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이번엔 우리 또 무엇에 도전할까요?
▐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기.
한국에서 살다가 외국으로 이사 온 후, 현지 학교에 적응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 노력은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해당된다. 학교생활을 잘하려면 기본적으로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을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친구를 사귀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스위스 학교는 만 4살부터 공교육이 시작되며, 아이들은 학교에서 비교적 많은 시간을 보낸다. 수요일을 제외하고는 오후 4시에 수업이 끝난다. 그렇기에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생기면, 주변 환경이 아무리 좋은 나라에 산다 할지라도, 아이에게는 피하고 싶은 고통의 연속일 수 있다.
▐ 친구를 사귀는 두 가지 방법
그렇다면 아이가 친구를 잘 사귈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두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하나는 아이가 먼저 스스럼없이 다가가 여러 친구와 어울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친구들이 내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도록 돕는 것이다.
나는 이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시도해 보기로 했다. 먼저 딸에게 “가능한 한 많은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어봐”라고 격려했다. 동시에, 친구들이 딸에게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부모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처음에는 한국 문구용품을 해외배송으로 주문해 친구들에게 나눠줄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한국의 질 좋고 신기한 문구는 인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그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건으로 친구를 사귀는 것은 결국 물건이 없어지면 친구도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딸이 다양한 매력을 가진 아이로 성장하는 것을 돕기로 결정했다. 다시 말해, 다양한 스포츠를 배우고, 소소한 특기를 가진 아이가 될 수 있도록 아빠로서 함께 노력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처음 시작한 것이 스키였다. 이 내용은 14화에서 다루었다. 어린 나이에 스키를 정복해 본 경험이 있는 딸은 다른 것에도 비교적 쉽게 도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키를 가르치느라 아빠는 힘들었지만 말이다.)
▐ 줄넘기 도전, 새로운 기회가 되다
나는 또 딸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줄넘기에 대한 이야기를 지인을 통해 듣게 되었다. 이곳 사람들이 줄넘기를 잘 못 한다는 이야기였고, 특히 2단 뛰기를 하면 기인을 보는 것처럼 쳐다본다는 내용이었다. 이 이야기를 딸과 나누기 시작했다.
나: 여기 사람들이 줄넘기를 잘 못 한다고 하더라.
딸: 줄넘기가 뭔데요?
나: 줄의 양쪽 끝을 잡고 스스로 돌리면서 줄에 걸리지 않고 계속 뛰어서 넘는 거야.
딸: 근데 그게 왜 어려워요?
나: 많이 어렵지 않은데 여기에는 잘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네.
딸: 그럼 아빠는 잘해요?
나: 그럼! 아빠는 슈퍼맨이잖아! 다 잘하지… (또 먼저 할 수 있다고 말해버렸다. 줄넘기를 해 본 지 15년은 된 것 같은데 말이다!)
딸: 진짜요? 그럼 한 번 해볼까요? 나도 잘할 수 있을까?
나: 우리 딸도 당연히 잘하지! 아빠가 스포츠 용품점 가서 줄넘기 사 올게. 학교 잘 다녀와!
딸: 오케이! 줄넘기!
딸이 학교로 간 사이, 나는 황급히 스포츠 용품점으로 달려갔다. 줄넘기 두 개를 구입해 집으로 돌아온 후, 사람들이 없는 공터로 가서 연습을 시작했다. 스키를 가르치기 위해 연습했던 때처럼 죽어라 연습했다. 처음에는 계속 줄에 걸리며 ‘이거 어떻게 하지?’ 싶었지만 곧 예전의 실력이 돌아왔다. (옛 시절, 수행평가의 경험이 이렇게 쓰일 줄이야.)
딸이 학교에서 돌아와 줄넘기를 보더니 직접 해보고 싶어 했다. 하지만 줄에 계속 발이 걸리자 흥미를 잃어가는 듯 보였다.
딸: 아빠, 이거 너무 어려운데요? 그리고 별로 재미도 없는 것 같은데요?
나: 아니야~ 이거 재미있어! 저녁에 밥 먹고 같이 밖에 나가서 아빠가 보여줄게. 아빠는 한 번에 두 번도 넘을 수 있다?
딸: 진짜요? 한 번 점프하는데 두 번 넘는다고요? 우와! 아빠 보여줘요!
나: 그래! 그럼 밥 맛있게 먹고 나가자. 알았지?
딸: 오케이!!!
▐ 아빠의 줄넘기 퍼포먼스
저녁을 먹고 근처로 나갔다. 몸을 좀 풀고 딸 앞에서 시범을 보였다. 줄이 넘어가는 소리가 끊기지 않고 길어지자 주변에 있던 동네 아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하였자. 우와! 우와! 하며 신기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약 10명 정도의 아이들이 모였을 때쯤... 나는 보란 듯이 이단 뛰기를 선보였다! 줄이 쌩쌩! 돌아가자 아이들을 소리를 지른다! 우와!!!!! 우와!!!!!! 이렇게 반응이 좋다니! 멈출 수가 없다. 온 힘을 다 끌어모아 40개 정도를 하다가 결국 다리에 힘이 풀려 멈출 수밖에 없었다. ㅎ
이후 아이들이 자기도 해보겠다고 줄넘기를 가져갔다. 내 줄넘기도, 딸 줄넘기도 동네 아이들 손에 넘어갔다. 각자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중, 친구들이 줄에 걸리는 모습을 보며 낄낄 거리는 아이도 있었고, 낄낄대던 그 아이도 줄을 넘지 못하자 서로를 놀리며 깔깔 거리며 웃는다. 줄넘기 하나로 이렇게 함께 놀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아이들의 요청으로 나는 줄넘기를 가르치기 시작했고, 몇 번의 시도 끝에 줄을 넘는 아이가 나오면 서로 축하해 주었다. 그렇게 해가 질 때쯤 줄넘기 강습은 마무리되었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자 딸이 내 손을 붙들고 말했다.
딸: 아빠! 나도 줄넘기 잘하고 싶어요. 줄넘기 진짜 멋지네요…
나: 그렇지? 우리 딸은 조금만 배워도 잘할 거야!
딸: 오케이! 아빠, 우리는 발코니에서 연습해요!
▐ 딸의 끊임없는 연습과 작은 성공
발코니는 외부 공사로 어수선했지만, 우리는 그곳을 체육관 삼아 연습을 시작했다. 딸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연습에 매달렸다. 한 번, 두 번 성공하더니, 10번 연속 성공할 때까지 연습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마침내 10번 연속 줄넘기를 성공했다.
당시 찍어두었던 동영상이다.
동네 아이들의 많은 관심 때문에 나는 아이들을 위한 줄넘기를 하나 더 구입하고, 길이를 적당하게 조절했다. 그러고는 줄넘기에 성공한 자신감 넘치는 딸을 데리고 다음 날 저녁에도 밖으로 나갔다.
줄넘기 소리가 들리자 동네 아이들이 또다시 모여들었다. 마치 동네 체육대회라도 열린 것처럼 모두가 줄넘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렇게 우리는 기대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고, 딸은 학교에서 줄넘기를 잘하는 아이로 소문이 났다. 이러한 경험들이 딸에게 좋은 영향을 준 것일까? 이후에도 딸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였다.
▐ 도전과 성취의 기쁨
이후 물구나무서기와 체조와 같은 것들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학교를 다녀온 딸이 거실에서 친구들이 하는 동작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옆 돌기를 하더니 다리를 찢기도 하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물구나무를 서는 것을 성공하겠노라 선언을 하였다. 처음에 나는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고, 몇 번 넘어지다 보면 그만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예상은 빗나갔다.
이 동영상은 물구나무를 서겠노라! 선언하고 수많은 연습 끝에 성공한 장면이다.
딸은 작은 성공에 대한 경험을 통하여 도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나가는 듯했다. 그리고 그 도전의 여정 가운데 아빠가 항상 함께 해주었고, 또 아빠랑 함께 하면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평생 잊지 말거라!) 그리고 엄마의 무한한 신뢰까지 힘 입어 자신감과 자존감이 가득 차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이러한 성격 덕분일까? 딸은 어디를 가던지 친구를 사귀는 것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이렇게 딸이 잘 적응해 나가는 모습을 볼 때면 뿌듯하고 감사하다. 그리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 우리 부부가 든든하게 지지해 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이렇게 또 우리의 추억의 한 페이지가 넘어갔다.
얼마 후, 우리는 또 다른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eratoss/24
스키 타는 동영상을 업데이트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