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기념일 폭죽행사가 밤 11시에 예정되어 있는지라, 꽤나 든든하게 먹고 출발하기 위해서 케밥을 먹었다. 되게 흔한 것 같으면서도 주변에서 찾기가 어려웠던 게 케밥집이었는데 마침 샤틀레 역 근처에 구글 평점 4.5점 이상인 케밥집이 두 군데나 모여있어서 손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먹다 보니 주변에는 모두 흑인친구들과 아랍사람들이 가득했는데, 우리만 동양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케밥의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데 고기도 있고 식사로써 든든하니 그들이 남긴 평점이었으려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바스티유 데이에 대해 조금 검색해 보니 불꽃놀이를 제대로 관람하기 위해서는 거의 4시부터는 마르스 광장에 앉아 죽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그만큼이나 제대로 관람할 생각은 없었고 적당히 잘 보이는데서 보면 좋겠다- 싶어 발걸음을 뗐다.
여행 2일 차에 스냅사진을 찍으며 알게 된 몇몇 에펠탑 뷰 포인트들을 기억해 내서는 그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게 웬걸. 내가 점찍어 놓은 비르하킴 다리는 그냥 폐쇄되어 버려서 경찰들이 오지도 못하게 막아놨고, 지하철은 그 앞뒤 4 정거장은 폐쇄가 되어있었다. 자신만만하게 아내에게 '내가 히든 스폿 찾아가 볼게' 해놓고서는 실패해서 그런지 굉장히 먼 거리를 뺑뺑 돌아다니는 바람에 급격히 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점점 주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불꽃놀이를 보기 위한 어딘가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고, 우리도 그 인파 속에서 적당한 자리를 찾으러 부단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꽤 괜찮을 것 같다는 포인트들마다 경찰이 펜스를 치고 길을 막고 있어 이리가지도 저리 가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황에 놓여버렸다.
그러던 와중에 애매하게 딱 보일 것 같은 위치를 발견하고 노숙자처럼 땅바닥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파리 여행의 전반기에는 에펠탑이 바로 보이는 숙소였던지라, 그곳에 아직도 묵고 있었다면 얼마나 편하게 이 하루를 보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내가 앉을 때까지만 해도 몇몇 앉아있는 사람들이 있는 정도의 도로 인근의 도보자리였는데, 9시가 되자 도보자리는 물론이고 도로까지도 진짜 사람이 꽉 꽉 꽉 차버려서 혼돈 그 자체였다.
그때서야 신규로 진입한 사람들은 부단히 어딘가로 움직이고 있었는데, 점점 그 움직이는 통로에 한 사람 한 사람 앉기 시작하면서 미친 정체구간이 형성되어 버렸다. 우리는 7시에 도착했는데, 이미 3시간이나 시간을 때우느라 지쳐버린 10시에도 사람들이 미친 듯이 쏟아지며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렇게나 오픈된 공간인데도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때 화룡점정으로 주변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지나가는 사람들 너나 할 것 없이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최악이었다.
오도 가도 못하게 사람이 많은 와중에도 이쪽 사람들은 본인 담배 피우고 싶을 때 그냥 담배 뻑뻑 펴대는 것이 80년대 한국도 아니고 너무 시민의식이 없는 것 아닌가 분개했다. 아내는 물론 나까지도 조금은 격앙되어 있는걸 그들이 봤는지, 조금 멀리 떨어져서 담배를 피우려고 하는 것 같았는데 그래도 정말 가까이서 간접흡연을 하는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
아내도 나도 이렇게까지 하면서 불꽃놀이를 봐야 할까? 싶은 현타가 오는 때에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사실 여의도 불꽃 축제가 더 화려하고 멋지지 않냐라며 서로 반문했지만, 우연히 겹친 일정이지만 혁명기념일 행사 보러 파리 오는 사람도 있다 하니 겸사겸사 좋은 경험이지 않냐고 자신을 다그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파리에서 불꽃놀이를 봤다는 재밌는 경험과, 폭동이 완전히 마무리가 되었는지 밤에도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닌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수확이 있었던 밤 일정이었다.
혁명기념일 행사가 끝나고 숙소에 돌아올 때는 TIER를 타고 왔다. 한국에서- 그리고 리옹에서도 갈고닦은 킥보드 실력으로 아주 낯선 도시의 낯선 거리를 낯선 시간대에 무사히 뚫고 지나왔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 있었고, 수많은 인파를 뚫고 탄 TIER는 생각보다 꽤 채력소진을 동반했다. 한국에서처럼 아무데나 세울수 있는게 아니라 지정된 주차공간에 세워야 하니 더욱 힘들었던것 같다.
그렇게 두번쨰 파리의 첫번째 밤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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