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by 제난희



키보드 소리가 방 안을 분주하게 메운다.

그 손끝이 블록을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사라지고, 쌓이고, 또 사라진다.

그 손은 진영의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 그런 진영을 보고 있다.

그런 시선 역시—진영이었다.


창밖의 날씨는 가늠할 수 없다.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노란빛은 태양과 다르다.

마치 스튜디오 조명처럼 인공적이고, 그 빛은 방 안을 오묘하게 뒤덮는다. 공기조차 정지된 것 같은 그 속에서, 소리는 오직 키보드 타건뿐이다.


이상하다고 느끼는 그녀의 감각들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내가 나를 보고 있다는, 설명할 수 없는 감각.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정적을 가르며 초인종이 울린다.

띵—동.


‘열지 마.’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본능적으로 알았다.

하지만 게임을 하던 진영은 반사적으로 손을 떼고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다. 나는 그런 진영을 바라보았다.

‘안 돼.’


현관에 서 있는 진영의 위로 센서등이 한 번 꺼지고 다시 켜졌다. 그 짧은 깜박임 사이, 방 안의 공기가 낯설게 뒤집혔다. 적막이 찢기는 듯—손잡이를 돌리는 소리가 울린다.


“철컥.”


문 앞에 여자가 서 있다. 아니, 떠 있다.

초록빛의 푸석푸석한 피부, 매부리코, 마른 손끝.

어릴 적 동화책에서 본 마녀의 형상. 그대로였다.


진영은 그 여자가 빗자루 위에 떠 있다는 걸 처음엔 알아채지 못했다. 흔들림도, 기척도 없었다.

그녀의 주변 공기도, 시간조차도, 살아 있기를 허락받지 못한 듯 완전히 정지해 있었다.


진영의 시선이 미끄러지듯 그녀를 스쳐 지나가다가—문득, 다시 돌아왔다.

그제야 그녀가 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녀가 숙였던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진영은 숨도 쉬지 못한 채, 그 기분 나쁜 눈과 마주쳤다.


그 순간, 진영은 얼어붙었다.

눈의 흰자가 노랗다.

그것은 ‘보는 것’이 아니라, ‘뚫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피하고 싶었다. 눈을 돌리고 싶었다.

하지만 몸은, 단 하나라도 움직이지 않았다.


‘사람이 아니다. 분명, 사람이 아니야.’


입술은 움직이지 않았고, 웃음도 없었으며,

어떤 의도도 느껴지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저, 끝도 없이 바라만 볼 뿐.


공기가 묘하게 무거워진다.

색이 빠진 듯한 공간에서 시간이 천천히 늘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집은 더 이상 익숙한 장소가 아니었다.

불안은 축축한 공기 속으로 스며든다.

소리는 사라지고, 몸은 얼어붙는다.

진영은 아무런 말도, 아무런 움직임도 할 수 없었다.


‘도망쳐.’

진영은 진영에게 말했다.

머릿속 어딘가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그녀에게 울린다.


띵_띵!

현관 센서등이 꺼졌다 켜진다.

적막이 깨지고, 진영은 정신을 차린다.


거실과 방 사이를 오가며 정신없이 달렸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공포는, 목을 꽉 틀어쥔 손처럼 그녀를 붙잡았다.

심장은 터질 듯이 요동쳤다.


그녀는 소리도 없이 따라왔다.

뒤를 돌아보면, 항상—바로 뒤에 날 보고 있었다.


숨결보다 가까운 거리를 항상 유지하는 그녀에게서

아무런 감각을 느낄 수 없었다.

그 침묵이 오히려 숨을 조여왔다.


이 집을 벗어나야 한다는 걸 직감했다.

진영은 숨을 헐떡이며 베란다로 달려갔다.

문을 밀치고, 난간을 잡았다.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도망쳐야 한다. 무조건.’


떨리는 손에서 열이 빠져나갔다.

간신히 난간을 붙잡고, 거실 안을 응시했다.

마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아래를 내려다봤다.

말도 안 되는 크기의 가시가…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뒤를 돌아보니, 원래 그 자리에 계속 있었던 것처럼 마녀는 말도, 소리도, 표정도 없이 빗자루 위에서 조용히-그리고 아주 가까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지만,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넌 도망칠 수 없어.’


진영은 비명을 삼켰고, 순간 손이 미끄러졌다.

그렇게 하늘을 바라보며 아래로, 아래로 떨어진다.


공중에서 시간이 느려진다.

분명 아직 땅에 닿지도 않았는데,

그녀는 이미 그곳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가시 덩굴로 뒤엉킨 땅바닥에 진영이 있었다.

피와 눈물이 뒤섞인 얼굴, 고통은 그대로 밀려오고,

입술은 파르르 떨릴 뿐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누워 있는 힘없는 눈동자는 하늘로 향하고,

그 시선은 하늘 위에 있는 누군가와 마주친다.

마주친 순간, 진영은 알았다.

자신이라는 것을.


만신창이가 되어 서서히 죽어가는 자신을

바라보는 자신을 발견한다.


올려다보는 눈과 내려다보는 시선은

‘무엇을 보고, 무엇이 보이는 것인지’

경계는 무의미했다.


시선이 시간의 틈 사이로 바뀐다.

누런 빛으로 잠긴 도시, 정지된 공기, 흐르지 않는 소리. 시간은 애초에 움직인 적 없는 것처럼 고요하다.

마치 아무 일도 원래 없었던 것처럼.


죽어가는 눈엔, 죽음을 바라보는 내가 있었다.

그리고 그 눈 속엔, 이미 죽어 있는 내가 있었다.

끝이 아니었다.

죽으면 끝일 것 같았던 것들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은 건 마녀가 아니었다.

진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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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