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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컹크 Oct 30. 2024

내가 공부한 것 vs. 내가 얻은 직장

Work is work.

갑자기 생각해 보니 창피하다.

내가 어쩌다 스웨덴 직장에 자리 잡게 되었는지 시초를 생각해 보니.


긴 이야기를 짧게 이야기하자면 남자 때문에 스웨덴에 오게 되었다.

5년 전 나에게는 유학생활 마감일 무렵 마드리드에서 만난 이탈리아, 스웨덴 혼혈인 그 남자와 둘이 알콩달콩 살며, 스웨덴으로 내가 따라가겠다고 약속하게 되었다.

내가 이미 여행 가본 스웨덴 도시 사람이라 그런지 따라가는 것에 크게 거부감은 없었다. 물론 당시 어마어마했던 콩깍지와 스웨덴 문외한이었던 나는 손쉽게 오케이를 했다.


이 결정으로 인해 한국 가족과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 지금은 그럭저럭 잘 지낸다.


그렇게 2021년 정착하게 된 스웨덴.

초반에는 한국 번역회사 두 곳과 계약한 프리랜서 번역일 밖에 없었다. 여기에서는 평생교육원에 가서 무료 스웨덴어 수업을 듣는 것 빼고는 내 일상은 한량이었다.


현지 거주증을 받고 8개월 후, 고용노동부를 통해 스톡홀름에 위치한 작은 컨설팅 회사와 계약이 되었다.

스웨덴에서 받은 첫 계약서라 일단 기분은 좋았다.

풀타임도 아니고 스톡홀름에 사는 것도 아니고 재택이었다. (정직원 몇 명 빼고는 스톡홀름 살아도 다들 재택)


그 회사에서 5개 정도의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분기별로 회사 파티를 하는데 두 번 정도 기차 타고 스톡홀름에 가서 재미있게 보냈다.

프로젝트 매니저 중 한 명이 일자리는 여기에 더 많으니 올라오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회사에 나 빼고는 모두 스톡홀름에 사는 사람들뿐이었다.

그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미친 듯이 집을 구하기 시작했다.

센터는 너무 비싸서 셰어하우스에 방 하나정도 겨우 구할까 말까

회사 사람들이 집 구하는 웹 링크도 보내주고 페이스북 그룹도 공유해 주며, 꽤 도와줬다.


기차표 왕복표에 스톡홀름에 가서 집을 직접 보고 결정하기 빡빡한 상황이었다.

재정적으로 여유롭지도 않았다.

제일 싼 기차표를 찾으니 당일치기로 스톡홀름에 5시간 정도 있을 수 있는 스케줄이 생겼다.


그렇게 5시간 기차를 타고 스톡홀름에 도착해 미리 예약한 두 곳을 직접 보고(원래 네 곳이었는데 취소됨) 햄버거 하나 먹고 다시 5시간 기차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

집보러 스톡홀름 가기 일주일 전에 면접본 다른 컨설팅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워낙 많이 넣었어서 그런지 전공과 상관없이 얻어걸린 케이스였다. 링크드인으로 마구마구 넣은 후 기억도 못하고 있다가 면접 보러 오라고 했을 때, 놀라고 어딘지 몰랐을 정도로 예상치 못한 곳.

 

그곳이 내 현 직장이다.

나는 그렇게 환경컨설팅회사에서 1년 반째 일하고 있다.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은 늘 해왔다.

하지만 내가 그레타(Greta Thunberg,Swedish activist)도 아니고, 딱히 큰 노력을 해본 적은 없다. 분리수거, 재활용 정도?


현재 내 직무는 해외제조사들이 한국으로 수출하기 전 준수해야 하는 한국의 법과 규칙을 안내하고 해외제조사를 대행하여 그 의무를 수행하는 업무이다.


인체와 환경에 유해되는 화학물질이 한국에서 사용되지 못하도록 하는 그런 법규들이다.



전임자가 개인사정으로 인해 한국으로 떠나야 해서 사람을 찾은 것이었고, 그분이 떠나기 전 3주 트레이닝을 받았다. 생소하지만 꾸역꾸역 배운 이후 그냥 바로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사수가 없이 그냥 해야 했다.

처음 6개월은 너무 힘들어서 퇴근하고 나서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화학물질이라니...


온라인 코스로 기본적인 화학물질과 환경에 대한 코스도 들어봤다.

물론 그 코스는 꽤 재밌게 들었다.

내 몸도, 내 주위 모든 것도 화학물질들이라니...

평소 미용과 화장에 관심이 많던 나는 내가 쓰는 모든 제품이 화학물질들의 혼합물이라는 사실에 은근히 흥미를 느꼈다. 

예를 들면, 탈색약도 화학물질


물론 내 업무는 흥미롭지 않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현재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회사를 다닌다.


나는 나. 일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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