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을 좋아하지 않아요.

by 제난희


20대에, 먹는 것에 일가견이 있는 친구가 있었다.

먹는 것에 진심이고, 제대로 배운 사람이었다.


미국에서 로드트립을 함께한 적이 있었는데,

한국에서의 나는 한 푼이라도 아끼는 캐릭터라 편의점에서는 거의 아무것도 사 먹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과자를 잘 안 사 주셨다.

몸에 안 좋다는 이유였고, 자연스럽게 과자를 잘 안 먹는 버릇이 생겼다.

그래서 커서도 과자를 고르거나 쇼핑하는 일은 없었다.

나는 군것질보다는 식사파였다.


그날, 우리는 긴 드라이브를 마치고 주유소에 들렀다.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주유소 편의점에 들어갔다.

운전을 오래 한 친구를 위해 내가 사기로 했고,

그는 미국 편의점이 처음인 나에게 자신만의 ‘맛도리 간식’들을 추천해 주었다.


초콜릿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그는 코코넛 초콜릿을 권했다.

그리고 “치토스 좋아해?”라고 물었다.

“초딩 때 과자를 잘 안 먹긴 했는데, 치토스는 알지.”

그 시절 치토스에는 ‘따조’가 들어 있었으니까.


우리는 이것저것 고르고 차에 올랐다. 친구는 운전대를 잡고 출발했다.

“뭐부터 먹을 거야, 난희?”


과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초콜릿부터 손에 잡았다.

하얀색과 파란색이 섞인 포장지를 뜯고 한입 베어 물었다.

친구가 묻는다.

“어때?”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입 안에는 초콜릿이 가득 차서,

잠시 모든 감각이 초콜릿에 집중되었다.

부드러운 초콜릿이 입에서 녹아내리며,

그 속에 숨어 있던 코코넛 가루 덩어리들이 입안에서 도망치듯 퍼져 나갔다.

초콜릿인데도 씹을 수밖에 없었다.

“요 녀석들, 내가 너희를 다 잡아버리겠다!”

이를 움직이며, 혀는 천천히 초콜릿과 코코넛 가루의 부드러운 맛과 향을 음미하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니, 이미 초콜릿은 사라지고 없었다.


초콜릿이 사라진 건 아쉽지만 괜찮았다.

나에겐 치토스가 남아 있었으니까.


‘핫_치토스!’

내가 아는 치토스는 불투명한 포장지에 치토스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미국의 핫 치토스 포장은 다르다. 투명한 포장 안에 속 내용물이 보였다.

뜯어서 한입 먹어 본다.


“하아앋_”

치토스를 집어 먹는 두 손가락 끝은 빨갛게 물든 것처럼 되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잘 익은 고추처럼.

치토스 물이 들었다.

이것은 진정한 미국의 맛이었다.

치토스의 맛은, 내가 처음 맛본 그 맛 그대로였다.


“아, 여기가 미국이구나.”

“나 미국 잘 왔네.”


멈출 수 없는 건 프링글스가 아니라, 나에게는 치토스였다.

“하아앋_치토스~!”

손가락 끝을 야무지게 쪽쪽 빨아 먹는 내 모습을 본 친구는

“역시 그럴 줄 알았어.” 하는 표정으로 진심 만족해했다.

그는 정말, 내가 살면서 몇 안 되는 진짜 ‘먹는 것’에 진심인 사람이었다.

그는 배운 사람이었고, 인생을 알았다.


한국에 돌아올 때, 나는 기념품을 그 나라에서 맛있게 먹은 것들로 사 오는 편이다.

나는 한국 껌보다는 미국 껌을 좋아한다.

그래서 껌을 잔뜩 사 와서 지인들에게 나눠 주기도 한다.

이번에는 핫 치토스를 사 왔다.

한 봉지, 한 봉지 까먹을 때마다 여독을 풀고,

미국의 그리움을 달래주는 데 최고였다.

가끔 지인들에게 한 봉지 정도는 나눠 줄 수 있지만,

핫 치토스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었다.


그렇게 치토스를 다 먹고 나서야, 나는 다시 간식을 잘 안 먹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간식을 좋아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