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가 2년 전부터 캐치볼을 시작으로 조금씩 야구에 입문했다. 지난해에는한국시리즈를 보기도하면서MVP였던 LG트윈스 오지환 선수의 사인회에 참석하는 등 그 옆에서 늘 함께였던 나는 잊었던 야구에 대한 열정을 조금씩 소환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작은 아이는 응원하고 싶은 팀을 찾기 시작했고, 당연 엄마의 꼬임에
야구하면 롯데 자이언츠 아이가
아들 덕분에 나는 다시 예전 롯데자이언츠의 팬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한번 롯데팬은 영원한 롯데, 뼛속까지 롯데다.
내친김에 엄마의 초등학교 6학년 때 롯데의 우승은 동네잔치였다고. 그때의 염종석 신인 투수는 잊을 수 없다고. 95번만 더 말하면 100번이 될 정도로 얘기했다.
그래, 야구 꼰대도 보기 영 그렇다.
여기까지만.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잠실로 가즈아.
운 좋게도 잠실구장은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고, 내 나름 야세권에 사는 것에 자부심을 갖는다.
연간 일정이 나오면 롯데자이언츠가 서울로 원정을 올 때만 보게 되는데, 아쉽지만 항상 LG전과 두산전만 본다.
차마 큰 아이를 내팽겨 치고, 작은 아이만 데리고 고척이고, 수원이고, 인천까지 갈 엄두는 나지 않았다.
홀몸이었어봐. 어디든 간다!!
그래도 그 유명한, 매진의 행렬. 엘롯라시코가 잠실구장에서 하지 않는가.
그렇게 우리는 올해 시즌 잠실구장에서 뜨거운 응원 속에경기를 보고, 소리 지르고 웃고 화내고 온갖 지랄발광을 했다. 다 이긴 경기를 질 때는 욕도 하고 화도 냈다.
미친.
뭐에 그리 홀렸는지 야구장만 벗어나면 또 멀쩡하다. 팔색조를 가늠케 했던 나 어디 간 거야?
정신 차리며 아쉽게 진 경기에 계속 짜증을 낸 아이를 달랬다.
아들아, 경기는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거야. 다 이긴 경기를 지기도 하고, 다 졌다 싶은 경기를 이기기도 해. 이게 야구고, 그게 재미야. 우리 그렇게 즐기자, 알겠지?
어느덧 나는 동네 친구들을 모조리 끌고 야구장에 데려가는 아줌마가 되었고, 표를 못 구하면 당근마켓으로라도 우야동동 구하고자 무던히 애를 쓰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롯데가 서울로 원정 오는 일정이 많지 않으므로 가겠다 마음먹은 경기는 어떻게든 가고자 했다. 귀신에 홀린 마냥.
'마'부채로 배경을 만들어주신 센스쟁이 롯데팬분
이상하게도 유니폼 입고, 야구 모자 쓰고, 짝짝이 응원도구를 가지고 야구장에 가는 발걸음은 너무나도 가볍다. 집에 올 땐 녹초가 되지만.
온갖 부산 사투리가 섞인 응원 구호, 응원가를 부르면 나도 모르게 다시 부산에 간 기분이다.
고향은 그냥 고향이라서 좋은가 보다. 마!
특히, 경기가 이긴 날의 '부산갈매기' 떼창은 그냥 말로 명물이다.
롯데팬이면 빼놓을 수 없다.
아이도 이제는 부산갈매기, 돌아와요 부산항에, 모든 선수들의 응원가를 섭렵해서 경기장에서 타이밍에 맞게 착착 잘도 불러댄다.
궁디 붙일 새도 없이 말이다.
무엇이 아이와 나를 이렇게 만드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 덕분에 다시 찾게 된 야구장은 갈 때마다 나를 웃게 하고 없던 에너지도 만들어준다.
한가지 한국야구의 팬으로서 바람이 있다면, 야구장이 더 신식으로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
왜냐고? 그럼 메이저리그처럼 티켓 값이 비싸질 테니까!!!
야구장에서 기분 좋게 한잔 하고, 뜨겁게 응원하는 거야말로 누구나 소소하게 일상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아닐까 싶다. 나를 비롯한 그들이 평생 부담 없이 이 행복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나를 이해할 수 없는 남편과 함께 살지만, 이런 미친 상황을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것도 욕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