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존재의 흔적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를 가지고 아이가 엄살을 피우면 얼른 밴드를 붙여준다.
마법처럼, 보이지 않던 그 상처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화장실 한 번 다녀오면 나을 배앓이.
열 번을 한 방향으로 슥슥, 문질러주면
금세 화장실을 다녀와 가벼워진 배.
아이는 믿는다.
엄마 손은 약손.
억울하고 화딱지 나는 일이 있어 열변을 토하는 너의 감정은 거친 파도 같았다.
"아.. 어머!! 정말??"
그저 작은 돌멩이 같은 추임새를 던졌을 뿐인데
여전히 존재하는 그 속상함의 절반이, 마치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못난 모습에 팩폭을 날리려다 인심 좋게 거짓 칭찬을 던졌다.
그 말은 마치 씨앗 같아서, 어느덧 자라나
못남이 예쁨으로 변해 진심 어린 칭찬의 꽃을 피웠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줄 알았던 것들이 있다.
분명히 잊은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불쑥 떠오르는 말들.
누군가 툭 던진 위로, 뜨겁던 감정, 말없이 마주 앉아 있던 그 시간.
이들은 마치 오래된 보물 상자 속 보석 같아서,
때때로 반짝이며 나의 마음을 밝혀준다.
사라졌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마음 어딘가에 남아 아주 작은 온기가 되어 있었다.
그 온기는 겨울을 이겨내는 나무의 속살처럼, 나를 지탱해 준다.
손을 놓아도, 거리를 두어도, 함께했던 순간들은 사라지지 않은 것들.
길을 걷다 문득 흘러나온 노래에서, 익숙한 냄새에서,
어느새 나도 모르게 따라 하던 습관 속에서 여전히 존재하는 것들.
포기했다고 없어진 것도 아니다.
접어둔 꿈이 사라진 줄 알았는데,
언젠가 그 조각들이 다른 모습으로 남아 다시 손을 내밀 때가 있다.
마치 겨울을 이겨낸 새싹처럼, 나의 꿈도 다시 솟아난다.
과거의 노력이, 실패했던 도전이,
사실은 조용히 쌓여 어느 날 나를 앞으로 밀어주는 힘이 된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날개가 되어, 우리를 더 높이 날 수 있도록.
사라지지 않았는데, 사라진 것들.
마음속 어디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가
때가 되면 다시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때 비로소 알게 된다.
사라져도 남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라는 것을.
그것들은 내 삶의 보이지 않는 뿌리가 되어,
더욱 단단하게 지탱해 준다는 것을.
서나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