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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put은 도파민, Output은 엔도르핀

오늘 보아야 할 것들

by 비읍비읍 Mar 13. 2025

A.

 전날 오랜만에 야근을 했다. 밤 10시에 집에 돌아와서 아내와 지난 하루의 일들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피곤한 몸이었지만, 수요일의 루틴은 지켜야 했다. 그것은 바로 '나는솔로' 프로그램을 본방 사수하는 것이다.


 TV를 보며 이 사람은 어떻고, 저 모습은 어떻고... 를 신명 나게 얘기했다. 낱낱이 까발려지는 출연진들보다 적당히 숨겨져 있는 내가 좀 더 나음을 증명하기라도 하려는 듯이, 악평과 호평을 쉴 새 없이 내뱉는다.

빈곤-포르노도 아니고 솔로-포르노를 보며 자위하고 있는 모습이었을까-


B.

 아침에 지친 몸을 일으켜 세우고, 출근 준비를 하기 전 핸드폰을 먼저 열어본다. 그간 뉴스는 뭐가 있었는지, 어제 내가 차마 다 보지 못한 이슈들은 뭐가 있었는지 쳐다본다. 어느덧 20분이나 지났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준비한다. 더- 깊게 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을 나선다.


C. 

 집을 나서려는데 테이블에 주말에 읽다만 '부의 심리학'이 눈에 밟힌다. '저거 산지가 언제인데.. 이번 주말에는 다 읽어야지^^!' -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책장에 아직 새것으로 남아있는 '소년이 온다'를 읽어낼 일정 계획을 짜본다.


D. 

 지하철을 타기에 앞서 집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내 시선은 길 건너편 독립 영화관에 머문다. 건물 외벽에 붙은 영화 배너를 보며 '봐야지-'했던 영화들을 아직도 보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된다.


- 국제 영화제 수상작 킬러인 내가, '아노라'를 아직도..?

- '미키17'은 지난주에 봤다지만, 아직 유투버들의 해설/평론을 보지 못했는데!?

- '브루탈리스트'는 영화관에서 내려가기 전에 봐야, '가이 피어스'의 리얼 팬이 아닐까?

(TMI : 나는 대학시절 메멘토를 약 50번 봤다)


E. 

 개학/개강을 해서 그런지 지하철 출근길에 사람이 참 많다. 무엇인가를 너무 많이 본 것 같아 멍 때리면서 뇌를 편안-하게 쉬어볼 생각이다. 하지만 오늘은 목요일!? 어젯밤 11시에 미쳐 보지 못한 웹툰이 문득 떠오른다. 일주일에 유일하게 쿠키를 구우면서 네이버 웹툰에 요금을 지불하는 웹툰인 '나노마신'의 연재일이다.


'나노마신'은 돈 내고 보지만, '재벌집 막내아들은' 공짜로 본다.


스토리의 진행력과 그림작가들의 표현 방법에 감탄하며, 미술학부생이 된 것처럼 요리조리 확대해 가며 본다.


F. 

출근하면 볼거리들이 넘쳐난다. 아니, 봐야 하는 것들이 많이 있다. 

매일 업데이트되는 리포트들과, 어제 팀원들이 검토했다는 회사분석 자료 및 감사보고서를 본다. 앞으로 방문해야 할 회사의 회사소개서를 보며, 동종업계 동료/선후배의 조언들을 메일과 카톡으로 받아본다.




읽고 감상하고 체험하는 것은 input. 늘 너무 즐겁다. 

기대되기도 하고 어쩌면 강박처럼 탐닉하게된다. 보고 싶은 것과 봐야 할 것들을 맞닥뜨릴 때는 요즘 표현처럼 '도파민'이 싹 돈다.


그에 반해 써내는 것은 output. 쌉싸름한 맛이 있다.

물론 잘 뽑아내야 한다는 부담감과 너끈히 해내었을 때의 성취감이 동시에 있다. 요즘 많이 쓰는 단어는 아닌 것 같지만, 마치 '엔도르핀'과 같다. 


엔도르핀이라는 것이 스트레스를 줄이고 기분을 좋게 만드는 호르몬이지만, 본디 스트레스인 상태에 놓여있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나오는 것 아니던가? 그리고 엔도르핀은 운동과 같은 신체적인 활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한다. 쓰는 것 써내는 것 써 내려가는 것이 모두 손가락과 뇌의 굉장한 운동이다.


최근 12시간 안에 일어난 A부터 F까지의 사건들을, 이처럼 글로 써내려가는 지금 모습이 바로 그렇다.


이렇게,

도파민이 나를 이끌고 엔도르핀이 나를 밀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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