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제 :(왜) 의사가 되고 싶으세요?
들어가며)
이 책은 의학 개론이 아니라 의사학 개론입니다.
의학적 지식을 나누거나 건강한 생활에 대해 설명하는 수많은 책이 아니고, 의사가 되고 싶은 학생들이나 그들을 응원하는 부모님, 혹은 의사가 되었는데 혼란을 겪는 젊은 의사들을 위해, 현직 의사가 무슨 일을 하고 있고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 설명을 하고자 했습니다.
저는 내과 전문의로 소화기내과 수련을 받은 이후, 봉직의 생활을 거쳐 현재 개인 의원을 운영하는 개원의입니다. 저희 아버지도 아직 활동하는 의사이고, 돌아가신 할아버지도 의사셨고, 저의 배우자도 내과 의사, 친한 친구들도 어쩔 수 없이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의사들이 많다 보니 제가 의사가 되고 의사로서 살아가는 것은 비교적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최근에 나는 의사가 왜 되고 싶었는지, 요즘 학생들은 왜 의대에 진학하고 싶은지, 왜 부모들은 어린 자녀들 때부터 의대 입학을 목표로 자신의 온갖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 문제를 고민하게 된 것은 최근 두 가지 경험 때문입니다.
하나는 개인적으로 지인의 자녀가 입시를 앞두고 의대를 희망하는데 의사가 왜 되어야 하는지 물으러 갑작스럽게 방문했던 일이고, 두 번째는 잘 알려진 대로 2024년에 의대 입시 확대로 사회와 의사들 사이에 상당한 혼란이 야기된 현재 상황입니다.
첫 번째 학생도 아직 수험생이고, 치열하게 본인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그때에 준비되지 못한 답변을 해준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이 학생뿐만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면서 불안해하고 있을 수험생과 부모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로 작금의 의대 입시 확대, 의정 갈등으로 현업 의사들 의대생들도 본인의 정체성에 대해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이 문제에 대해서 가능한 정치적인 입장을 내려놓고, 의사 한 명 한 명이 느끼는 이 혼란에 대해서도 후에 다시 다루려고 합니다.
앞서 말한 대로 저는 주변에 의사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의사들의 삶과 고충에 대해서 직접 간접적으로 많이 겪었고 진로 고민이 될 때면 아버지나 가족들과도 상의를 하면서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주변에 물어볼 만한 가까운 의사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의사, 봉사하는 막연한 동경이나 드라마로 접한 환상만으로는 정확한 정보를 알기 어렵고, 부정확한 정보와 환상은 잘못된 길을 선택할 위험성이 높습니다.
이럴 때 현장에서 근무하는 의사, 그중에서도 기피과라는 대표적인 바이탈과 인 내과, 그중에서도 반은 자영업자의 삶을 사는 내과 개원의 입장에서 느끼는 점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질문과 답을 다는 형식으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의사의 삶이 어떨지. 의사가 좋은 직업인지. 인간으로서 의사가 느끼는 고충은 어떠한 것이 있는지. 앞으로도 의사가 좋은 직업일지.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나눠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