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지가 언제쯤 도착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편지를 쓰네요.
다름이 아니라 집에 귀신이 있는 것 같아요. 유령인가?
밤에는 물론 아침에도 이상한 소리를 들은 건 확실해요.
제가 살고 있는 집은 거실을 중심으로 방이 5개가 있어요.
전 그중 3번째 방에서 생활을 하고요.
어제도 3번째 방에서 늦잠을 자다 그 소리를 들었어요.
거실에서 누군가 타자를 치는 소리.
실은 너무나 익숙한 소리죠.
가족 중에 컴퓨터를 못 쓰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난 우리 가족 중 누군가가 아침부터 컴퓨터를 쓰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오랜만에 쉬는 날이라 전 잠을 더 잤죠.
30분이 지났을까요?
키보드 소리는 아직도 멈추지 않았아요.
이상한 일은 아니었어요.
컴퓨터를 오래 사용한다는 건 말이에요.
하지만 제가 방 밖으로 나가는 순간
키보드 소리는 사라졌어요. 순식간에.
네, 그리고 아무도 없었죠.
컴퓨터 책상 앞에는 쓸쓸해 보이는 빈 의자만 놓여 있었어요.
아 그래, 내가 나오기 전 일을 끝냈나 보구나.
전혀 대수롭지 않게 넘겼어요.
그리고 난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죠. 내가 착각한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다음날이 되었어요. 네, 바로 오늘 말이에요.
오늘은 키보드 소리를 밤에 들었어요. 아니, 해가 아직 보이지 않는 새벽에요.
불면증으로 잠이 오지 않았어요.
멜라토닌을 먹어도 먹어도 전혀..
여느 사람들처럼 침대에 누워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죠.
그리고 그 소리가 들려왔어요.
키보드 소리가.
제정신이 아니었나 봐요. 그 당시에 언니가 밤샘 과제를 하는 줄 알았어요.
분명 아까 언니가 잠든 걸 봤는데 급하게 해야 할 일이 생겼구나 싶었죠.
왜 그랬을까요? 사람이 아닌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걸 무의식적으로 거부하고 있던 걸까요?
물을 마시려 3번째 방에서 나왔어요.
거실은 여전히 어둡고, 여전히.. 아무도 없었어요.
그 순간 저는 다른 게 아닌 제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깨달음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어요.
내가 잘못 들은 거라고 인정하기는 쉽지 않았거든요. 잘못 들은 게 아니었으니까요.
지금은 저녁 5시예요. 오늘 밤에 같은 일을 겪을까요? 과연.
그렇다면 제가 편지를 한 번 더 보내기로 할게요.
이 편지가 언제쯤 도착할까요?
내일? 일주일 뒤? 한 달? 혹은 영영 도착하지 않으면 어쩌죠?
이 편지를 본다면 나에게 꼭 답신을 보내주세요.
하루.. 일주일.. 한 달이 지나도록 종이에 적힌 답신이 오지 않는다면 내가 쓴 편지가 당신에게 전해지지 않았다는 말이에요.
당신은 이 현상의 해답을 알고 있어요. 분명.
당신은 알죠? 키보드 소리가 다가 아니라는 것을.
기다릴게요. 이것에 대한 얘기는 천천히 해보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