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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가면 Nov 23. 2024

편견의 역사 『인물편』

들어가며

들어가며.     


 인문학은 굉장히 독특한 학문입니다. 그중에서도 역사학은 거의 대부분이 기록과 유물에 근거한 추론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자료가 적고 유물이 없는 경우는 많은 역사적 상상력과 추론력이 필요하지만, 비교적 다양한 자료가 있는 현대와 근대의 경우에서조차 정확한 정론이 아닌, 정설이라 이야기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수학에서조차 증명과정에서 다양한 방법이 나오고 있는데, 수많은 가정이 존재하는 역사에서는 더 많은 관점과 사관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는 보다 폭넓게 접근해야 하고, 어떤 역사적 인물과 사건에 대해 단정적으로 결론지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역사적 흐름과 역사적 사건의 인과를 보지 않고, 그저 빙산의 일각을 보고서 단정 짓고 무조건 나의 말이 옳다고 여기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다양한 갈등을 불러옵니다. 최근 들어 대한민국은 온갖 갈등의 온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진보와 보수의 갈등부터 오래된 지역감정인 경상도와 전라도의 갈등, 노사 간의 갈등, 세대 갈등, 젠더갈등 등 수많은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각계각층의 이야기를 색안경을 빼고 들어보면 각각의 의견과 주장에는 그 나름대로 이유와 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토론, 혹은 대화를 통해 상호 협의와 존중을 논하고자 한다면, 싸움이 발생하고 심한 경우 온갖 욕설과 비난만이 자리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과연 그런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가 생각했을 때의 가장 큰 이유는 역지사지의 자세가 부족한 까닭입니다. 그리고 상대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나의 주장만이 옳다고 믿는 자세입니다. 그러니 상대의 의견을 듣고서 존중하고, 그에 대한 논리적 비판이 아닌, 감정적 대응이 판을 치게 됩니다. 2023년 4월 13일에 MBC 100분 토론에서 홍준표 현 대구 시장과 유시민 현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토론이 많은 관심과 공감을 얻었던 이유는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논리와 근거, 그리고 때로는 불리한 상황에서의 각 토론자 간의 위트가 섞인 건강한 토론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건강한 토론을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는 찾기 힘듭니다. 나와 같은 의견이 아닌 너는 적, 이라는 오로지 선악의 대결 구도로서만 작용합니다. 국회의원들 역시도 나름의 협치와 공통적인 이익에 대해서는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겠지만, 어떤 정치적 사안이 엮인 일에서는 서로를 배격하고 비난합니다. 어떤 사회적 현상과 이슈가 발생했을 때,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고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해야 하지만, 나의 입장과 내 이익, 그리고 우리의 이익에서만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사회가 각박해지고 상호 존중과 양보하는 자세가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나와 생각이 다른 이는 적으로만 평가하는 생각이 깊숙하게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각박하고 갈등만이 판을 치는 사회가 된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필자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의 문제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더욱 다양한 시선과 사관으로 여러 방향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역사를 본인이 편한 대로, 본인의 사관으로만 살펴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직 한쪽에서만 생각하고 판단한 다양한 도서와 영상들이 떠돌고 있으며, 사람들은 이것을 사이다라고 박수 칩니다. 더욱 본질적인 문제를 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습니다. 그저 지금 내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내용만 남게 됩니다. 깊게 생각하려고 하지 않고 짜깁기와 일부 편파적인 내용만을 보며 내가 마치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듯 행동합니다. 이런 행동들은 증오와 분노를 낳게 되며, 이런 증오와 분노는 결국 집단 광기만을 남기게 됩니다. 이런 집단 광기는 결국 우리가 그토록 비판하고 반복해서는 안 될 히틀러의 나치즘과 파시스트를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이런 집단 광기는 문재인 정부 시절, 현 조국혁신당 대표 조국의 법무부 장관 시절, 그를 지지하는 집단과 지지하지 않는 집단의 대결로 나타났습니다. 우리의 2020년대는 상대와의 갈등과 혐오, 광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은 자신은 다르다며 스스로를 고평가 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이런 갈등의 가장 근본적인 씨앗은 결국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에서 시작합니다. 이 책은 그런 갈등의 근본적인 문제를 조금이나마 바로잡기 위한 동기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역사를 공부하였으나 깊은 수준까지 공부하지 못한 필자가 이렇게 펜을 드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다양한 역사적 관점을 소개하기보다는 자신이 믿고 있는 사관에 유리한 내용만을 가져와 소개하고, 그것으로 어떤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단정 짓는 이들에 대한 비판과 자성을 위함입니다. 따라서 필자는 본문에서 역사적 인물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어떤 역사적 인물과 그 역사적 인물에 의해 벌어진 다양한 사건들의 보다 근본적인 인과관계와 시대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접근하려 노력했습니다. 대중적으로 욕을 먹는 인물들이라도 그들의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평가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다양한 시선과 사관, 관점이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는 독자분이 한 분이라도 계신다면 필자가 이 책을 쓴 최소한의 목적은 달성했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역사란 학문은 매우 복잡하고 실타래처럼 엉켜있습니다. 어떤 인물과 그가 속한 단체 사이에서의 이해관계, 그리고 정치 관계와 놓인 상황에 따라 수도 없이 뒤섞입니다. 이 책에서 처음 언급하는 광해군이 그러했으며, 광해군을 몰아내고 즉위 한 인조가 그러했으며 사도세자와 영조가 그러합니다. 현대사에 가까운 예로는 이승만이 있고 박정희가 있으며 그 외 수많은 인물과 사건들이 그렇습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은 세상의 이치입니다. 세상에 완전무결한 존재란 없으며, 역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이 있으면 과가 있는 법입니다.


 편견의 역사 인물편 뒤에 집필 예정인 편견의 역사 사건 편에서 다룰 내용들도 큰 틀에 대한 맥락은 마찬가지입니다. 주된 내용으로 다루어질 신라의 삼국통일과 한국전쟁, 프랑스혁명과 4.19, 5.16의 비교에서도 자세하게 서술하겠지만, 각 역사적 사건에 숨겨진 수많은 시선들이 존재합니다. 현대에 써진 이승만과 박정희에 대한 독재자 프레임을 넘어 한국사 최악의 인물이라고 까지 평가받습니다. 그런데 그가 과연 그렇게까지 최악의 인물로만 존재했던 것일까요. 그의 공적은 정말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일까요? 박정희와 전두환도 오로지 원색적인 비난을 받아야 마땅한 역사의 나쁜 놈들이 기만한 것일까요?

      

 그런데 미디어가 발달한 현재에는 각종 편향되고 유리한 장면만을 가져와 선정적인 영상과 강의라는 이름하에 수많은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부족한 제가 이렇게 책을 쓰고 유튜브를 하려고 겁 없이 덤벼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역사란 가치중립적이어야 합니다. 또한, 역사는 수학처럼 정확한 공식과 답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수학처럼 정리나 증명이 아닌, 학설과 가정의 영역으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새로 발견되는 유물과 관련 자료, 사료로 인해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고 재평가받을 수 있는 것이 역사인 것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역사는 가치중립적으로 다양한 부분을 보고 평가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역사를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필수적으로 필요한 덕목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역사를 현재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우를 범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역사를 현재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우 가치중립적인 부분은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폭군의 대명사로 불리는 ‘연산군’의 경우 그가 일으킨 무오사화와 갑자사화, 특히 어머니인 폐비 윤씨의 사건으로 인해 수많은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인 폭군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연산군과 숙종편에서 보다 자세하게 다루겠으나, 갑자사화 이후 절대왕권을 손에 넣은 연산군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폭군 그 자체입니다. 그러나 두 번의 사화를 일으켰다고 해서 그가 폭군이다라는 주장에는 어폐가 있습니다. 이는 현대의 시각으로 연산군을 바라보았기에 벌어지는 문제이며, 당시의 정치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 부분은 뒤에서 좀 더 자세하게 다루겠으나 실제로 이 사건은 세조 이후 거대화된 공신세력과 그들을 견제하기 위한 성종의 사림 등용으로 왕권이 매우 미약했던 시기입니다. 이런 시기에서 김일손의 사초와 폐비 윤씨 사건 등은 연산군 입장에서는 본인의 정치적 입지와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아주 좋은 명분을 제공합니다. 그런데 우스운 것은 훗날 선조는 정여립의 난이라 불리는 기축옥사를 통해 4대 사화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사망, 사건의 연루된 사람이 발생하지만, 선조를 암군이라 칭할지언정 폭군이라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이처럼 현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역사적 인물과 사건의 해석은 매우 위험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이런 우를 범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만을 전달하는 편향된 역사관만을 보여주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만을 전달하는 편향된 역사관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감정을 자극하는 것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현대적 관점에서 당시의 상황을 살피는 것이 아닌, 특정 하나의 잘못된 부분만을 가지고 나와 감정에 호소합니다. 그 임금이, 그 인물이, 그 매국노가 잘못된 선택을 했기 때문에 비극적, 치욕스러운 역사를 겪었다고 말입니다. 여기에는 그 어떤 논리가 필요 없습니다. 가장 객관적 사실 하나만 콕 집어 저 사람은 죽일 놈이다,라는 프로파간다 식의 마녀 사냥 논리는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고, 어떤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게 만듭니다. 그러다 보니 대중들 역시 진실과 사실을 연구하고 탐구할 생각보다는 군중심리에 녹아들어 비난하고 욕하기 바쁩니다.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들에게도 비슷한 모습을 보입니다. 아직 어떤 법적 문제나 잘못이 밝혀지지도 않았음에도 단지 의혹만으로 그들의 각종 SNS에 들어가 비난을 늘어놓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사실이 있고, 의혹을 해소하려는 노력 따위는 없습니다. 오히려 소수의 옹호론, 혹은 중립론자들을 비웃고 똑같은 사람으로 매도합니다. 이렇듯 분노와 증오만이 남은 역사는 필연적으로 광기를 가져오게 되고, 그 광기에 휘말려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이 프랑스혁명과 독일의 나치즘, 이탈리아의 파시즘입니다. 반드시 극복해야만 하는 자세이며,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남이 내리는 평가가 아닌, 스스로의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경청의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매번 강조하겠지만, 저는 이 책을 통해 어떤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놓고 그들을 찬양하거나 비판, 비난하려는 목적이 없습니다. 조금 더 가치중립적인 시선과 당시의 시대 상황을 놓고 그것을 바탕으로 그들의 선택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들에게 쌓여있는 수많은 거품을 거둬내고 조금이나마 다른 방면을 찾아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보고서 ‘글쓴이의 생각은 모두 잘못되었다’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이런 식의 생각도 가능하구나, 하지만 나는 이런 이런 부분들에 의해 비판을 하고 싶어’ 혹은 ‘너의 생각은 충분히 알겠지만,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비판받아야 해’ 정도의 생각을 해주시면 매우 감사하겠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듣고 싶은 이야기는 ‘아~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내가 이런 부분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네’가 되겠지요. 가치중립적인 냉정한 평가를 하기 위해 애썼으나 역시 사람이기에 주관적인 사관이 들어갈 수 없음은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또한, 이 책은 매우 라이트 하게 서술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려운 내용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익숙한 인물을 위주로 쉽게 서술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사실에서 다른 부분도 있다는 부분의 서술에 집중하였습니다. 깊숙하게 공부하지 않으면 모르는 내용에 대해서도 되도록 충분한 부연설명을 통해 이해를 돕고자 노력했습니다. 따라서 고등학교 국사 공부와 대략적인 한국사를 아시는 분들은 손쉽게 접하실 수 있도록 서술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따라서 관련 기록이나 참고서적의 경우는 별도의 각주로 취하고 독자분들이 편하게 따라서 읽으시면 될 듯합니다.   


 이 책은 각종 드라마와 예능, 다큐멘터리와 유튜브, 서적 등 수많은 언론 매체들에 의해 긍정적인 면, 혹은 부정적인 면만 지극히 부각된 한국사의 몇몇 인물들에 대한 편견을 조금이나마 바로잡으려는 의도로 쓰인 책입니다.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수많은 논문과 서적, 영상 자료들을 참고하고 자문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집필한 책입니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부족한 지능과 역사적 지식, 그리고 해석의 한계로 인한 수많은 오류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고 책의 이름에서처럼 편견을 깨고자 하면서 저 스스로 편견에 갇힌 부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부분들은 책 뒤편에 있는 메일 주소로 보내주시면 관련 오류는 반드시 바로잡도록 하겠습니다. 후에 개정판이 나올 수 있다면 그러한 부분들 잘 반영하여 오류를 정정하겠습니다.   

        

 아무쪼록 필자의 이 날필과 얕은 지식이 이 책을 읽어주시는 구독자분들에게 조그마한 공감이라도 가지길 간절히 소원해 봅니다. 나아가서 더 많은 사람이 필자와 같은 생각을 하고, 어떤 사회적 현상과 역사적 사실을 더욱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작은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언제나 독자 여러분들의 일상과 가정에 무한한 복과 행복이 있기를 소원합니다.    

 

 2024년 무더운 여름날 이재호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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