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라이브러리』노라를 닮은 너에게
예부터 음악가들이 상투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피아노에 잘못된 음은 없다는 말. 하지만 노라의 삶은 무의미한 불협화음이었다. 훌륭해질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망해버린 작품이었다.
p38~39.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으려고 전전긍긍하는 건 그만둬야 할지 몰라, 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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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관에 들어온 이후로 지금까지 노라가 선택했던 삶은 사실 모두 다른 사람의 꿈이었다. 결혼해서 펍을 운영하는 것은 댄의 꿈이었다.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나는 것은 이지의 꿈이었고, 같이 가지 못한 후회는 자신에 대한 슬픔이라기보다 단짝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올림픽 수영 메달리스트가 되는 것은 아빠의 꿈이었다.
p276.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 넌 그 삶을 원하지 않았어."
"그건 완벽한 삶이었어요."
"정말로 그렇게 느꼈니? 매 순간?"
"네. 그러니까...... 그렇게 느끼고 싶었어요. 전 몰리를 사랑했어요. 아마 애쉬도 사랑했을 거예요. 다만...... 내 삶이 아니라는 느낌은 있었죠. 그건 내가 만든 삶이 아니었어요. 난 그냥 그 삶을 사는 내 안으로 들어간 거예요. 완벽한 삶 속에 복제되었죠. 하지만 그게 나는 아니었어요."
p377.
하지만 진짜 문제는 살지 못해서 아쉬워하는 삶이 아니다. 후회 그 자체다. 바로 이 후회가 우리를 쪼글쪼글 시들게 하고,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을 원수처럼 느껴지게 한다.
또 다른 삶을 사는 우리가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을지 나쁠지는 알 수 없다. 우리가 살지 못한 삶들이 진행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우리의 삶도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는 거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p391.
모든 게 달라진 이유는 이젠 그녀가 단지 다른 사람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상상 속 완벽한 딸이나 동생, 애인, 아내, 엄마, 직원, 혹은 무언가가 되는 데서 유일한 성취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그저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목표만 생각하면 자기만 책임지면 그만이었다.
p401~402.
노라는 자신이 블랙홀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녀는 화산이었다.
그리고 화산처럼 그녀는 자신에게서 달아날 수 없었다.
거기 남아서 그 황무지를 돌봐야 했다.
자기 자신 안에 숲을 가꿀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