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일지 2.

지옥에서 (2).

by 늦은구름

지운은 소란이 잦아들기를 기다려 자리 잡고 서서 과거로 돌아가기로 했다. 반추란 사랑과 기쁨을 돼 새기는데 의미가 있을 터이지만 이 암흑 속에서 좋은 추억은 떠올리기 힘든 것이다. 단지 자신이 이 암흑의 지옥에

떨어지게 된 까닭을 찬찬히 되짚어 보려는 것이다.

'나는 정말 죄를 짓지 않은 것인가? 남으로부터 심한 말을 들으면 자존심이 상하고 굴욕감을 느꼈었지. 임기

응변에 약해서 즉시 반박하지 못하고 분을 삭이느라 애를 썼어. 그럼 나는 남에게 안 해도 될 말을 하지 않았었나? 군대에서 계급을 내세워서 불필요한 언행을 하지 않았나? 안 했다면 거짓말이다.


나이 많은 병사에게 너무 심하게 질책한 적이 있었지. 그 병사는 눈물을 흘렸어. 힘든 일이지만 만나면 사과

하고 싶었어. 하찮은 권한을 가지고 지나치게 휘둘렀다면 그건 분명 죄가 될 거야.'

인생 팔십을 넘어 살았으면 작으나 크나 말의 실수, 행동의 실수는 짚 더미처럼 쌓여 있을 거다. 당연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 실수들은 조금 급한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본질을 살펴보면 살아오면서 수양을 닦지

못한 때문이 아닌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부끄러운 과거였다. 하나하나 따진다면 살아온 많은 날들만큼

실수가 많았고 그것이 전부 죄라면 죄인 것이니, 하는 결론에 도달한다.


어디 남뿐일까,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심한 말을 한 적이 있었으니 가슴 아픈 일일 뿐 아니라 죄인 것이다.

지나온 날들이 모두 다 후회되는 것이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는 죄가 많은 인생을 살아왔던 것이

아닌가? 늦었더라도 사과하고 본심이 아니었음을 털어놓아야 했다. 그러한 과정이 별로 없었으니 뒤늦게

후회가 많은 것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제5관에서 관리의 실수로 자신이 지옥에 오게 되었지만 오늘

까지의 과정은 미리 정해진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운명론에 이른다.


여기 혹독하고 비참한 현실은 내 운명이었단 말인가? 지운은 내가 만든 운명이라면 내게 책임이 있는

것이며 지금 그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운은 자신의 결론에 놀란다. 이 지옥에

얼마나 있어야 되는지 자문할 때 답이 없기 때문이었다.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러면 어떻게? 어떻게 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지장보살의 법문을 들었을 때는 진실로 뉘우치면 될 거

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잠시 후에 자기의 죄를 뉘우치면서 겁을 먹고 고통스러워하는 건 무슨 까닭인가?


지운은 자신의 믿음이 가볍다는 사실에 아무도 모르지만 부끄러웠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입에서 저절로 흘러나왔다. 간절하게 빌고 있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환경에서도

오래 있으면 조금씩 보이게 된다고 했다. 이제 시간이 흘러서 어둠에 익숙해지고 희미하게나마 옆에 있는

영혼체들을 분간할 수 있었다. 좁은 공간 때문에 서로 옷이라도 닿게 되면 으르렁 거리는 경우가 잦았던 것을 자주 겪다 보니 일상이 되어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상대가 밀치면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 상대를 밀치고 한 대 맞으면 같이 때리는 행위가 반복되었다.

그러다가 차츰 주위가 익숙해지니 티격태격하는 일도 줄어들어 말하자면 안정되어 가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를 지운은 퍽 다행스럽게 여기고 참선을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시도하였다. 그런데 한 영혼이

나타나서 훼방을 놓는다. 지운보다 더 늙은 어떤 영혼이 가까이 오더니 말을 걸었다.

"당신 누구야? 어디서 왔어?" 대뜸 반말로 물었다. 지운은 기분이 언짢았지만 대꾸했다.

"왜 그러시오. 내가 어디에서 왔건 당신이 무슨 상관이오?"

그 늙은이는 뚫어져라 하고 지운을 쳐다보더니 내뱉었다.

"상관있지. 당신 가만히 보니 어디서 많이 보던 얼굴이야. 분명 어디서 봤는데 얼른 기억이 떠오르지 않네."

더 듣기 싫어 다른 데를 보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참선을 계속하려는데 이 늙은이가 사람을 놔주지 않았다.

사내가 탁한 음성으로 하는 말이 "당신 월남전에 참전했지?"

혼잣말처럼 중얼댄다. 지운은 속으로 '별 깡깽이 같은 소리를 다하고 있네."


지운은 내심 언짢았다.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니라 월남전 얘기라면 한 참 길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운은

자기도 모르게 긴장된 목소리로 "그것이 어쨌단 말이오?" 하고 퉁명스럽게 묻고 말았다.

"그렇지? 언제 갔나?" "그건 왜 묻습니까?"

"그러니까 1968년도 아닌가? 왜인고 하니, 내가 그때 근무했거든" 말하며 지운의 눈치를 살핀다.

"그래요? 나도 그때요."

대답하자 그것이 늙은이의 물음에 긍정적인 대답이 되어 한 층 가까이 달려들며 캐묻는다. 마치 수사하는

형사가 어떤 단서를 찾아내어 눈에 빛이 날 때처럼 이 늙고 뚱뚱한 사내는 힘이 나는가 보다.


지운은 문답을 하면서 늙은 사내를 자세히 뜯어보니 자기도 어디에서 본 것 같은 인상이다. 이게 무슨 인연

이라고 이승도 아닌 지옥에서 만나는 우연 이란 말인가? 그러나 뚜렷이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 많은

부대원을 다 기억할 수도 없는 것이고 업무로 관계되어 자주 접촉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기억될 리가 없었다.


지운이 다시 베트남에 가게 된 것은 곡절이 있었다. 일차 파월 때 규정 때문에 사고 싶은 캐논카메라도

사지 않고 송금했는데 귀국해 보니 그것이 사라지고 없었다. 신망이 컸었다. 맥이 빠지는 현실이었으나, 집안

사정으로 그리 된 것 다 잊기로 했다. 귀국하여 가평으로 배치되었는데, 하숙집 주인의 소개로 괜찮은 규수를

소개받아 약혼하였다. 그런데 앞으로 생활에 나갈 일이 난감했다. 중사의 월급으론 정말 입에 풀칠 밖에 안될

것이 뻔하여 아무래도 다시 월남을 가야 하겠다고 수단을 강구하였으나 어디 인맥이라고는 없는 주제에

힘든 일이었다.


원주지역에 있던, 파월 시 통신대장이던 장교에게 연결해 보았으나 사모님 말씀이 사냥 나갔다

하여 인연이 없나 보다 했었다. 일 년을 노력하여 재파 할 수 있었다. 일차 때와 같은 퀴논지역이었고 자동차

대대에 배속되었다. 통신병 이라고는 교환병 한 명뿐이라 모든 걸 혼자 하는 상황이었다. 지운은 작전과에

속하였으며 과장은 소령이었다. 이 사람이 지운을 왜 그리 구박하던지 재파한 것을 몹시 후회하였다. 지운은

부지런히 업무를 수행하였고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백 프로 해내려고 기를 썼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무슨 마가 씌웠는지 작전과장은 지운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것처럼 들들 볶아

댔다. 도대체 까닭을 알 수가 없었다. 그 무렵 재 파월자는 평이 좋지 않아서 조기 귀국 시킨다는 소문이

돌았다. 마빡 치는 것이라면 재 파자뿐이라고만 특정 지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어느 날 새벽에 트럭이 여러 대가 지나가는 소리가 요란해서 잠이 깬 적이 있었는데, 어느 병사에게 물으니 헌병대차가 선도하고 대대 트럭을 동원하여 맥주를 싣고 시내로 가던 것이라고 했다.

그 후에 대대장과 작전과장이 볼썽사납게 욕을 하며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 소문에는 누가 더 자기 몫을

많이 챙기느냐 하는 문제로 다투었다고 한다. 진실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았다. 병사들이 맥주 몇 박스 갖다

파는 건 아무것도 아니란 얘기다. 여러 해가 흐른 다음에 지운은 그들 나름대로 나라에 보탬이 되는 역할을

한 것이 아닐까 하고 합리화시키기도 했다. 그들은 그들대로 잘 살기 위해 움직인 것이고, 외화를 벌어들인

것이니까 뭐 큰 문제가 될 건 없다고 내 나름대로 치부하고 말았다.


내 삶의 범주에서 먼 것일 뿐이었다. 실은 나도 맥주 두 박스 트럭 운전병에게 부탁하여 팔아 달라고

했었다. 결코 되풀이할 짓이 못되었다. 신경 쓰이는 게 싫었다. 하여튼 다시는 하지 않았다. 그러니 마음은

편했다. 내가 마빡을 쳐서 얼마나 돈을 모은다고 또 하겠는가? 누가 그랬다. '남들이 다 하는 거 너는 왜

못 하냐?' 맞다. 남들이 하는 거 못하면 병신이란 말을 들어도 싸다. 하지만 내 적성에 맞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차라리 안 하고 헛된 신경 쓸 일 없는 게 훨씬 평화로운 삶이다.


어쨌든 소령이 나를 괴롭혀서 편할 날이 없었다. 마치 가지고 노는 것 같았다. 아마 내가 모진 놈이었다면

총으로 쏘아 죽이고 끝냈을지도 모른다. 잠깐 지운이 옛 기억을 더듬고 있을 때 그 배불뚝이 늙은이는 생각이 났다고 설리발을 친다.

"생각났어. 그러면 그렇지, 내 기억이 어디 가나. 너! 이 중사지? 통신 맡았던 이 중사. 이 새끼, 날 몰라? 엉?

작전과장 하 소령 기억 안 나나?" 하며 큰 것을 건진 낚시꾼처럼 떠들어 댔다. 지운은 그가 하 소령이라고

하니 바로 기억을 찾았다. '그래, 왜 낵 하 소령을 잊어? 나를 못 잡아먹어 갖은 염병을 떨던 그 하 소령.'


지운은 하 소령을 똑바로 보며 한 마디씩 또 박 또 박

"그럼, 알고 말고, 병이 깊어 항상 얼굴이 거무튀튀하던 당신을 잊을 리가 없지. 날 인간 취급도 안 했던 자,

그런데 여기는 땅밑 지옥이야, 하 소령도 이 중사도 없다. 오직 죄인이 있을 뿐. 이 중사 불러 대지 마라."

하고 힘주어 말했다. 그 늙은이는 지운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떠버린다.


"야 이 중사, 넌 죽어서도 이 중사야 이 새끼야, 이게 이제 맞먹으려고 하네. 그건 안되지. 어디까지나 나는

소령이고 아니 하 중령이지. 이 중사 이 새끼! 제법 이제 말도 잘하네, 그때는 말도 제대로 못 하더니, 야 이 새끼

지금부터 내 따까리 해 알았냐?" 늙은이는 완전히 지운을 뭉개고 있었다. 주변, 환경, 분위기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오직 자기 말에 취하여 떠들어 댔다. 지운은 늙은이의 성질을 긁고 싶었다.


"하 소령! 내가 당신과 같이 욕을 하면 같은 놈이 돼 버리니까 그렇게 할 수는 없고, 그래 지금 신장은 다

나았나? 맨날 부대에서 얼굴이 거무스름해가지고 빌빌 대던, 군대가 좋았지. 당신 같은 병자를 참모라고

앉혀놓고 일을 시켰으니, 일은 제대로 했나? 참! 마빡 치는 건 잘했지. 귀국박스는 몇 개나 가져왔나? 달러

얼마나 긁어모았어? 더블 백도 모자랐을 걸. 안 그래?" 그러자 늙은이는 화가 나는 투가 되었다.


"이 새끼, 무슨 나발부는 거야, 야! 이 새끼야, 내가 달러를 긁었으면 긁었지 니 새끼가 왜 왈가왈부야?

나는 내 능력 껏 모아서 가져갔다. 됐냐? 병신 같은 새끼, 너는 죽었다 깨나도 못해 이 새끼야."

원래 쉰 목소리에 색색 소리가 나던 하 소령이다. 그게 지옥에서도 같았다. 여기 지옥에서야 어떤 말이든 해도

누가 녹취하는 것도 아니고 다지는 사람도 없으니 마음 놓고 떠벌리는 것이다. 좋다. 좀 더 적나라하게 떠

벌려야 한다. 지운이 말재주가 없는 걸 새삼 탓해 뭣 하랴마는 이 순간 마땅한 댓 구가 떠오르지 않아 잠깐

동안 하 소령을 쳐다보고 있었다.


늙은이는 그 빈 시간의 틈을 놓치지 않는다. "이 중사 이 새끼, 잘 들어 너 여기가 지옥이라고 마음 놓고 나

한테 대드는 모양인데 야 이 새끼야, 지옥은 지옥대로 질서가 있는 거야. 뭘 모르는 새끼네. 어디까지나 나는

하 중령님이시다. 앞으로 내게 하 중령 님이라고 깍듯이 불러라 안 그러면 너는 즉시 처벌이다."

늙은이는 한 껏 기가 살아서 지운 앞에서 으스대고 있었다. 웃기고 있는데 웃을 수가 없었다. 그는 아주 진지한 태도로 말하고 있었다. 지운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아니 못하겠다면 어쩔 건데, 질서 라고 했나? 질서는 지장보살님의 말씀이 질서야. 뭐 좀 알고 떠벌려라.

당신에게 설설 기라고 하는데 절대 못해. 월남서 너무 많이 기었거든, 왜 그렇게 내게 못되게

굴은 거냐? 당신 전생에 나와 무슨 원수라도 지었나? 몹시 궁금하네. 말 좀 해봐."

" 이 새끼 말 해줄까? 그 건 네가 병신 같아서야. 알겠냐? 이래도 네, 저래도 네, 하니까 재미가 있었지. 더구나

TO도 없이 굴러온 놈인데 아무려면 어때 싫건 부려 먹다가 보내면 그뿐이지."


의기양양하여 자랑을 늘어놓는다. 지운은 오히려 자기가 분노에 휩싸이고 있었다. 이 자의 질깃한 너스레에 기울어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면 자신이 죄를 지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냥 하 소령의 억지 타령을 듣자니

속이 뒤집혀 참기 힘들고 맞받아 대거리해 주자니 적절한 말이 없어 답 답 하였다. 그러나 여기서 마냥 참고

있을 수도 없었다. 치밀어 오르는 불길을 억누르기가 더 힘들었다. 드디어 터지고 만다.


"하 소령! 나를 병신이라고 했나? 내가 일을 못했나, 주어진 임무는 다 수행했는데 왜 병신이야?" 하고

소리를 질렀다. 늙은이에게 다가선다. 늙은 사내는 지지 않고 대꾸한다.

"일이야 제대로 했지. 요는 내가 요구하는 사항을 제때 처리하지 않았다는 게 중요하다 이 말이야 이 새끼야,

무슨 말인지 알겠나? 이 등신아." 늙은 사내는 지운에게 불을 지른다. 끝내는 지운이 못 참고 사내의 옷을 잡는

것과 동시에 이마로 늙은이의 얼굴을 힘껏 들이받았다.


늙은 사내는 악 소리를 지르며 얼굴을 감싸고 땅바닥에 쓰러진다. 지운은 그대로 놔두지 않고 상대방의 몸에

올라타고 앉아 두 주먹으로 번갈아 얼굴과 빈 곳을 연달아 가격한다. 드디어 서로 엉켜 붙어 뒹군다. 누가 더

세다 약하다 할 상황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개싸움이었다. 지운은 이런 싸움이 처음이었다. 저쪽 세상에서

못해본 것 한 번 해보자 하는 심정으로 악에 바쳐 싸우고 있었다.

"네가 월남에서 날 괴롭힌 것도 모자라 지옥까지 따라와 겨우 아물어가는 상처를 후벼 파고 있어? 나쁜 놈"


경멸과 증오를 전부 실어 퍼부어 준다. 한 소령은 싸우면서도 입을 계속 놀리고 있었다.

"이 중사 이 새끼야, 너 상관을 때려? 군법회의 감이야, 이 새끼 뭘 모르네 형편없는 새끼네."

"그래 난 군법회의가 뭔지 모른다. 지옥에서 군법회의 찾는 놈은 세상에 너밖에 없을 거다. 이 악질 놈아"

주위에서는 보고 듣고 있었던 상황이라 사내가 두들겨 맞는 걸 말리지 않았다. 모욕적인 언사나 행동이 남의

동정을 살만한 인물이 아니란 걸 진작에 알아봤나 보다. 지운은 다시는 늙은 사내가 못 일어나도록 하려는 양

배며 옆구리를 힘껏 발로 찬다.


"내가 지옥에서 못 나가더라도 네놈을 작살 내줄 거야."

가격을 멈추지 않았다. 사내는 반격을 못해본 채 뻗어 버리고 만다. 그제야 지운이 주먹을 거두고 가쁜 숨을 고른다.

"야 인마 네가 소령이면 소령이지 여기까지 와서 행세야 행세가, 오늘 내가 네놈에게 조금 분풀이를 했다만

이것은 맛 뵈기 밖에 안돼. 나쁜 놈 네가 대량으로 마빡 쳐서 달러 긁어가지고 귀국했으면 그것으로 된 거지,

네가 잘 산 거 시샘하지 않고 탐내지도 않고 시기하지도 않았단 말이다. 나를 건드리지 마. 왜 가만히 있는

영혼을 건드려서 쓰리게 하는 거야! 이 나쁜 놈아!"


발로 한 번 늙은이를 걷어 차 준다. 지운이 속이 조금 후련 해졌지만 죄를 졌다는 사실에 후회하고 만다. 두

손을 모으고 '나무 관세음보살' 기도의 자세가 된다. 이제 여기를 나갈 기회가 더 늦어질 게 확실하다. 한 편으로는 속이 시원해졌고 한 편으론 없던 죄를 하나 지게 되었다는 죄책감이 무겁게 다가왔다.

이승이나 저승이나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모순 투성이 이고 어지러운 거냐? 지운은 발길을 옮긴다. 이곳을 떠나 옮기도 싶었다. 저 상통이 보이지 않는 위치로 가고 싶었다. 그리고 자리 잡아 참선을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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