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려 있다고? 잠깐, 왜?’
코코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어 혀바닥으로 여러 번 닦아보았다.
“왜긴 왜겠어. 꼬맹이가 실수로 열어놓은 거지.”
마치 코코의 마음속 말을 듣고 대답해주는 것처럼,
밀크는 케이지를 한 바퀴 돌며 말하고는 혀를 살짝 낼름했다.
‘그것도 활짝? 살짝도 아니고 활짝?
그렇게 하고 싶던 탈출이 이렇게 쉬웠던 건가?
꼬마의 실수로 일이 이렇게 술술 풀리다니!
역시 넌 날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코코는 냉큼 케이지 문턱 위로 올라갔다.
“코코, 너 정말 떠날 거야?”
“응. 너도 원하면 떠나게 도와줄게.”
“난 괜찮아. 꼬맹이가 널 많이 그리워할 텐데.
널 위해 식사도 챙겨주다가 문을 열어놓은 것 봐봐.”
코코는 듣기 싫다는 듯 ‘핑!’ 하고 소리를 내더니
사사삭 커튼 속으로 사라졌다.
커튼 위로 껑충 뛰어오른 코코는
위로, 더 위로 올라가려는 본능을 마음껏 분출했다.
높게만 느껴졌던 커튼의 끝은 어느새 도달해 있었고
코코는 능숙하게 천장으로 몸을 붙여 책장 뒤로 숨어버렸다.
낮 동안 그토록 그리워하던 자유는
코코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했고 동시에 묘한 불안을 일으켰다.
일단 어디든 숨어야 할 것 같았다.
‘그다음이 뭐였지? 이제 어디로 가지?
창문으로 갈까, 문 쪽으로 갈까…’
코코의 마음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는 빠르게 책장의 맨 꼭대기로 이동해
보드게임 상자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틈을 찾아 몸을 숨겼다.
‘오늘은 일단 여기서 생각을 좀 해보자.
높은 곳에 있으면 어디로 갈지 한눈에 보이니까.’
그런데 마음 한켠에서는
밀크의 말이 자꾸만 머릿속을 스쳤다.
“꼬맹이가 널 많이 그리워할 텐데.”
“식사도 챙겨주다가 문을 열어놓은 것 봐봐.”
코코는 살짝 몸을 내밀어
케이지 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밀크는 조용히 코코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자신의 케이지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오래 바라만 꿈꾸던 탈출구였지만
마음이 뛸 듯이 기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성공했다구…”
코코는 스스로 중얼거렸다.
기뻐해야만 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했지만,
낯선 감정이 더 크게 밀려왔다.
깜깜한 밤 공기 속에서
코코는 더 이상 케이지 안의 도마뱀이 아니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밝은 달빛은
행여 자신을 비추어 누군가 발견하지 않을까 오히려 두려웠다.
코코는 다시 보드게임 상자 틈으로 몸을 숨겼다.
‘그래. 갑자기 말도 안 되는 기회가 생겨서
내가 당황한 것뿐이야.
나는 성공했고… 행복해야 하는 거야.
…일단, 조금만 더 생각하자.’
새벽이면 이 집 아저씨가 가장 먼저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한다.
코코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아저씨 가방에 점프해서
현관문으로 당당하게 탈출하는 거야!”
그 순간이었다.
“이봐, 현관문을 나서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