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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의 대사

호흡과 향기의 악보

by 빛나

자온 : 오늘 병리학 강의가 비어서 몸은 가벼운데, 마음은 좀 허전해.


미월 : 빈자리는 늘 묘해. 아무것도 없는 듯하지만, 오히려 더 크게 다가와.


자온 : 마치 연주가 멈춘 순간, 음정만 홀로 남아 있는 느낌.


미월 : 그런데 너 4주 차 발표 있잖아. 이 시간에 조금 꺼내보면 어떨까?


계온 : 오~ 좋아 , 수업은 멈춰도 우리가 대화로 이어가면 리듬은 끊기지 않으니까.


목월 : 맞아. 대사는 결국 몸속에서 연주되는 악보 같은 거잖아. 공백을 채우기엔 잘 어울리는 주제야.


자온 : 포도당은 첫 음 같아. 세포를 깨우지만, 너무 많으면 곧 불협화음이 되잖아.


미월 : 글리코겐은 어둠 속에서만 켜지는 은밀한 불빛 같아. 필요할 때만 모습을 드러내잖아.


계온 : 단백질은 건축의 설계선. 선 하나 어긋나면 전체 구조가 기울어져. 작은 결핍이 전신의 악보를 깨뜨려


목월 : 지질은 잠겨 있는 검은 호수. 고요히 숨지만, 불러내면 불씨가 돼서 타올라.


미월 : 무기질은 작은 음정 같아. 눈에 띄지 않지만 삐끗하면 곡 전체가 무너져버려.


자온 : 결국 대사는 우리 안에서 늘 이어지는 언어야. 강의실이 비어도, 이미 여기서 흐르는 중이네


목월 : 작은 흐트러짐 하나가 전신의 리듬을 바꾸는 건 대사의 무서움이자 아름다움이야.


미월 : 맞아. 그래서 난 늘 신기해. 몸속 화학반응 이야기가 이렇게 시처럼 다가올 줄은 몰랐어.


계온 : 오늘 수업이 휴강이 아니었다면, 그냥 강의만 들은 후에 파일을 정리해서 새로운 버전으로 풀어내는 것에서 그치겠지만


자온 : 빈자리가 오히려 우리의 새로운 언어로 채우니까. 4주 차 발표는 이미 여기서 시작된 거야.


미월 : 그러네. 오늘의 공백이 다음 리듬을 미리 연습하게 해주는 연료인 거네


목월 : 응, 배움은 끊기지 않아서 빈자리조차 하나의 파동이 되어 우리 안에서 퍼져


계온 : 호흡테라피 시간은 파동처럼 다가와서 화면 위 그려낸 곡선이 곧 숨의 얼굴이 돼


미월 : 다섯 초 숨을 채운 후 다섯 초 내쉰 호흡은 숫자보다 몸이 만들어내는 바람의 리듬이야


자온 : 심장과 호흡이 같은 색으로 겹치면 온몸이 밴드 세션처럼 들려


목월 : 숨이 어긋나면 불협으로, 균형을 찾으면 다시 화음으로 돌아와


미월 : 단순한 반복인데도 들숨은 문을 열어주는 음, 날숨은 은근히 닫아주는 음이야

계온 : 그 문을 지날 때마다 신경과 감정이 한 템포씩 가라앉아


자온 : 호흡은 설명보다 큰 언어라서 풀리지 않던 마음이 숨을 세면 정리돼


목월 : HRV가 높아진다는 건 심장이 다시 안정된 박자를 찾는 거잖아


미월 : 맞아, 자율신경이 조율되면서 몸 전체가 같은 템포로 이어져


자온 : 과호흡은 흐트러진 피아노 건반 같아, CO₂가 빠져나가면 뇌까지 어지러워


계온 : 그래서 호흡은 면역까지 닿아 숨 하나가 몸을 지켜내는 방어막이 돼


미월 : 매트 위에서 바로 시작하니 숨이 곡선처럼 드러나, 화면보다 몸이 먼저 기억해.


자온 : 척추를 휘는 순간 들숨은 하늘에 선을 그려주는 선율, 숨은 바닥에 스며드는 선율이야


계온 : 어깨에 걸린 긴장이 풀리니 눌린 리듬이 살아난다.


목월 : 눈을 감으니 가슴의 오르내림이 심장 깊은 곳까지 울려 퍼지는 자연의 감각이 귀 끝을 간지럽하니 묘해


미월 : 손끝까지 퍼진 숨이 몸 전체를 하나의 악기로 묶어, 마음은 새 연주를 시작한다.


자온 : 내 숨은 아직 짧지만 작은 리듬이 쌓이면 완성된 곡이 되어서 이런 수업이 내게 맞아.


계온 : 스트레칭과 호흡이 포개지는 순간 우리 몸은 바로 무대의 등장인물이 되는 거야.


목월 : 남은 공백은 숨으로 채워주면 배움은 다른 얼굴로 우리 안에 남아.


자온: 오늘 리듬에 가장 닮은 향은 라벤더 같아, 공백을 안아주면서 마음을 은근 풀어주는 음처럼


미월 : 난 프랑킨센스가 떠올라, 깊게 이어지는 호흡처럼 심장까지 맑게 울려 퍼지니까.


계온 : 바질도 어울려, 숨겨둔 목소리를 꺼내주는 향이라서 우리 대화랑 닮았어.


목월 : 그레이프프루트는 공백을 새 출발의 무대로 바꿔주네, 밝게 스며드는 빛처럼.


자온 : 결국 아로마도 오늘 수업과 닮았어, 눈에 보이지 않아도 맥박처럼 남아 우리를 감싸주잖아

에필로그


빈 강의실에서 시작한 하루가

호흡과 향기 속에서 마무리된다.


공백은 대사로 피어나서

그 대사는 다시 우리 안에서

리듬처럼 이어진다.


오늘은 3주 차 수업 내용으로 에세이를 만들어 보았다.

남은 리듬은 블로그에서 이어지며, 같은 주제 또 다른 버전으로 시작이 된다.


https://m.blog.naver.com/bina80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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