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가 현관문을 닫고 나간 지 얼마나 지났을까.
집 안은 다시 아주 깊은 새벽처럼 고요해졌다.
코코는 벽에 찰싹 붙은 채, 얼마나 오래 그 문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 녀석은 실패했지만… 나는 다를 거야.’
하지만 몸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문은 바로 앞에 있는데도 이상하게 멀게 느껴졌다.
코코는 벽에서 살짝 몸을 떼고 조심스럽게 바닥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문틈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문틈은 생각보다 훨씬 좁았다.
‘이 사이로 나가면… 진짜 자유가 되는 걸까?
아니면… 혼자가 되는 걸까?’
“아, 어지러워…”
현관 근처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코코보다 조금 큰 먼지 뭉텅이가 바닥을 데구루루 굴러오고 있었다.
“뭐야… 넌 누구야?”
“어, 안녕? 나는 먼지토끼라고 해.
여기저기 굴러다니면서 몸을 이렇게 키웠지.
아주머니가 청소기를 안 돌릴수록 난 더 통통해져.”
먼지토끼는 흐물흐물한 몸으로 코코를 향해 손짓했다.
“아저씨가 외출하면서 문을 닫을 때 바람이 훅— 하고 들어오거든.
그 바람 덕분에 난 이 집을 반 바퀴는 굴러 다닐 수 있어.”
그러더니 코코의 발끝을 가리켰다.
“근데 너, 지금 거기 서 있는 건 좀 위험해.
문이 갑자기 열리면 틈으로 빨려 나가거나… 문에 깔릴 수도 있어.”
코코는 놀랐지만 태연한 척 문에서 조금 떨어져 섰다.
“…넌 바깥으로 나가고 싶은 거야?”
코코는 잠시 침묵했다.
닫힌 문이 남기고 간 바깥의 공기는
자유의 향기 같기도 했고, 묘하게 차갑게 느껴지기도 했다.
먼지토끼가 부드럽게 말했다.
“거기 서 있으면 누구든 마음이 복잡해져.
열려 있으면 나가보고 싶고, 닫혀 있으면 열어보고 싶고.
근데 막상 그 앞에 서면… 발이 잘 안 떨어지지.”
정확했다.
코코의 마음이 딱 그랬다.
먼지토끼는 코코를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밖에는 멋진 것도 많아. 빛나고, 크고, 신기한 것들.
하지만 무서운 것도 많지. 바람, 차가운 비, 커다란 발, 배고픔…”
코코는 입술을 깨물 듯 꼬리를 두 번 흔들었다.
“나는 원래 야생의 피가 흐른다고.”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너, 꼬맹이 침대 밑은 가봤어?”
“침대 밑?”
“응. 네 얼굴이 거기 아주 많아. 네가 누구인지 금방 알아봤어.”
코코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나를? 왜?”
“사람 마음은 생각보다 복잡하거든.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 너 없어지면… 꼬맹이는 울 거야.”
복도 끝, 꼬맹이 방문 아래로 스며든 새벽빛이 잔잔하게 바닥을 비췄다.
“…침대 밑이 어디라고 했지? 꼬맹이 방은 어디야?”
먼지토끼는 웃는 듯 몸을 흔들며 굴러가기 시작했다.
“이쪽이야. 재미있는 거 잔뜩 있어.
가끔 과자 부스러기도 떨어져 있으니까 배고프면 먹어도 돼.”
코코는 길고 통통한 꼬리를 살랑거리며 꼬맹이 방으로 향했다.
문에서 멀어질수록 발걸음은 아주 조금 가벼워졌다.
‘꼬맹이…’
이름 하나가 코코의 온몸을 간질간질하게 만들었다.
“여기야! 이거 봐, 전부 너 맞지?”
먼지토끼는 흥분한 듯 침대 아래를 굴러다녔다.
그곳에는 코코가 이 집에 온 날부터 지금까지의 모습이 빼곡히 그려져 있었다.
“이게… 전부 나라고?”
“그림실력 보통이 아니지?
실제보다 더 잘 나온 것 같기도 하고?”
먼지토끼는 신나서 또 굴렀다.
“넌 먼지토끼가 아니라 미친토끼 같아.
실제보다 그림이 낫다고? 말도 안 돼!”
코코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림을 한 장 한 장 천천히 바라보았다.
“이봐, 여기야!”
미친 토끼녀석은 아니, 먼지토끼 녀석은
어느새 꼬맹이 책상 위에서 코코를 부르고 있었다.
코코는 날렵하게 뛰어올라 책상 위로 올라갔다.
책상 옆 침대에는 꼬맹이가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이거 봐. 이거 네 고무장갑 맞지?”
코코가 탈피할 때 떨어뜨린 손 탈피 껍데기를
꼬맹이는 잘라서 곱게 코팅해 일기장에 붙여두고 있었다.
벌써 네 개나 모아두었다.
“이 녀석, 꽤 너한테 진심이야. 그렇지 않아?”
코코는 그런 꼬맹이의 행동이 싫지 않았다.
자기도 모르게 씩— 하고 웃었다.
그러다 스스로 놀라 표정을 굳혔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나는… 탈출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