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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sweet home(in paris)

by 비읍비읍 Dec 22. 2024

무더웠던 리옹과 피렌체를 지나, 파리로 다시 돌아왔다.


여행 초반에 3일 있었다고 이곳이 마치 집처럼 느껴졌고, 이상기온 덕택인지 앞으로 있을 4일간 매우 시원한 날씨일 것이라고 일기예보는 말하고 있었다. 피렌체에서는 39도에 육박하는 기온이었는데 파리는 26도 언저리에 움직일 것으로 보이는 매우 기쁜 소식!


4일간 묵을 숙소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구했는데, 파리의 느낌이 좀 물씬 났으면 하는 마음에 생각보다 고심해서 고른 숙소였다. 


10시 반이 다돼서야 숙소 앞에 도착한지라 피렌체에서와 마찬가지로 셀프 체크인을 했어야 했다. 호스트가 알려준 방법을 더듬으며 제일 바깥 현관문, 중간 현관문, 찐 현관문을 여는데 깜깜하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도둑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이게 웬걸. 매우 아름다운 숙소 모습에 아내와 나는 매우 만족했다. 에어비앤비에 올린 사진과 정말 똑같았고, 공간감도 왜곡 없이 그대로 보였던 것 같다. 단 하나 낯설었던 부분은 바닥이 마룻바닥이었는데, 이 정도 틈새가 느껴지는 마룻바닥은 초등학교 1학년때 왁스칠 하던 교실바닥 이후로는 처음 겪어보는 것 같았다. 



원래의 계획은 이랬다. 혁명기념일이니 파리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으니 숙소에서 밥 해 먹고 쉬는 하루! 그런데 좀 더 찾아보니 일찍 문을 닫을 뿐 모두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파리의 시스템이었다.. 그래서 변경된 계획은 이랬다.


예약을 하지 않은 오랑주리 미술관을 오픈런처럼 9시에 갔다가, 튈르리 공원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1시 반으로 예약한 오르세 미술관을 가는 것으로!. 그러고 나서 혁명기념일(바스티유 데이, Bastille day) 행사를 저녁에 보는 것으로 말이다. 


하지만 계획이라는 것에는 늘 변수가 있는 법. 


생각보다 피곤한 몸으로 9시까지 오랑주리 미술관으로 가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동안 밀린 빨래를 에어비앤비에 왔으니 1차적으로 빨래를 돌려야 하는 일거리도 있었다. 그래서 아내와 오랑주리는 패스하기로 하고 세탁기를 돌려놓은 채로 장을 보러 갔다. 


숙소 인근에 마트가 3개나 있었는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까르푸를 가게 됐던 것 같다. 인근 마트에 들러 물과 요구르트, 치즈 등등을 사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는데 숙소의 거실이 너무 예쁘게 꾸며져 있어 식당에 온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준비를 마치고 나간 거리에서 강력한 뙤약볕이지만 선선한 날씨를 맞으며, 이게 우리가 생각하고 원했던 유럽의 날씨라며 좋아했다. 여행이 별 건가- 맛집이나 관광지를 투어 하는 것도 개꿀잼이겠지만 이렇게 좋은 날씨를 즐긴다는 게 진정한 여행이 아닐까-싶었다.



오르세미술관 앞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엄청 많은 관광객들이 가득 차 있었고, 한산한 분위기를 기대했어서 그런지 약간은 실망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굉장히 오래전에 방문해 보았던 오르세 미술관이라 어떻게 변했나- 내 기억 속의 곳이랑 똑같나- 싶어서 들어왔던 것인데, 이번 유럽 여행의 콘셉트랑은 조금 안 맞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대한 공간에 화려한 액자에 걸린 회화들, 그리고 조각상들이 뜨내기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사판처럼 느껴졌다. 물론 나도 응애-아기 관광객이지만, 이것보다는 조금은 다른 가치를 찾고 싶었던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들어왔으니!? 한국어 설명 가이드까지 대여해서는 잘 관람하면서 오르세를 관람했다. 기대했던 콘셉트와 달라서 그렇지 여전히 파리의 메인 관광지답게 눈길을 끄는 작품들이 많았고 구성들도 너무 멋있었다. 


오르세를 나와 튈르리에 잠시 앉아서 쉬기도 하고, 쓱 걸어서 루브르박물관의 피라미드외관도 훑어보고, 좀 더 걸어가서 샤틀레 역의 수많은 흑인 인파들을 마주치기도 했는데  전부 날씨가 너무 쨍! 하게 좋아서 멋진 풍경 속에 놓은 파리 여행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연신 카메라를 들어 풍경을 나도 모르게 찍고 있었는데, 문득 이렇게 사진 찍어서 배경화면으로 할 것도 아니고 다시 보게 되지도 않을 것 같은데 뭐 하는 거지? 싶었다. 그저 눈으로 이 풍경과 날씨를 느끼며 4일이나 남았지만 4일밖에 안 남은 파리를 기억하려고 노력해 보았다.




Next episode : 빵빵 터지는 에펠탑 앞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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