맡은 역할에 충실히 이사준비를 해나갔어요. 그런데 이삿날 전날 나머지 잔금을 못 구한걸저녁 9시 15분에 알게 되었다죠. 아이고 남편아 ㅠㅠ 트리플 A형인 우리 남편은...왜 말을 안 했을까요? 흠, 아파트와 관련된 은행의 돈은 제가 확인이 어려워요. 남편의 말을 믿었더랬죠. 그러다 탈이 났네요.
이래저래 이사를 하고 난 뒤온 곳은 실제 집을 보지 못하고 날짜가 맞는 집을 찾아 1달을 찾다가 우연히 제가 생각도 못했던 전셋집으로 이사를 했어요. 그 과정 속에서 앞이 깜깜하고 보이지 않았죠.
전셋집은 처음이라 더 두려웠던 것 같아요. 계약 후 보게 된 집은 갈색, 갈색, 금색, 음.. 여기는 몇 년도인가. 싶었죠. 흠집이 가득한 마룻바닥이 있고 거미줄도 가끔 생기는 이 집은 제가 치우지 않아도 티가 안 나요.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집에 초깔끔한 남편과 잘 도착한 것 같아서 감사한 요즘입니다.
아이들과도 우리가 깨끗하고 더 좋은 집에 이사 갔으면 이렇게 편하게 지내긴 힘들었을 거라고 지금 이 집이 참 감사하다고 이야기해요.
이사 후2달이 거의 다 되어가요.
2달 동안 그전에 못했던 집 정리를 하고 가구를 하나씩 사고 조립을 하고 청소를 하고 일을 하고 아이들 픽업을 하고 글쓰기 숙제를 하고 무한 반복의 50일을 보낸듯해요.
내가 뭘 샀더라. 기억도 안나는 하루하루. 쿠팡맨에게 너무 감사한 요즘.
쿠팡과 배송기사님들의 배달 덕분에 집이 잘 채워졌어요. 살림은 어렵지만 가구조립은 재미있어요.
뚝딱뚝딱 하나씩 만들어가는 나날들이었죠.
아침에 찾아온 카페는 올리브나무도 있고 파키라 나무, 고사리과 나무도 있네요.
'어머 내가 이런 곳을 왜 겉모습만 보고 들어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파키라나무와 치즈초콜릿케이크
사장님께 죄송하지만 간판 바꾸시면 안 되냐고물어보고 싶네요. 카페 안은 매우 편안한데간판은 너무 로맨틱한 느낌이라꺼려졌거든요. 저라면 나무간판에 네임만 적어둘 것 같아요.' 잡생각을 해봅니다.
따뜻한 사장님은 말을 건네주셨어요.
혹시 무용하시나요? 귀가 막힌 나는 잘못 들었나 싶었죠. 사장님의 질문을 칭찬으로 받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어요. 교회 율동에 박자도 못 맞추는저라서 그렇게 봐주심에 감사하죠.
예술 쪽이신 거 같다는 말에 저는 미술을 해요. 이 짧은 대화가 저에게 위로가 되네요. 요즘 초췌해 보이는나 자신에자신감을 잃어가요. 사장님의 칭찬에 웃게 되네요. 40살, 누군가는 무언가를 이루었고 누군가는 정체되었고 누군가는 또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겠죠.
저는 복지관과 학교로 수업을 가요. 아이들에게 잘하고 있다며 너는 서울대를 가겠다며 학교문제아로 찍혀서 전학을 오게 된 아이에게 아무 말 대잔치를 펼쳐요. 작은 관심이 그 아이를 성장하게 할 거라는 것을 알기에. 수강생분들께 늘 용기를 드리는 말을 하면서 저에게는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네요.
아침에 아이들 학교에 데려다주며 서울대 투어가 있는데 혹시 가고 싶니?라고 물었더니 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엄마맘대로 정하면 너희가 또 고려대 가고 싶었는데 할까바요. 저희 아이들은 고려대 과잠바를 갖고 싶어 해요. 가고 싶은 학과가 있는 건 전혀 아니고요. 치어리더라 멋져서예요. 과잠바가 예쁘대요. 엄마, 아빠는 공부를 잘하지 못했는데 너희에게 자꾸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하구나. 라며 아침이야기를 나눴어요. 지역에서 유명하다는 국립대가 저의 입시시기에는 점수가 낮아도 갈 수 있는 데었는데엄마는 그것도 못해서 좋은 대학엔가지 못했어. 그래서 그 이후 더 열심히 살게 되었어. 아빠도 마찬가지야. 너희가 지금 열심히 하느냐 나중에 열심히 하느냐에 달렸다고 이야기해 주었어요. 엄마 후회하지 마지금 잘하고있다며 위로를 해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