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내 이름은 코코

by 제난희

“누구야? 어디야?”

코코는 재빠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보드게임 박스 위에는 쌓인 먼지와 뭉쳐진 먼지들뿐이었다.


“이봐, 진정하라구.”

무언가 코코의 머리 위에서 속삭이고 있었다.


가느다랗기 그지없는 다리.

몸인지 얼굴인지, 아니면 둘이 하나인지 분간도 되지 않는 작은 무언가가 코코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으아아악! 너 뭐야! 저리가! 나한테 오지 마!”

코코는 너무 놀라 뒤로 펄쩍 뛰었다.

하마터면 꼬리를 잘라 도망칠 뻔했다.


“워~ 워~ 진정하라구! 도마뱀들은 원래 이렇게 호들갑인가?”


“뭐? 호들갑? 너 때문에 잘생긴 내 꼬리를 자를 뻔했잖아!”


“미안, 미안. 그렇게 놀랄 줄은 몰랐지.”

얇고 긴 다리는 요리조리 사방으로 움직였고,

그녀석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가까이서 말하는 것처럼 또렷했다.


“널 잡아먹진 않을 거야. 걱정 마.”


“난 도… 도마뱀이라구! 내가 널 잡아먹을 거야!”


“풉. 태어나서 스프만 먹던 녀석이 사냥을 할 줄 알기나 해?

난 너의 친구야. 지루했던 이 집에서 너 덕분에 오늘 재미있는 구경을 했지.”


“날 알아?”


“이 집에 너와 밀크만 산다고 생각하면 곤란해.

너희가 오기 전부터 우리 가족은 여기서 살고 있었거든.

물론 나는 네가 온 날보다 훨씬 후에 태어났지만,

너에 대해 우리 가족에게 많이 들었어.


도마뱀 두 마리가 왔는데… 그중에 한 마리가 허풍쟁이라고.”

그녀석은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렸다.


코코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상자 뒤 어둑한 틈 사이에는 방금 본 녀석과 비슷한 작은 생명체들이 두세 마리 더 있었다.

그러나 코코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그들은 겁이 난 듯 다시 숨었다.


“내 소개를 하지. 나는 치치야. 먼지거미라고 해.

저기 숨어 있는 녀석들은 내 동생들이지.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어.

그러니까 겁줄 생각은 하지도 말어! 우린 가끔 발견되면 거의 죽거든.

손이든 책이든 뭐든 깔려서 말이야.


그래서 아주 조용히, 잘 안 보이게 숨어 다녀.

책 읽는 걸 좋아해서 책장 뒤가 우리 집이지.”


“여자였어…?”


치치는 세상 무서운 눈으로 코코를 말없이 노려보았다.


“그… 그럼 너희 말고 더 있어?”

코코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나랑 비슷한 먼지거미 사촌들이 있어.

그 녀석들은 꽃과 햇빛을 좋아해서 베란다에 거미줄을 치고 살지.

가끔 놀러 가면 꽃구경도 시켜줘. 따분하기 그지없긴 하지만.”


“먼지거미… 처음 들어봐.

바깥 세상에 나가면 더 많은 것들이 있겠지?”


“그렇지. 예전에 엄마가 그러셨어.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밖은 위험하다고. 우린 최상위 포식자가 아니니까

이렇게 ‘최상위 포식자 집’에 사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하셨어.”


“난 너보다 크고 강하니까 괜찮을 거야.”


“과연 그럴까? 그건 그렇다 치고…

도대체 넌 왜 그렇게 이 집을 나가고 싶어 하는 거야?

‘케이지’를 나가고 싶었던 거야?

아니면 ‘집’을 나가고 싶었던 거야?


케이지를 나가고 싶었던 거라면 이미 성공했잖아.

그럼 다시 케이지로 돌아가면 되는 거 아냐?”


“바깥 세상이 궁금했어! 그리고 자유로워지고 싶었고!”


“그래서 나오니까 어떤데?”


“사실… 모르겠어.

엄청 기분이 좋을 줄 알았는데…

그렇다고 막 좋은 것도 아니야.”


“그러니까. 케이지 탈출에 성공했으면 다시 돌아가면 되지.”


“그건 탈출이 아니잖아!”


“탈출은 했지.”


“아, 너랑은 말이 안 통해!

난 좀 쉬어야겠어. 저리 가줘.”


치치는 동생들과 함께

자신들이 좋아하는 책 뒤로 조용히 몸을 숨겼다.


“바깥 세상은 네가 생각한 것보다 좋지만은 않을 수 있어.

오히려 가까운 곳에 소중한 게 있는 법이지.”


그 말만 남긴 채 사라졌다.


혼란스러운 마음에

코코는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