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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교향곡

바삭, 사르르, 오도독, 쫀득

by 아르망


작은 연주자들이 둥글게 모여

저마다의 악기를 조율하기 시작합니다.


바스락, 부스럭, 침 넘어가는 소리는

곧 시작될 연주에 대한 긴장된 전주곡.


봉지 뜯는 소리는 모든 것이 열리는 서곡,

오늘의 연주 제목은 삶의 맛을 닮았습니다.


한 아이가 얇고 바삭한 세상을 깨물자

경쾌한 음이 공간을 가릅니다.

바삭!


움츠러들었던 어제를

부수는 소리,

낡은 지난 날의 옷을 단번에 찢는 소리지요.


망설임 없이 부서지는 저 소리는

가장 작은 입으로 외치는

가장 상쾌한 희망의 발음.


다른 아이의 입안에선

솜털 같던 구름이 닿아,

모양이 있던 행복이 순식간에 녹아내립니다.

사르르~


사라지는 모든 것들은

이토록 눈부시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소리지요.

눈물이 고일 틈도 없이,

하얀 이 위에는 무지개의 잔상만이 남습니다.


어떤 아이는 수정처럼 투명한 슬픔의 조각을

작은 어금니 위에 놓고 필사적으로 깨뭅니다.

오도독!


이겨낼 수 없을 것 같던 단단한 세계가

마침내 자신의 이빨 사이로 무너지는 소리지요.


산산조각 난 슬픔의 파편들은,

도리어 입안에서 별처럼

반짝이는 단맛을 냅니다.


슬픔의 근원을 부수는 저 용기야말로

생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단단한 지혜.


또 어떤 아이는 삶이 기어코

물려준 질긴 인내를 씹습니다.

치아 사이를 파고들며

끈덕지게 매달리는 소리.

쫀득!!


아, 끈질기고 강렬한.

뱉어낼 수도 삼켜버릴 수도 없는

어떤 기억과도 같은 소리지요.


그저 오랜 시간 제 안의 온기로

녹여 스며들게 할 수밖에요.

인내란 그런 이라고,

침묵이 속삭여주었습니다.


작은 철학자들은 편견 없는 입안에서

바삭하게 부서지는 찰나와

사르르 녹는 눈부심을,

오도독 깨물어야 할 슬픔과 끈질긴 인내를

차별 없이 만났습니다.


입안 가득 뒤섞이는 혼돈마저

기꺼이 제 세상으로 삼으며

눈부신 생(生)을 씹고 물다가

마침내, 와락 웃음을 터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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