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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과 호흡의 리듬

순환의 병리, 호흡의 공명

by 빛나

자온 : 병리학 수업은 9시 30분인데, 이번 학기 내내 난 40분, 50분쯤에야 강의실에 들어서


미월 : 늦음도 너만의 템포가 된 듯해.


계온 : 템포라기보단 밤마다 이어지는 업무 때문에 교수님께 이미 양해를 받아둔 상태잖아.


목월 : 근데 오늘은 발표까지 있는 날인데, 마음이 더 조급하겠다.


자온 : 웅, 마음은 급한데 전철은 늘 제시간만 지키더라. 환승 통로에 멈춰 서니 긴장과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왔어.


미월 : 그 순간 어떻게 숨을 붙잡았어?


자온 : 그냥 긴장 완화를 위해. 5분 동안 숨쉬기 호흡에 집중해서 들숨 날숨에 불안이 가벼워지더니 소음이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 평온하더라 짧았지만 내 안에 작은 음표가 그려졌어.


목월 : 네 일지에서 남기던 문장과 겹친다. “짧은 순간에도 숨은 리듬을 되찾는다.”


계온 : 발표 전 불안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더라도, 네 중심이 그때 생겨난 거네.


자온 : 응, 심장은 여전히 빨랐지만 몇 번의 숨이 날 지탱해 줬어. 그 5분이 오늘 발표의 출발점이었어.


미월 : 강의실 문 열 때 어떤 느낌이었어?


자온 : 이미 수업은 리듬처럼 흘러가는 중이라, 난 조용히 자리에 앉아 대기했어.


목월 : 환승 구간에서 붙잡은 숨은 아직 남아 있어?


자온 : 남아 있어. 아주 옅게, 음표 잔향처럼 두근대는 심장을 부드럽게 안아줬어.


계온 : 오늘 네 주제가 대사 이상이상 3대 영양소 대사 장애, 무기질 대사 장애 맞아?


자온 : 응, 3주 차 휴강 시간에 도서관에서 우리가 미리 준비한 발표 자료를 드디어 내놓는 날이야.


미월 : 자료를 입술로 꺼내는 순간 긴장감은 어땠어?


자온 : 처음엔 목이 타들었지만, 몇 번 호흡을 이어가니 문장이 흐름을 탔어. 준비한 내용대로 다 전달 못한 느낌이지만


목월 : 발표가 끝났을 때는?


자온 : 안도의 숨이 새어 나왔어. 난 준비가 미흡했지만, 교수님은 요약 잘했다 하니 기분은 좋았어


계온 : 이어서 3주 차 자료 보충이 해주신 거야


자온 : 응, 발표에서 다루지 못한 부분을 채워주며 3~4주 차 수업 자료로 깊이 있는 수업이 이어졌어.


미월 : 네 발표가 열쇠처럼 열한 후 교수님 강의가 그 뒤를 메운 거네.


자온 : 맞아. 내가 쌓아 올린 템포 위에 교수님 설명이 덧입혀지면서 그림이 완성되면서 오전 수업은 굿잡 굿 수업이야


계온 : 교수님은 제일 먼저 어떤 리듬부터 그려나간 거야?


자온 : 우선 몸의 기본인 체액부터 알려주시면서 우리 몸 여섯 할은 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과 세포 안과 밖으로 나뉜대


계온 : 정수압은 밖으로 밀어내는 힘, 교질삼투압은 안으로 끌어당기는 힘. 균형이 무너지면 부종이 드러나는 거야


미월 : 난 피의 흐름도 흥미롭던게


자온 : 응, 충혈과 울혈을 대비처럼 놓으셨어.


계온 : 충혈은 스스로 달려드는 불빛 같아서 염증 자리에선 붉음이 먼저 피어나는 거야


목월 : 울혈은 반대로 갇힌 그림자야. 피가 빠져나가지 못해 남아버린 흔적. 심부전 간은 얼룩덜룩, 육두구처럼 남겨진 패턴이야.


미월 : 그러면 충혈은 능동의 불, 울혈은 수동의 그늘. 두 흐름이 같은 선 위에 그려져도 완전히 다른 풍경이네.


계온 : 피가 흘러넘칠 때는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내잖아.


자온 : 맞아. 출혈을 작은 점에서 큰 덩어리까지 본 후 점상은 바늘 자국처럼, 자반은 번진 물감처럼, 혈종은 고여 굳은 얼룩처럼 남는다


미월 : 뇌 속에선 그 작은 얼룩조차 생명을 흔들 수 있겠네.


목월 : 소화관에선 토혈이나 검붉은 흔적으로 튀어나와, 결국 피의 길이 잘못 새면 모든 게 위기가 돼.


자온 : 그 길을 틀어막는 건 혈전, 내피가 상처 나면 흐름이 멈추잖아 성분이 달라지면 응고가 생겨서 동맥은 창백한 덩어리, 정맥은 붉은 응어리로 남는대.


계온 : 그 운명도 다양해 녹아 사라지거나, 떠돌다 막거나, 굳어 길을 바꾸거나, 다시 열리거나.


미월 : 색전증은 바로 그 떠돌이겠네.


자온 : 응, 혈전 덩어리가 흘러가다 막히기도 하는거야, 뼈가 부서진 자리에서 기름방울이 흘러나와 길을 틀어막기도 해,


목월 : 공기와 양수마저 혈관 속에 들어오면 삶을 멎게 만들어서 막힘의 끝은 경색이야


자온 : 심장은 창백해지면 폐와 장은 붉게 가라앉아. 감염이 겹치면 그 자리에 고름이 맺혀서 관상동맥이 막히면 심근경색, 뇌혈관이 막히면 언어와 움직임이 멎는 허혈성 뇌경색으로 이어져


미월 : 흐름이 끊어지는 순간, 장기는 빛을 잃어가는 색으로 기록돼


계온 : 막힘이 이어지면 결국 몸은 힘을 잃어 가는데 그걸 저혈압과 쇼크로 묶어서 풀어내면 이해가 쉬워


자온 : 응, 동맥의 압력이 무너지면 산소가 제대로 닿지 않아, 그 끝은 쇼크로 번져. 심장에서 시작된 것도, 피를 잃어서 생긴 것도, 세균 독소가 퍼져서 오는 것도 있어.


미월 : 신경이 끊기거나 알레르기 반응이 폭발해도 쇼크로 이어져


목월 :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도 맥이 빨라져서 소변조차 줄어들어 잠깐의 흔들림이 장기 전체를 끌어들이는 거야


자온 : 맞아. 그래서 빠른 교정 없이는 다발성 부전으로 넘어가 버려


계온 : 반대로 압력이 높아지는 흐름도 있지. 바로 고혈압이야


자온 : 응, 말초 저항이 높아지면 신장의 RAAS가 계속 작동하면서 압력이 올라가. 뇌졸중이나 심부전, 신부전, 망막 손상까지 이어져


미월 : 약물의 흐름을 시간 순서로 풀어보는 것도 재밌네


자온 : 맞아. 처음에는 이뇨제, 혈액을 줄여서 압력을 낮추려 하지만 오래 쓰면 전해질이 흔들려.


목월 : 심장의 박동을 누르는 베타차단제. 불안은 낮추지만, 뇌와 신장으로 가는 흐름이 줄어들어 버려.


계온 : 길을 넓히는 방식도 있어서 알파차단제나 칼슘채널 차단제처럼.


자온 : 또 안지오텐신을 막는 ACE 억제제와 ARB, 그리고 레닌 억제제 모두 흐름을 다르게 조율하려는 시도야.


미월 : 결국 목표는 단순하지 않아. 압력을 낮추는 게 아니라, 합병증을 막아내는 거


계온 : 결국 압력이 길게 쌓이면 혈관 자체가 변해버려


자온 : 맞아. 그걸 죽상동맥경화라 부르는데 처음엔 내피가 상처를 입으면 그 자리에 LDL이 스며들어


미월 : 대식세포가 그걸 삼켜서 거품처럼 불어나서 작은 시작이 쌓여서 결국 덩어리가 되는 거네.


목월 : 그렇게 만들어진 플라크는 단단히 굳어가며 때로는 깨져서 피가 더 엉겨 붙어버려.


자온 : 그래서 협심증이 생겨,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으로 이어지는 거야. 흐름을 좁히는 게 아니라 길 자체를 바꾸는 병리니까.


미월 : 숨결이 막히면 혈류가 끊기면서 심장은 박동을 잃어가, 그러면 뇌는 어둠에 잠겨서 말초는 빛을 잃어가는 거야


계온 : 작은 흠집에서 시작해 생명을 바꾸는 흐름, 그게 죽상경화라는 이름으로 남는구나.


목월 : 오전은 막힘과 끊김으로 연결했다면 오후는 숨결의 파동으로 다시 이어진 시간이야.


자온 : 응, 오늘 배운 건 Coherent Breathing. 분당 6회 호흡, 그 속도가 몸을 하나의 리듬으로 묶어내.


미월 : 6회라니, 단순한 숫자 같지만 뭔가 특별해 보여.


자온 : 그래. 그건 0.1Hz라는 진동수야. 심장과 혈압, 호흡이 같은 선율로 포개지는 순간. 들숨과 날숨이 길게 이어질 때, 심장은 변이도를 넓혀서 혈압을 낮춰주는 거야


계온 : 결국 호흡이 단순한 공기의 드나듦이 아니라, 자율신경을 튜닝하는 악보 같은 거네.


자온 : 맞아. 폐에서 보내는 신호가 뇌간의 리듬 핵을 두드려, 날숨마다 미주신경이 깊게 켜지면서 심장이 고요해져. 그때 HRV가 커지면 혈압을 지탱하는 바로리플렉스가 더 민감해져.


목월 : 파동이 겹치면 소리가 커지듯, 몸 안의 흐름도 증폭되는 거구나.


자온 : 응, 그게 resonance, 공명. 파형이 겹쳐지며 커져, 안에서 울리는 잔향이 길어지는 거야.


미월 : 그래서 불안을 조절하면 , 집중은 되살아나서 흐름은 안정되는 거야.


계온 : 하루일과는 오전은 끊김의 수업, 오후는 호흡으로 맞춰진 리듬의 수업이네


미월 : 근데 HRV라는 건 뭐야? 이름은 딱딱한데.


자온 : 심장이 뛰는 간격의 다양성이야. 간격이 넓혀서 다양할수록 스트레스에 적응하는 힘이 커져.


계온 : RSA도 나오던데, 그건 호흡이랑 심장이 같은 박자로 맞춰 움직이는 거야.


자온 : 맞아. 숨을 들이쉴 때 심장은 조금 빨라진다면 내쉴 때 느려져. 그 리듬이 고르게 이어질수록 평온감이 커져.


목월 : 바로리플렉스라는 건 혈압을 바로 잡아주는 장치 같던데.


자온 : 응, 혈압이 갑자기 흔들릴 때 바로 균형을 맞추는 자동 조절 장치야. 여기에 민감도가 높아지면, 혈압이 제멋대로 춤추는 거 아니라 안정돼.


미월 : 결국 호흡이 단순한 리듬이 아니라, 온몸의 균형을 다시 연결해 주는 거네


자온 : 공진주파수라는 것도 있는데 사람마다 최적의 호흡 템포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분당 6회 호흡법이 좋대 거기에 맞추면 내 안의 리듬들이 가장 크게 공명해.


계온 : 뇌 속에서 그 리듬을 조율하는 건 뭐야?


자온 : preBötzinger complex. 뇌간에 있는 작은 핵인데, 호흡의 박자를 정하는 지휘자 같아. 이 리듬이 안정되면 호흡도, 심장도 같은 악보 위에 놓이게 돼.

에필로그


오늘의 4주 차 수업은 두근 대는 발표와 3주 차수업자료로 이어서 피와 압력, 막힘과 흐름을 따라 병리의 언어로 이어진다.


오후의 호흡은 같은 흐름을 다른 방식으로 열어내는 방식으로 혈류와 호흡, 두 리듬은 서로 다른 문법을 쓰지만 결국 한 몸 안에서 겹쳐지는 음표 같다는 걸 배우는 순간이다.


막힘은 곧 열림으로, 긴장은 곧 풀림으로 이어지며, 나는 그 사이에서 작은 나의 맥을 연결한다.


병리와 회복은 둘이 아닌 하나로서 치료와 회복의 숨결이다.


여기에서 못 다른 숨결은 블로그에서 다시 연결된다

https://m.blog.naver.com/bina80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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