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에서 호흡까지
목월: 오늘은 개강 첫날이라 서둘러 수업 들으려 가던 중 지하철 계단에서 발이 미끄러져 순간 무릎이 까지면서 피가 스며 나왔는데, 정신은 이미 강의실로 달려가고 있더라.
미월: 몸은 먼저 기록해서 신고식으로 붉은 자국, 스며 나온 피, 그리고 멍이 네가 들고 간 과제였던 거야.
목월: 그런가 봐, 전철을 환승할 땐 몰랐는데, 전철 안 이동 중 뭔가 흘러내리는 느낌이 나서 원피스를 들어보니 피가 계속 멈추지 않으며 흘러내렸어
미월: 흘러내린 건 단순한 피가 아니라, 네가 놓쳐온 쉼과 긴장이었을지도 몰라, 몸의 신호는 아픔으로 이어져 피로라는 붉은 글씨로 빈칸을 써 내려가
목월: 아프긴 했는데 지혈이 먼저라는 생각에 물티슈로 닦아냈지만, 피는 멈추지 않아서 식겁했는데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물티슈, 손수건으로 감싸주려 하는 호의 선뜻 받지 못하다가 끝내 다시 내민 밴드와 물티슈만은 받았어.
미월: 그 순간 흘러나온 건 피만이 아니라 스스로 두른 막이 서서히 풀리며, 도움을 받아들이는 찰나에 마음이 조금은 놓였을 거야.
목월: 그렇게 겨우 강의실에 들어섰는데, 첫 수업이 마침 ‘병리학’이었는데 내 무릎이 첫 교재라도 된 것처럼 느껴져
미월 : 맞아, 병리학은 스크린 속 이론이 아니라 몸이 직접 연주하는 리듬 같아.
목월 : 마치 출혈은 멈추라는 템포, 부기는 스스로를 감싸는 화음, 통증은 여전히 숨을 연주하는 것처럼
미월 : 그래, 네 무릎은 이미 화면보다 먼저 그 수업을 연주한 거야.
목월: 교수님이 설명한 연합력은 감각과 기억이 만나 순간에 의미를 붙이는 힘 이래.
미월: 그래서 네가 계단에서 미끄러진 순간, 단순히 아픈 게 아니라 ‘위험하다, 멈춰야 한다’는 인식으로 이어진 거야.
목월: 운동력은 근육이 직접 움직이게 하는 힘이라고 했어.
미월: 그래서 네 손이 반사처럼 난간을 붙잡으려 했던 것도 운동력이 드러난 거야.
목월: 시상은 감각이 스쳐 지나가며 제자리를 찾는 첫 무대래.
미월: 그래서 네 무릎의 아픔도 곧장 위로 닿아, 순간을 알아차리게 한 거야.
목월: 소뇌는 균형과 미세한 조정을 맡는다고 했어.
미월: 그래서 비틀거리면서도 끝내 중심을 잡고 강의실에 들어올 수 있었던 거야.
목월: 중뇌는 반사와 빠른 반응을 담당한대.
미월: 순간적으로 몸을 움츠려 충격을 줄였던 것도 그 역할이야.
목월: 연수는 숨과 맥을 이어주는 자리라고 했어.
미월: 그래서 넘어져도 호흡이 끊기지 않고, 심장이 멈추지 않고 선율처럼 흘러간 거야.
목월: 척수는 몸의 감각과 움직임이 오가는 통로래.
미월: 네 무릎의 통증도 그 통로를 타고 올라와, 몸이 스스로 강의를 시작한 거야
목월: 응, 병리학 수업이 끝나고 나니 곧바로 개강 총회가 이어졌어. 긴 호흡 같은 자리였어.
미월: 학기를 여는 인사와 점심 식사가 함께했구나, 새로 온 교수님도 얼굴을 드러냈을 거야.
목월: 맞아, 간단히 티타임 겸 식사를 했는데, 사실 머릿속은 무릎의 욱신거림이랑 배고픔뿐이었어.
미월: 몸이 먼저 반응했네. 피로와 긴장이 겹쳐도 결국 식사와 차가 작은 숨결처럼 너를 잠시 붙들어 줬을 거야.
목월: 응, 그렇게 숨을 고른 뒤 이어진 수업은 호흡테라피였어.
미월: 아침에 급히 뛰어오던 숨결과 달리, 이번엔 들숨과 날숨을 지켜보는 시간이었겠네.
목월: 응, 새로 맡은 교수님의 오리엔테이션과 짧은 명상이 있었는데, 통증 덕분에 오히려 눈 감고 머무는 시간이 낯설지 않았어.
미월: 오, 그건 네 안에서 새로 발견한 여유였네.
목월: 이어서 자기소개 시간이 있었는데, 그 장면이 오래 남아.
미월: 넌 보통 글로 표현할 땐 편하지만, 사람들 앞에 서면 쉽지 않았어.
목월: 맞아, 준비한 건 있었는데 입술로는 다 꺼내지 못해서 조금 아쉬웠어.
미월: 그래도 네가 소통을 시도했다는 게 중요한 거야. 글과 호흡처럼, 그 순간도 네 리듬이었어.
목월: 맞아, 다른 선생님들은 과거의 행복했던 장면을 떠올리곤 했는데, 나는 호흡테라피와 글쓰기를 함께 떠올리면서 뿌듯했어.
미월: 배운 걸 글로, 또 삶으로 나누려는 네 마음이 이미 수업의 절반을 채운 거야.
에필로그
개강 첫날, 지하철 계단에서 시작된 통증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 무릎에 남은 자국은 병리학의 첫 페이지를 대신한 요란한 신고식이었다.
몸이 남긴 기록은 스크린 속 이론보다 더 선명해, 개강 총회의 긴 호흡과 차 향기 속에서 겨우 안정을 붙잡을 수 있었다.
이어진 호흡테라피는 또 다른 발견의 자리가 되었다.
눈을 감고 머무는 순간, 통증마저 새로운 배움의 배경이 되어, 입술로 다 꺼내지 못한 자기소개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글과 호흡에 담긴 마음이 이미 소통의 일부였음을 깨닫는 순간, 오늘 하루는 아픔과 쉼, 배움과 나눔이 겹쳐진 작은 치유이다.
이번 4학기차의 시작은 누군가의 배려와 함께, 지난 학기 아로마 심리코칭 수업을 마치고 받은 두 장의 자격증
제니퍼가 주는 국제 민간 자격과 협회에서 부여한 민간 자격이 나의 손에 함께 얹어지며 더 의미 깊은 출발이 된다.
첫 페이지는 이렇게 열어가며, 앞으로의 배움은 이 흐름 위에 차곡차곡 쌓여 연재 브런치북으로 묶일 것이다.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도 치유와 회복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그리고 브런치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는 블로그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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