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내과 전문의는 어떤 길을 가나요?

4장과 비슷하고도 약간 다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내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원하는 분과수련을 마치고 나면, 보통은 독자적인 의사생활을 할 수 있는 인정을 받게 됩니다. 큰 틀로 취직을 할 것인지 지금까지 갈고닦은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병원(의원)을 설립할 지로 진로가 나뉘게 됩니다.

내과 의사가 취직을 하는 길은 환자를 보는 길을 선택했다는 전제 하에 몇 가지 방향으로 나뉘게 됩니다. 첫 번째는 대학병원에 남는 길입니다. 보통 대학병원에서 교수님으로 불리는 분들이며, 운이 좋다면 바로 임상 교수로 임용이 되지만, 아직 경험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우는 전임강사, 또는 임상 조교수등의 직함으로 병원에서 더 일을 하게 됩니다. 대학병원 교수들은 대학병원에 오는 상대적으로 중환자들을 보는 일도 하지만, 의학 발전을 위해 연구를 하고 논문 발표와 최근 지견을 다루는 학회 활동도 겸하게 됩니다. 또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를 접하는 전공의와 의과대학 학생들을 가르치는 후학양성의 길도 대학병원 교수의 업무입니다. 그런 만큼 일차적으로 보는 외래업무나 당직업무는 상대적으로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의사-정부 간의 갈등으로 병원 내 젊은 의사들이 대학병원을 이탈하면서 상대적으로 자리를 지키는 교수들이 입원환자, 당직환자를 처치하는 등 업무까지 맡게 되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취직을 하는 의사들입니다. 대학병원이 아닌 종합병원에서 해당과를 책임지는 과장으로 근무하거나, 일선 의원에서도 의사가 더 필요한 경우 취직을 하게 됩니다. 보통 경험보다는 높은 급여가 장점입니다. 단점으로는 대학병원에서와 같은 보호를 받기가 어렵고, 경험을 쌓기보다는 많은 환자를 처리해야 하는 회사원으로서의 압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소화기내과 전문의로 종합병원 소화기내과 의사로 취직하여 지금까지 대학병원에서 환자를 봤던 것처럼 전문적인 처치와 타과와의 협진을 통해 환자를 볼 수도 있고, 대학병원에서 입원 환자를 케어하는 입원 전담의로 취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전공의들이 맡고 있던 과중한 업무를 나누게 되면서 대학병원에서도 입원을 담당하는 입원전담의의 수요가 많이 늘었습니다.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하는 내과 의사도 예전보다는 많이 늘어났습니다. 보통은 한 병동을 케어하는 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야간 근무, 당직 근무가 있지만 퇴근 후의 시간은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세 번째는 자신의 병원(의원)을 설립하는 경우입니다. 일반적으로 수련을 거치고 수년정도 전문의로서 임상경험을 쌓은 후 본인의 이름으로 병원을 만들게 됩니다. 본인이 속한 전문과의 특성을 고려하여, 소화기내과라면 내시경과 검진을 겸하는 내과병원을, 신장내과라면 만성 신부전, 혈액 투석 환자를 위한 인공신장실을, 피부과 의사라면 피부미용을 전문으로 하는 의원을 개설하게 됩니다. 병의원 같은 의료기관은 의사만 개설이 가능하기 때문에, 병원을 만드는 위치에서부터 어떠한 장점을 가지고 병원을 운영할지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길입니다. 일반적인 내과 의원에서는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의 관리, 계절성 인플루엔자등 감염질환의 예방 및 코로나 19 감염성 질환에 대한 치료를 하게 되며, 건강검진을 병행 하는 경우 위암검진 내시경 국가건강검진을 수행하고, 인공신장실의 경우 혈액투석 환자등 만성질환자를 관리합니다.

내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내과 의사로서의 환자를 보는 삶보다 그 지식을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는 의사들도 물론 있습니다. 환자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의료 정책을 결정하는 데 참여하거나, 연속혈당기 등 진단기구를 개발하는 분야에서도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내과의사의 활용도는 높은 편입니다. 상대적으로 현재 내과의사의 인기는 높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일이고, 노력 대비 효율이 좋은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한 내과 의사는 이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본인의 길을 선택할 때 나는 어느 것이 중요한 요소인지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